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 ⓒ이종현 기자
국회의원 아들이라는 점을 내세워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태영호 전 의원의 장남이 피해자에게 8억 7000여만 원을 배상하라는 민사 판결을 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김석범)는 A씨가 태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8억 6700여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24년 5월 태씨로부터 스테이블코인 환전 사업에 투자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제안을 받고 약 11억 원 상당의 가상자산과 현금을 건넸다.
그러나 태씨가 경찰 수사를 받기 시작한 같은 해 9월께 투자금이 편취된 사실을 알게 됐고 이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태씨가 국회의원 아들이라는 신분과 경찰과의 친분을 내세워 피해자의 신뢰를 얻고 이를 범행에 이용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태씨의 변제 능력 등을 확인하려 하자 태씨가 "자칫하면 진짜 터질 수 있고 그때는 저도 어찌 못하고 아빠한테 죽는다"고 말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태씨가 "저희 다 끼고 합니다. 경찰까지", "안보과 과장님이 문제 되면 도와준대요", "오늘 형사 한 분 만남요. 앞으로 우리의 사업을 봐줄 형이요"라고 말하며 경찰과의 친분을 과시한 점도 인정했다.
이와 함께 태씨가 "우리 가족이 한국에 왔을 때 우리나라에서 제일 강한 형사들로 신변보호팀이 구성됐다" "전부 SWAT, 특전사 등"이라고 말한 사실도 판결에 반영됐다.
태씨는 2016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로 근무하던 아버지를 따라 국내로 귀순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의 아들로서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았거나 일부 경찰과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사정을 원고를 기망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의 기망행위로 인해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 판결은 태씨가 항소하지 않으면서 지난달 24일 그대로 확정됐다.
한편 태씨는 가상자산에 대신 투자해 수익을 내주겠다며 지인들로부터 약 14억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지난 5월 구속기소돼 형사재판도 받고 있다. 검찰은 태씨가 태 전 의원의 아들이라는 점을 내세워 투자금을 받은 뒤 실제 투자하지 않고 이를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