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윤기 사건'과 관련해 증거 인멸 혐의를 받는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A 경감이 8일 전남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의 보완수사권 폐지 강행이 경찰 수사의 누락·축소·은폐를 바로잡을 최소한의 안전판까지 없앨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019년 '조국 수호' 국면에서 검찰 개혁을 앞세운 범여권이 검찰청 폐지에 이어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까지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야권은 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을 예로 들며 "검찰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성폭행 시도와 증거 인멸 의혹도 묻혔을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현직 경찰인 범인 아버지와 그 친구 경찰 간부가 벌인 증거 인멸은 영영 묻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윤기 사건은 오직 경찰만이 수사를 할 수 있게 되면 억울한 피해자가 수없이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보완수사권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서 검사가 기록과 증거를 검토한 뒤 부족한 부분을 직접 확인하거나 추가 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다. 경찰 수사가 부실하거나 빠진 혐의가 있을 때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가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는 장치다. 민주당은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고 오는 10월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 전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0시11분쯤 광주 광산구 월계동에서 고등학생 이채원 양을 흉기로 살해하고 이를 막으려던 고모 군에게도 중상을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장윤기가 이 양을 성폭행하려 약 15분간 미행한 뒤 납치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윤기는 같은 달 3일 외국인 여성 A 씨(26)를 성폭행하고 약 13시간 감금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지난 6월 22일 첫 재판에서 강간 범행을 제외한 대부분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은 애초 장윤기를 단순 살인 혐의로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성폭행 시도 정황과 증거 인멸 의혹이 추가로 드러났다. 경찰은 훼손된 리얼돌 감식 보고서를 즉시 검찰에 넘기지 않았으며 해당 리얼돌은 지난 5월 8일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부친이 폐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당시 수사팀은 부친에게 장윤기 주거지 주소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통화도 연결했다. SUV에서 발견된 케이블타이를 압수하지 않은 채 차량을 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전날 부친 주거지에서 케이블타이를 확보했다. 이에 경찰은 수사팀장 긴급체포와 광산경찰서장 등 6명 대기 발령 조치를 했다.
장윤기 사건은 보완수사권이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빠진 혐의나 은폐 정황이 검찰 보완수사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이 사건을 축소하거나 놓쳤을 때 이를 다시 확인할 장치가 없었다면 피해자의 죽음은 단순 살인 사건으로 정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살인 혐의 등을 받는 장윤기가 지난 5월 14일 광주 서구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뉴시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 피해자 부모와 유가족의 피 끓는 슬픔과 분노를 헤아릴 수조차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살인범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 간부였고 수사팀은 핵심 증거를 발견하고도 압수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조직적으로 폐기하고 불태웠다. 채증 영상도 검찰에 넘기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나 의원은 이번 사건을 경찰 수사의 단순 부실이 아니라 축소·은폐 문제로 봤다.
그는 "억울한 죽음 앞에서 경찰이 사건을 축소·은폐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천인공노할 '진짜 조작' 아닌가"라며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이 사건은 단순 살인으로 영원히 묻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보완수사권 폐지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날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는 민주당의 확고부동한 원칙이며 당내 이견이 없다"며 "시대적 사명이자 역사적 명령인 검찰 개혁의 마침표를 단호히 찍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지난 6일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지금 다시 하느냐 마느냐를 논의할 사안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권의 검찰 개혁 논의는 2019년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 가족 의혹 수사와 맞물려 본격화했다. 당시 여권 지지층은 '조국 수호'와 '검찰 개혁'을 함께 내세웠고 이후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 직접 수사 축소, 검찰청 폐지 논의로 이어졌다.
국회는 지난 3월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 주도로 공소청법 및 중대범죄수사청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에는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할 예정이다.
▲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서성진 기자
이에 대해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보완수사권 폐지를 "진실 삭제 프로젝트"라고 규정했다. 
박 의원은 "보완수사권이 없는 검사는 경찰 수사 결과에 이의 제기도 못하고 그대로 기소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며 "숨어 있던 장윤기의 성폭행 시도, 부친과 경찰 수사팀의 증거인멸 역시 영영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도 같은 취지의 우려를 제기했다.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모두 삭제하면 검사가 송치 사건을 받은 뒤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절차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범이 여러 명이거나 혐의가 복수인 사건에서 일부 송치와 일부 불송치가 함께 이뤄지면 기록만으로 경찰의 누락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담겼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의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법률안 검토보고에 따르면 전문위원은 "경찰의 위법·인권 침해 수사에 대한 견제가 부실해질 우려가 있고 기록이 부실하게 작성되거나 쟁점이 누락될 경우 은폐된 범죄 사실이나 배후 관계를 확인하기도 사실상 어렵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전날 국회에서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에 대해 "국회에서 심도 있게 잘 논의해야 한다"며 "검찰개혁이든 사법개혁이든 가장 중요한 건 수사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고 피해를 본 국민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오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