▲ '축구의 신' 메시가 커리어 최초로 잉글랜드와 격돌한다.ⓒ연합뉴스 제공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단 4팀이 남았다. 
역대 월드컵 최초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부터 4위까지 4팀이 4강에 진출했다. 세계 최강의 팀들의 맞대결이 성사된 것이다. 랭킹 1위 프랑스와 3위 스페인, 2위 아르헨티나와 4위 잉글랜드가 격돌한다. 
두 경기 중 더욱 많은 이목이 쏠리는 경기는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매치다. 오는 16일 미국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경기. 이 두 팀은 축구를 넘어 역사적으로 얽힌 관계이기 때문이다. 특히 1982년 포클랜드 전쟁이 양국 감정의 깊은 골로 남아 있다. 이 감정이 축구로 그대로 전파됐다. 
아르헨티나는 잉글랜드와 역대 14차례 A매치를 펼쳤고, 잉글랜드가 6승 5무 3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월드컵에서는 5번 만났고, 잉글랜드가 3승 1무 1패로 앞서 있다. 
그러나 전 세계 축구팬들이 기억하는 결정적 장면은 아르헨티나의 승리다. 포클랜드 전쟁 4년 뒤 열린 1986 멕시코 월드컵.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8강. 이 경기는 월드컵 역사상 최고의 경기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아르헨티나에는 세기의 슈퍼스타 디에고 마라도나가 있었다. 마라도나는 '축구의 신'이라 불린 당대 최고의 선수였다. 잉글랜드는 '신'에게 농락을 당했다. 
일명 '신의 손' 사건이 터진 경기다. 마라도나는 문전에서 헤딩을 하는 척 손으로 공을 밀어 넣었다. 비디오 판독(VAR)이 없던 시절. 마라도나의 골은 인정을 받았다. 
마라도나의 손으로 한 번 농락을 당한 잉글랜드는 이후 더욱 큰 농락을 당했다. 마라도나는 하프라인부터 홀로 드리블 질주를 시작했고, 잉글랜드 선수 5명을 따돌린 후 골키퍼까지 총 6명을 제치고 골을 넣었다. 월드컵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로 꼽히는 장면이다. 
마라도나에 지배당한 잉글랜드는 1-2로 패배하며 탈락했다. 마라도나는 기세를 이어가 멕시코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1998 프랑스 월드컵 16강에서 잉글랜드의 슈퍼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아르헨티나 디에고 시메오네에게 태클을 하며 퇴장을 당했다. 이 역시 세계 축구팬들 뇌리에 강하게 박힌 장면. 잉글랜드는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채 승부차기에서 졌다. 
이렇듯 역대 전적에서는 잉글랜드가 앞서고 있으나, 세계 축구팬들은 아르헨티나의 강렬한 승리로 더욱 많이 기억하고 있다. 
40년 전 마라도나에 농락당한 잉글랜드. 40년 후인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제2의 마라도나'로 시작해 마라도나를 넘어서 현존하는 '축구의 신'으로 등극한 이를 상대해야 한다. 바로 리오넬 메시다. 
잉글랜드는 월드컵에서 두 번째 '신'을 상대한다. 잉글랜드는 사상 처음으로 메시를 상대한다. 
메시는 2005년 8월 아르헨티나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헝가리전이었는데, 메시는 파울을 저지르며 퇴장을 당했다.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A매치는 2005년 11월 열렸는데, 메시는 퇴장 이후 출장 정지 징계로 인해 출전하지 못했다. 
이후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는 A매치를 치르지 않았다. 21년 전에 잉글랜드는 메시를 피할 수 있었지만, 지금 만나는 아르헨티나에 메시가 있다. 
39세의 메시. 물론 전성기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메시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아르헨티나는 강하다. 메시는 북중미 월드컵에서 8골을 넣으며 득점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메시가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팀과는 많은 경험을 가졌지만, 잉글랜드 대표팀은 처음이다. 40년 전 마라도나가 했던 것처럼, 잉글랜드를 어떻게 다룰지 세계 축구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잉글랜드가 결승에 오르기 위해서는 '신'을 막아내야만 한다. 
▲ 마라도나는 1986 멕시코 월드컵 8강에서 멀티골을 넣으며 잉글랜드를 무너뜨렸다.ⓒ연합뉴스 제공
영국의 'BBC'는 "잉글랜드전은 8회 발롱도르 수상자 메시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메시는 A매치 205경기에 출전했지만 잉글랜드 대표팀과는 한 번도 상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잉글랜드 대표팀 출신 미카 리차즈는 'BBC'를 통해 "잉글랜드는 아르헨티나보다 달리기는 빠르지만, 아르헨티나에는 천재적인 메시가 있다. 아르헨티나의 모든 선수가 메시를 위해 뛴다. 메시를 막는 건 불가능하다. 그는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메시는 모든 축구 선수 중 가장 강렬한 아우라를 가지고 있다"며 기대했다. 
잉글랜드 공격수의 전설 웨인 루니 역시 'BBC'를 통해 "메시는 중요한 순간에 뛰어난 기량으로 경기를 좌우할 수 있다. 메시는 결정적 순간에 활약을 펼친다. 메시의 가장 큰 장점은 판단력이다. 경기 중 특정 순간에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 메시를 막기 위해서는 잉글랜드 수비의 집중력과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0년 전 잉글랜드와 격돌 전 마라도나는 현지 언론을 통해 "이 경기는 절대 질 수 없는 경기다"고 약속했다. 마라도나는 그 약속을 지켰다. 
40년 후 메시는 'ESPN 아르헨티나'를 통해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겠다. 잘 쉬고 힘을 회복해서 4강에 나서겠다. 잉글랜드는 처음이다. 강호와 경기는 언제나 특별하다. 훌륭한 상대를 만나는 만큼 최상의 상태로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메시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