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인 혐의 등을 받는 장윤기 씨가 지난 5월 14일 광주 서구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뉴시스
여성 인권을 강조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장윤기 사건에는 비판이 없다. 당 지도부 공식 회의에서는 사건에 대한 비판이 전무했으며 공식 논평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의 증거 조작으로 강간 살인이 단순 살인 사건으로 축소될 뻔한 상황에서도 민주당은 침묵했다. 이에 야당에서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위해 인권도 져버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민주당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당 지도부 회의와 논평에서 장윤기 사건이 언급된 것은 단 한 차례다. 그마저도 장윤기 사건에 대한 비판이 아닌 야당이 장윤기 사건을 이용해 보완수사권 폐지 개혁을 반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날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이 주재한 정책조정회의에서도 장윤기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박규환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일각에서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야당과 검찰, 일부 언론이 보완수사권 필요성을 선동하고 있다"며 "수사 과정에서 증거를 조작하거나 인멸하고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행위는 법왜곡죄 신설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청래 대표 체제의 민주당 지도부와 우리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합심해 사법 개혁의 일환으로 제정한 법왜곡죄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장윤기 사건은 사회적 공분으로 확산했다. 지난 5월 광주광역시 도심에서 여고생이 피살된 사건은 경찰 유착으로 사건이 은폐·축소됐다. 
최초 경찰은 장윤기를 단순 살인과 살인 미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사건 발생 후 장윤기가 범행 당시에 쓴 차량을 경찰인 장윤기 부친에게 반환하는 등 부실 수사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 수사팀과 장윤기 부친이 정보를 공유한 흔적도 발견됐다. 장윤기 차량에서 범행에 사용된 '케이블 타이'를 인멸했고, 장윤기 부친의 집에서 범행 관련 증거품이 발견됐다. 케이블 타이는 장윤기 범행 목적이 납치 뒤 성범죄라고 판단한 검찰의 공소 사실을 뒷받침할만한 핵심 증거다. 
수사팀장은 차량 수색 중 촬영한 채증 영상을 이달 초 삭제한 혐의도 받는다. 여기에 성범죄의 또 다른 증거로 꼽히는 리얼돌 관련 증거도 검찰에 넘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건 검찰 송치 후 리얼돌에서 장윤기의 DNA가 검출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보고서를 받았지만 검찰에 알리지 않았다. 결국 수사팀장은 구속됐고, 광주광산경찰서장과 형사과장, 수사팀원 3명이 대기 발령됐다.
피해자 어머니는 전날 광주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이 이토록 파렴치하게 제 식구를 감싸고 진실을 은폐했다면 대한민국의 어느 국민이 경찰을 믿고 살 수 있겠냐"고 절규했다. 
▲ 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여성 인권과 지역 경찰의 유착 등이 얽히며 사회적 논란이 커지는 사건에 집권당이 침묵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 5월 17일 서울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10주기에도 논평을 통해 "안전은 특정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여성 인권을 주도하는 정당임을 자부해 왔다. 6·3 선거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성평등특별시를 핵심 여성 공약으로 내세웠다. 독박 육아·경력 단절·젠더 폭력 등 여성의 3대 부담 해소를 정책화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장윤기 사건에 대해 비판에 나서지 않는 것이 결국 보완수사권 폐기를 위해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검찰이 경찰의 사건 은폐 시도를 보완수사를 통해 제어하면서 보완수사권 존치의 필요성이 야당으로부터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만나 "이번 사건은 단순히 부실 수사가 아니라 경찰의 삐뚤어진 내부 유착 문제가 더해진 고의적 범죄 은폐 사건"이라며 "검찰의 보완수사가 아니었다면 사건의 진상이 영영 은폐됐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던 '배재고 사태' 등과 비교해도 민주당의 태도는 상이하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최근 이 사건에 대해서는 수차례 비판적 목소리를 내며 이슈를 주도했다. 당 지도부 회의에서만 다섯 차례, 논평은 두 차례를 통해 목소리를 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5·18을 모독했다며 야구부 해체와 중징계를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광주일고와 야구 경기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응원가를 불렀다는 이유 때문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배재고 야구부에 전국대회 6개월 출전 정지를 결정했다. 징계 논란이 커지자 배재고 야구부는 광주일고를 찾아가 사과했으며 광주일고는 이를 받아들이고 야구협회에 선처를 부탁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에서는 분이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왜 가해자들은 늘 당당하게 용서를 요구하고 피해자 전남·광주는 대대손손 계속되는 희롱, 비난에도 용서만 해야 하냐"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고등학생들이 응원 중에 잘못했다고 전국적인 망신과 처벌을 주장하며 때려잡더니 정작 흉악범이 여고생을 강간 살인하고, 경찰이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사건에는 이렇게 관대할 수 있느냐"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취사 선택을 하는 민주당의 행태야말로 국민으로부터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