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현장. ⓒ정상윤 기자
"이 덥고 습한 길바닥에 남아 있는 건, 누군가는 끝까지 따져 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비까지 내리면서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진 가운데,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잠실 개표소 앞 봉쇄 집회도 34일째 이어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60대 이모씨는 장기화와 폭염, 우천으로 현장 인파가 줄었지만 "끝까지 남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은 짙은 먹구름이 드리운 가운데 비가 오락가락했다. 참가자들은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은 채 1-3게이트 인근에 모여 있었고, 젖은 바닥 곳곳에는 물웅덩이도 보였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일부 참가자들은 비를 맞으며 구호를 이어갔고, 일부는 의자에 앉아 우산으로 비를 피했다.
이씨는 "오늘 날씨가 덥고 비까지 오니까 사람이 확실히 많이 줄었다"며 "매일 얼굴 보면서 같이 있던 사람들도 이런 날씨에는 몸이 버거우니까 눈에 띄게 줄어든 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휑한 자리를 보니까 마음 한편이 쓰라린 것도 사실"이라며 "예전처럼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던 분위기는 아니고, 다들 지친 게 보인다"고 했다.
▲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현장. ⓒ정상윤 기자
이씨는 "그래도 이 판국에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힘들다고 다 접고 들어가 버리면, 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됐다고 보는 이 사태를 누가 기억하고 끝까지 따져 묻겠느냐"고 말했다.
이씨는 이번 집회가 단순한 고집이나 일시적 항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덥고 습한 길바닥에서 고생하겠느냐"며 "이건 나이 먹은 사람들이 고집 부리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인 투표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날씨가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몸도 힘든 건 사실"이라면서도 "여기서 물러서면 내 자식들한테 죄짓는 기분이 들어서 쉽게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람들이 이렇게 오래 버티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그냥 소리 지르려고 나온 게 아니라, 선거 과정에서 생긴 의문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고 느끼기 때문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하고 확인해 주면 되는 일"이라며 "그런 과정이 충분하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계속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현장. ⓒ정상윤 기자
그는 "사람이 줄었으니 힘이 빠지는 건 맞다"며 "그래도 남아 있는 사람들은 끝까지 보겠다는 마음으로 버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몸은 지치고 날씨는 사람을 잡지만, 끝까지 남아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볼 생각"이라며 "지금은 힘들어도 누군가는 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1-3게이트 인근에는 약 1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우산과 우비를 착용한 채 집회를 이어갔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에는 7000~7500명의 실시간 인구가 집계됐고, 가장 많은 연령대는 60대 이상으로 25.1%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