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식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지난 3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카페에서 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하는 모습. ⓒ서성진 기자
광주광역시 출신인 박은식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서울 배재고등학교 학생들에 대한 6개월 출전 정지 징계와 이재명 정부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이 호남을 더 고립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배재고 학생들에 대한 중징계는 교육적 지도를 넘어 학생들의 앞길을 막는 과도한 처분이며,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방향을 사실상 이끄는 호남 반도체 정책도 시장 원리와 국가 경쟁력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뉴데일리는 지난 3일 서울 강북구에서 박 전 비대위원을 만나 배재고 징계 논란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정책, 보수·우파 정당의 호남 전략, 내년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의 과제 등을 물었다.
박 전 비대위원은 배재고 학생들에 대한 6개월 출전 정지 징계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학생들의 응원이 부적절했다면 사과 등 교육적 조치는 가능하지만 미성년자의 선수 생활을 장기간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징계라는 것이다.
이어 이 대통령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정책을 "산업 정책으로는 F학점"이라고 평가했다. 호남 발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을 정치 논리로 배치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두 사안 모두 '호남 대 비호남' 구도를 자극해 지역 갈등을 키우고 결과적으로 호남을 더 고립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광주 스타벅스 논란까지 맞물리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호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가능성도 지적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호남 발전 자체를 반대하는 듯한 접근은 민주당 프레임에 스스로 말려드는 것"이라며 기업 자율성과 공정 경쟁, 자유시장경제라는 원칙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비대위원은 광주에서 태어나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과 광주 동남을 당협위원장을 지냈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광주 동남을에 출마하며 호남 보수의 외연 확장을 시도했다.
다음은 박 전 비대위원과의 일문일답이다.
▲배재고 학생에 대한 6개월 출전 정지 징계는 정당한 학생 지도라고 보나.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과도한 징계라고 생각한다. 미성년자이기도 하며 축구도 그렇고 과하게 비하하는 응원이 많이 있다. 사과 요구 등 조치가 취해지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젊은 친구들의 앞길을 막는 6개월 출전 정지는 말이 안 된다고 본다. 
5·18 전야제 때 '새천년NHK'에서 여종업원들을 끼고 잘 놀았던 김민석 전 국무총리, 우상호 강원도지사 그리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집권당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런데 자라나는 학생들의 앞길을 막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출전한 선수들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것은 너무 말도 안 되는 처사라고 생각한다. 이는 결국 호남이 더욱 고립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호남과 비호남, 광주와 비광주 구도가 심화될 것이고 심해지면 광주의 가치는 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정책은 점수로 매긴다면.
"저는 F학점이라고 생각한다. 산업 정책을 평가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산업의 효율성과 성공 가능성도 있을 것이며 지역 균형 발전 같은 항목도 있을 것이다. 그런 기준만 놓고 보면 몇십 점은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는 이번 정책을 비유하자면 '부정 행위를 해서 A플러스를 받으려고 한 것'이라고 본다. 이제는 특히 반도체처럼 세계 최고 기업들이 경쟁하는 산업에서 정부가 '어느 지역으로 내려가라'고 결정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
대만에서는 세계 1위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TSMC를 '호국신산'(護國神山·국가를 지키는 신성한 산)이라고 부른다. 나라를 지켜주는 산업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반도체는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전략산업이다. 그런 산업을 기업이 아니라 정부가 결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도 기업이 먼저 투자 의사를 밝히면 각 지역이 경쟁적으로 투자 조건을 제시하는 구조다. 기업이 입지를 결정하면 정부가 그 뒤에서 인허가와 지원을 하는 방식이다. 반면 우리는 지역 균형 발전을 이유로 정부가 먼저 방향을 정하고 기업이 따라가는 모습으로 비친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안 된다.
반도체는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다. 정치가 아니라 기업이 판단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을 만드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그 선을 넘는 순간 산업 정책은 정치가 되고 결국 국가 경쟁력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
▲발표를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솔직히 어리둥절했다. '왜 안 간다고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이재명 대통령도 경기도지사 시절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최적의 입지라고 계속 이야기했던 분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불과 얼마 전까지 '반도체가 꼭 거기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기업들이 원래부터 호남 투자를 계획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그래서 발표를 듣자마자 '이게 정말 산업을 위한 결정인가, 아니면 정치를 위한 결정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정치권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민주당 내부 정치 일정이나 권력 구도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업 정책이라기보다 정치적 판단이 앞선 것처럼 보였다.
기업은 수백조 원을 투자한다. 한 번 잘못 판단하면 기업의 미래가 흔들릴 수도 있다. 그래서 입지를 정할 때는 전력과 용수, 물류, 협력업체, 인력 수급까지 수년 동안 검토한다. 그런데 어느 날 정부가 방향을 제시하고 기업이 거기에 맞춰 움직이는 것처럼 비치는 순간 시장은 그 결정을 정치적 결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저는 그게 가장 우려됐다. 산업은 정치보다 오래간다. 정권은 5년이지만 기업은 수십 년을 보고 투자한다. 국가 전략산업일수록 정권의 정치적 필요보다 기업의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남 반도체 육성 자체에는 찬성하나.
"너무 찬성한다. 뭐라도 들어왔으면 좋겠다. 이 부분은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는 광주에서 직접 출마도 해봤고 지역 현안도 누구보다 관심 있게 봤다. 광주가 더 발전해야 한다는 데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간 여러 대안이 있었다. 기아차를 중심으로 자동차 부품산업을 더 키우자는 이야기도 있었고, 인공지능(AI) 산업을 광주의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자는 논의도 있었다. 지역의 강점을 살리는 산업을 키우자는 방향에는 저도 공감한다.
하지만 반도체는 차원이 다르다.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는 국가 전략산업이다. 그래서 더욱 시장 원칙을 지켜야 한다. 만약 광주가 다른 지역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고 기업이 스스로 '광주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서 내려왔다면 저는 누구보다 환영했을 것이다. 광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기뻤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순서가 거꾸로 됐다. 정부가 먼저 방향을 제시하고 기업이 따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발표한 자료를 봐도 '투자한다'고 확정한 것이 아니라 '기대한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만큼 기업도 신중한 단계였다고 본다.
저는 호남 반도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기업을 앞세워 특정 지역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을 반대하는 것이다. 이 둘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정부는 전력·용수 등 입지 여건을 근거로 호남이 적합하다고 설명한다.
"현재 기준에서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광주 사람들도 현실은 안다. 식수도 주암댐에서 끌어다 쓰고 불과 2년 전에도 가뭄 때문에 절수 이야기가 나왔다. 상수관 노후화 문제도 있다. 반도체 공장은 하루 24시간, 365일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받아야 하는 산업이다.
전력도 마찬가지다. 광주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지만 태양광은 시간과 날씨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도체 공장은 전압이 아주 잠깐만 흔들려도 생산 차질이 생길 정도로 민감하다. 결국 안정적인 전력망이 필수다.
인력도 고민해야 한다. 반도체는 박사급 연구 인력부터 숙련 기술 인력까지 대규모 인재가 필요한 산업인데 현실적으로 수도권에 인력과 연구기관이 집중돼 있다. 협력업체 생태계 역시 대부분 수도권과 충청권에 형성돼 있다.
그렇다고 제가 '광주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문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결할 수 있다. 물은 끌어올 수도 있고 전력망도 확충할 수 있다. 인력도 대학과 기업이 함께 투자하면 키울 수 있다.
의지만 있다면 기술적으로 극복하지 못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물이나 전기 자체를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이 그런 조건을 모두 검토한 뒤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먼저 결론을 내리고 기업을 설득하는 방식이라면 입지가 아무리 좋아도 좋은 산업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기업 투자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저는 그게 본질이라고 본다. 기업은 자기 돈을 투자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백조 원을 걸고 투자하는데 어느 지역이 가장 경쟁력이 있는지 기업이 가장 치열하게 분석할 수밖에 없다. 잘못 투자하면 손해를 보는 것도 기업이다.
그런데 정치가 '이 지역으로 가라'고 방향을 정하는 순간 시장의 신뢰가 무너진다. 저는 이재명 대통령이 오히려 그 점을 인정했다고 본다. 대통령도 '호남은 오랫동안 소외됐기에 국가가 투자해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 
또 기업 팔 비틀기 논란이 나오자 정부가 기업을 설득하고 행정적으로 지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그 발언 자체가 정부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다르다. 미국 정부가 TSMC나 인텔에 '텍사스로 가라', '애리조나로 가라'고 하지 않는다. 기업이 먼저 결정하면 정부가 세제 지원과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한다. 기업이 먼저 판단하고 정부는 그 판단을 뒷받침해야 한다. 정치가 산업의 방향을 정하는 순간 국가 경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광주가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성장하려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저는 인프라보다 '기업이 믿을 수 있는 도시'가 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이 물이나 전기부터 이야기한다.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기업이 '광주에 투자하면 안전하겠다', '사업하기 좋은 도시'라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 광주는 솔직히 기업 친화적인 이미지가 아니다. 언론을 통해 비친 모습도 그렇고 기업인들이 받아들이는 인식도 그렇다. LG 스마트팜 사업도 그렇고 복합쇼핑몰 논란도 있었다. 롯데칠성 광주공장도 결국 이전했으며 중흥건설이나 우미건설 같은 지역 기반 기업들도 서울로 본사를 옮겼다. 금호그룹도 계속 광주를 떠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사례를 다 본다. '광주에 투자하면 혹시 사업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 '노조나 시민단체 반발 때문에 계획이 틀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저는 그런 이미지를 먼저 바꿔야 한다고 본다. 민주당 도시라서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이 사업하기 편한 도시라는 신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오겠다고 하면 행정이 먼저 도와주고, 시민사회도 '좋다. 지역경제를 위해 함께 해보자'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세계적인 기업도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하나 유치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협력업체가 따라오고 연구소가 생기고 대학이 인재를 키우면서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 출발점은 결국 기업이 신뢰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박은식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지난 3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카페에서 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하는 모습. ⓒ서성진 기자
▲최근 스타벅스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봤나.
"저는 굉장히 아쉽게 봤다. 물론 5·18은 광주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역사다. 그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보면서 기업 하나를 상대로 너무 과도하게 대응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MZ세대다. 1980년을 직접 겪은 세대도 아니고 회사 매뉴얼에 따라 일하는 직원들이다. 그런데 제품을 부수고 불매운동으로 몰아가고 기업 전체를 압박하는 모습이 전국에 그대로 알려졌다.
저라면 오히려 광주시나 5·18 관련 단체가 먼저 '갈등을 키우지 말자', '기업 활동까지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냈을 것이다. 지금 신세계가 광주에 복합쇼핑몰을 추진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광주 투자를 검토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보면 기업들은 '괜히 들어갔다가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저는 그게 더 걱정된다. 광주를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업들이 광주를 더 조심스럽게 바라보게 만들 수 있다. 반도체 산업도 마찬가지다. 한 번 들어오면 끝나는 산업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함께 가야 하는 산업이다.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결국 광주에도 가장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호남이 역사적으로 소외됐기 때문에 이번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저는 그 논리로 국가 전략산업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호남이 상대적으로 낙후됐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 균형 발전도 국가가 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그런데 그 논리를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이 걸린 반도체 산업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역사를 보면 우리나라 산업축은 자연스럽게 부산과 경부축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일본과 가장 가까웠고 물류와 수출입 여건도 그쪽이 유리했다. 박정희 정부가 단순히 호남을 차별하기 위해 영남에 산업을 몰아준 것만은 아니다. 당시 국가가 가장 빨리 성장할 수 있는 선택을 했던 측면도 있다.
그렇다고 호남이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한 것은 아니다. 여수국가산업단지가 있고 광양제철소도 있다. 경부선이 발표된 이후 호남선도 추진됐다. 이후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까지 이어지면서 호남 발전을 위한 국가 사업도 꾸준히 진행됐다.
그런데 지금도 계속 '호남이 소외됐으니 반도체를 보내야 한다'는 논리를 들고 나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반도체는 정치적 보상의 대상이 아니다.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 산업이다.
저는 지역 균형 발전과 국가 전략산업은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균형 발전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나 정주여건 개선, 지역 특화산업 육성 같은 방식으로 충분히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대한민국의 생존이 걸린 산업까지 정치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결국 국가에도 도움이 안 되고 호남에도 도움이 안 된다."
▲충청·영남권에서는 역차별이라는 반발도 나온다.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게 제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이번 정책이 오히려 호남을 더 고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지역에서는 '왜 삼성과 SK는 호남만 가느냐', '왜 특정 지역만 정부 지원을 받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충청도도 그렇고 영남도 그렇고 다 지역 경제가 어렵다. 전북에서도 '새만금도 있는데 왜 광주냐'는 말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특정 지역을 먼저 정해버리면 다른 지역은 당연히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저는 그게 호남에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고 본다. 지금은 자꾸 '호남 대 비호남' 구도로 가고 있다. 굉장히 위험한 신호다. 스타벅스 논란도 그렇고 이번 반도체 논란도 그렇고 계속 쌓이다 보면 '호남이 정치적 힘으로 기업까지 끌어간다'는 잘못된 인식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면 수도권과 호남의 거리도 더 멀어질 수 있다. 결국 호남을 위해 시작한 정책이 오히려 호남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을 저는 가장 우려한다. 그래서 더더욱 절차가 중요하다. 지역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기업이 그 가운데 가장 좋은 곳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결과에 승복할 수 있고 지역 갈등도 최소화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논란을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호남 발전을 반대하는 것처럼 비쳐서는 절대 안 된다. 저도 광주 사람이고, 호남이 발전해야 한다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국민의힘도 그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호남이라서 안 된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민주당 프레임에 말려드는 것이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지역이 아니다. 공정과 절차의 문제다. 기업이 공개적으로 경쟁을 붙이고 각 지역이 조건을 제시하고 그 결과 광주가 선택됐다면 저는 누구보다 박수를 쳤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정부가 방향을 정해 놓고 기업이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계속 그 점을 이야기해야 한다. '호남을 반대한다'가 아니라 '기업 자율성과 공정한 경쟁이 무너졌다'는 점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또 하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호남에도 얼마든지 기업이 들어올 수 있다. 데이터센터도 그렇고 AI 산업도 그렇고 스마트팜도 그렇다. 우리 기업만 바라볼 필요도 없다. 해외 기업이 오겠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기업이 먼저 선택하는 투자라면 저는 얼마든지 찬성한다. 정치는 뒤에서 지원하면 된다. 그러한 메시지를 내야 국민의힘도 '호남 발전을 반대하는 정당'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는다."
▲호남에서 국민의힘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무엇부터 바뀌어야 하나.
"민주당을 따라가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호남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 조직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저도 직접 출마해봤지만 선거를 치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선거비를 보전받기도 어려운 구조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원칙을 지켜야 한다.
국민의힘은 '우리는 국가 산업을 이렇게 보겠다', '우리는 자유시장경제를 이렇게 지키겠다'는 철학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민주당과 똑같은 이야기를 하면 국민들이 굳이 국민의힘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광주에도 분명히 시장경제와 기업 경쟁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민들이 있다. 저는 그런 분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고 본다. 지역민들이 실제 원하는 정책도 계속 발굴해야 한다. 
복합쇼핑몰처럼 시민들이 원하는 사업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기업이 들어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정치가 뒷받침해야 한다. 그렇게 10년, 20년 꾸준히 신뢰를 쌓아야 한다. 선거 한 번 앞두고 공약 몇 개 던진다고 호남 민심이 바뀌지는 않는다."
▲ 박은식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지난 3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카페에서 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하는 모습. ⓒ서성진 기자
▲호남 출신 보수·우파 정치인으로 활동하며 가장 크게 느낀 국민의힘의 한계는 무엇인가. 
"가장 큰 한계는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정치의 파트너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저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직장을 다니다가 아버지가 아프시면서 광주를 자주 오가게 됐다. 그러면서 지역 현실을 더 가까이에서 보게 됐고 칼럼도 쓰고 시민단체 활동도 하다가 결국 직접 출마까지 했다.
광주가 이러한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러다 보니 저를 싫어하는 분들도 많았다. 그건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을 단순히 경쟁 정당이 아니라 정치에서 없어져야 할 대상으로 보는 시각은 바뀔 필요가 있다.
당도 아쉬운 점이 많다. 호남에서 어렵게 정치한 사람을 꾸준히 키우는 시스템이 없다. 예를 들어 호남에서 한 번 출마해 기반을 닦은 사람이 있으면 다음에는 비례대표를 주거나 당직을 맡겨 정치를 계속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게 성장한 사람이 다시 호남으로 내려가 후배를 키우고 지역을 다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져야 한다.
정치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10년, 20년 꾸준히 사람을 키우고 지역을 관리해야 한다. 호남도 그렇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이번 사안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지역 대결 구도로 끌고 가면 안 된다. 지금 가장 우려하는 것도 그 부분이다. 계속 '호남 대 비호남' 구도로 가면 결국 모두가 손해다. 국민의힘은 지역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 '호남이라서 안 된다'가 아니라 '공정한 경쟁이 깨졌다'는 점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기업이 지역을 선택하고 정부는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대안을 계속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 경쟁력도 살리고 지역 갈등도 줄이는 길이다.
또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 경쟁을 해서는 안 된다. 지역민이 실제 원하는 정책을 꾸준히 발굴해야 한다. 복합쇼핑몰처럼 주민들이 체감하는 사업도 필요하고 데이터센터나 AI 산업처럼 기업이 먼저 제안하는 투자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저는 호남 발전 자체를 반대한 적이 없다. 오히려 호남이 제대로 발전하려면 정치가 아니라 기업이 선택하는 도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호남에도 가장 도움이 되는 길이고 대한민국 산업에도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믿는다."
▲장동혁 대표 체제는 어떻게 평가하나.
"선거 결과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지는 것이 맞다고 본다. 정치는 결국 결과로 평가받는 영역이다. 선거에서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 지도부가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 지금까지 일반적인 관례였다. 그러한 의미에서 장동혁 대표도 책임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치인 한 사람을 한 번의 판단으로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를 하면서 판단이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다시 국민과 당원들의 평가를 받는 것이다. 본인이 정치적으로 재신임을 받고 싶다면 전당대회에 출마해 평가받으면 된다.
저는 지금 보수에 필요한 것은 대통합보다 '대연합'이라고 생각한다. 통합이라는 말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까지 하나로 만들겠다는 의미가 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장동혁 대표, 한동훈 의원, 이준석 대표 등 각자의 가치와 노선을 인정하면서도 정권 교체와 자유민주주의라는 큰 목표 아래 힘을 합치는 것은 가능하다.
지도체제도 장기적으로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대표 한 사람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구조에서는 선거가 끝날 때마다 계파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대권주자급 인사들이 함께 지도부를 구성하는 집단지도체제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이 잃지 말아야 할 것은 자유시장경제라는 원칙이다. 이번 반도체 논란도 결국 그 원칙의 문제다. 기업이 결정하고 국가는 지원하는 구조를 지켜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에 흔들리기보다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으로 승부해야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