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을 내일 당장 회복해도 아무 문제 없다”고 잇따라 말했다. 그런데 정말 아무 문제가 없을까. 북한 핵탄두 100여기와 탄도미사일이 대한민국을 겨누는 지금도 말이다. 국방부 출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KIDA) 이상규 센터장에 따르면 북한이 2025년 현재 보유한 핵탄두는 127~150기로 추정된다. 2040년엔 최대 429기로 늘어난다. 북한은 이제 핵보유국 수준을 넘어 핵전력을 대량으로 보유하는 국가가 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른바 군 통수권에 속하는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의 말 속에선 전작권이 마치 대한민국 주권의 상징인 양 부각하고 있다. 그런 중대 사안을 이 대통령은 철저한 준비하지 않고 조기에 회복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얘기한다. 중대한 일을 쉽게 할 수 있다니 모순 아닌가. 국민의 안위가 달린 군사적인 사안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대한민국 군 통수권자의 이면에 숨은 불편한 진실은 무엇일까. 전작권을 그렇게 쉽게 회복할 수 있었으면 6.25 전쟁 휴전 이후 왜 지금까지 미뤄왔을까? 전작권을 조기에 가져오면 대한민국은 더 안전해질까? 북한은 좋아할까 아니면 싫어할까? 의문점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재명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서둘러 전환(회복)하려고 시동을 걸고 있다. 이 사안은 현대 한국 안보에 가장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대량의 핵무기와 새로운 드론 전술 등으로 무장했고, 북한과 중국, 러시아는 1950년 6.25 전쟁 때처럼 다시 힘을 모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런 시기에 한국군은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전작권을 가져오려고 한다. '김민석의 밀리터리&Space’는 전작권 조기 전환 이슈를 3회 시리즈로 점검해본다. 첫 회는 전작권 조기 전환과 관련된 전반적인 이슈들과 문제점, 2회는 전작권 전환을 위한 3가지 조건에 대해 상세히 분석, 3회는 현재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조기에 추진한 이후 야기될 심각한 안보 문제에 관해 정리한다.
전작권은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면 작전계획이나 작전명령에 명시된 특정 임무나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주어진 권한이다. 현재는 미군 4성 장군(대장)인 한미연합사령관이 전작권 수행 임무를 맡고 있다. 연합사령관은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면 한·미 대통령과 합참의장으로부터 전략지시를 받는다. 이 전략지시를 근거로 연합사령관은 전시에 한·미군과 유엔 참전국이 파병한 병력까지 모두 통제해 북한의 침공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위한다.
전작권 회복은 한미연합사사령관을 한국군 대장으로 바꾸는 문제
전작권 회복(전환)이란 미군 연합사령관이 갖고 있는 전작권을 한국군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전작권은 1950년 한국전쟁 때 이승만 대통령이 더글라스 맥아더 유엔사령관에게 서신을 보내 한국 방위를 부탁하며 이양했다. 구체적인 전작권 전환 방법은 현재의 한미연합사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연합사령관(미군 대장)과 부사령관(한국군 대장)을 서로 맞바꾸는 것이다. 전작권 회복 뒤엔 ‘미군 연합사령관-한국군 부사령관’ 체제가 ‘한국군 사령관-미군 부사령관’으로 바뀐다.
한국의 전작권 구조는 유럽의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와 비슷하다. 나토 회원국들도 한국처럼 미군 장성인 나토사령관에게 전작권을 이양하고 자국의 핵심적인 군대를 맡기고 있다. 이들 국가들이 자주독립국이 아니라거나 자주국방을 못해서가 아니다. 자존심이 문제가 아니라 러시아 등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안전하게 지키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전작권을 미군 사령관에게 맡기고 있다.
북핵 때문에 ‘시기’가 아니라 ‘조건’으로 바뀌어
그렇다면 이 대통령과 안 장관의 얘기대로 한국군이 전작권을 조기에 회복해서 한국군 연합사령관이 한·미군과 유엔군을 통제해 군사작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 따져보자. 전작권 회복을 본격 추진한 것은 노무현 정부부터였다. 한·미는 전작권을 2012년 4월 17일까지 환수하기로 2007년 합의했다. 그러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북한이 핵 개발을 본격화하자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5년 12월 1일로 조정했다. 박근혜 정부 때엔 북한이 수소폭탄을 실험하는 등 핵 개발 고도화에 성공했고, 탄도미사일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래서 한·미는 2015년으로 정해진 전작권 전환을 시기에 못 박지 않고 ‘조건에 기초한 전환’에 합의했다.
한·미 양국이 합의한 전작권 전환의 조건은 3가지다. 먼저 [조건 1]은 ‘연합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구비’다. [조건 2]는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능력’이다. [조건 3]은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이다. 여기서 [조건 1]은 군사적인 사안이다. [조건 2와 3]은 핵과 정치·외교적인 안보 환경 문제로 외생변수다. 따라서 [조건 1]은 한·미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채울 수 있다. 그러나 [조건 2·3]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 그리고 국제정세가 함께 결정한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선 한·미의 한계를 벗어난다.
한·미 양국은 전작권 전환을 위해 군사적 능력인 [조건 1]을 우선 평가하기로 했다. [조건 1]은 3단계의 평가와 검증 과정을 거친다. 기본운용능력(IOC: Initial Operational Capability)→완전운용능력(FOC: Full Operational Capability)→완전임무수행능력(FMC: Full Mission Capability) 등 3단계다. 양국은 2019년 한국군에 대해 IOC를 검증해 통과시켰다. 2022년엔 2단계인 FOC를 평가했지만, 아직 검증은 하지 않은 상태다. 시험은 치렀지만, 합격 여부는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설사 한국군이 [조건 1]의 2·3단계인 FOC와 FMC까지 통과하더라도 외생변수인 [조건 2]와 [조건 3]을 충족해야 전작권 전환이 이뤄진다.
한국군, 전작권 전환 3단계 조건의 출발선상
한국군이 ‘패스’한 IOC는 전작권 전환의 3가지 조건 가운데 하나인 [조건 1]의 1/3쯤에 해당하는 초기 단계의 검증이다. 3가지 조건 전체로 보면 대략 1/9 가량 마친 셈이다. 마라톤으로 치면 이제 출발선을 겨우 벗어나려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통령은 마치 3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한 것처럼 얘기한다. 군사적인 감각으로 현실을 직시해야 할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분위기에 휩쓸려 이 대통령의 말에 맞장구만 치고 있다. 집을 짓는다면 기초공사를 겨우 마친 상태인데, 정치권은 벌써 입주식을 하겠다는 식이다.
심지어 안 장관은 지난 5월말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안보대화에서 “한국이 2020년 전작권 전환 조건의 94%를 이미 충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작권 추진단장을 지낸 육군 예비역 장성은 “당시 기준으로 전작권 전환에 소요된 예산의 94%를 집행했다는 의미”라며 “전작권 조건과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장성은 “지금은 AI를 활용한 전쟁 수행 기법의 발전,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능력 확충 등 안보 상황이 너무나 많이 바뀌었다”며 “안 장관이 언급한 94%는 현재 시각에선 의미가 크게 떨어지는 수치”라고 말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대한민국 군 통수권에서 제기한 전작권 조기 전환에 이견을 표시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4월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정치적 편의가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앞지르지 않도록 계속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작권 전환은 정치 사안이 아니라 군사적인 문제라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한국군이 전작권을 행사할 능력을 충분히 검증받지 못했다는 취지다. 검증되지 않은 감독에게 월드컵 지휘봉을 맡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더구나 한국군이 전작권을 가져오면 한국군 대장이 우리 국민과 한국군 장병만이 아니라, 미군 장병과 유엔군 장병의 생명까지 책임져야 한다.
[조건 1]은 언젠가 해결, [조건 2와 3]은 한국 혼자 해결 안 돼
한국군이 군사적 사안인 [조건 1]을 아직도 확보하지 못했지만, 북한 핵·미사일 대응에 관한 [조건 2]와 한반도 외부 환경인 [조건 3]을 고려하면 전작권 전환에 대한 평가는 정말 만만치 않은 과업이다. [조건 1] 연합방위 주도할 핵심군사능력의 주요 평가항목인 전쟁 지휘·운용 여건은 크게 변했다. 최근 이란 전쟁에서도 나타났듯이 미군은 AI를 활용해 ‘정보분석 및 표적리스트 작성-작전계획 및 결심-작전지시(표적 정보 포함)’ 등의 작전절차를 매우 신속하게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군은 AI를 활용한 정보-작전 시스템이 거의 구축돼 있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 한국군이 연합군과 유엔군을 통합 지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조건 2]의 핵심인 북한 핵은 한·미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한 2015년 이후 진화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젠 미국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선 한국이 북핵에 대응할 수 없다. 그런데 한국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개발은 어렵다. 북한은 핵무기만 늘린 게 아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와 함께 싸우며 드론전과 전자전, AI 표적화, 대량 소모전까지 실전을 통해 배우고 있다. 2015년의 북한군과 2026년의 북한군은 완전히 다른 군대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번 전작권 논의에서 북핵 능력의 급속한 고도화와 그에 따른 [조건 2]인 북핵 대응능력의 충족 여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또 [조건 3]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반도 주변의 안보 여건은 2015년보다 나아져야 하는데 2026년 현재 더욱 악화되고 있다. 우선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이다. 한반도 안보와 연결된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박은 더 거세지고 있다. 특히 6.25 전쟁 때처럼 북·중·러 등 대륙의 권위주의 국가들이 다시 힘을 모으는 분위기다.
요약하자면 한국군이 군사적 사안인 [조건 1]을 감당할 능력도 아직 확보하지 못했지만, 북한 핵·미사일 대응에 관한 [조건 2]와 한반도 외부 환경인 [조건 3]을 고려하면 전작권 전환에 대한 평가는 정말 만만치 않은 과업이다. 전작권 전환의 [조건 1]은 한·미가 돈과 시간을 들이면 언젠가는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조건 2]의 북핵과 [조건 3]인 국제 안보정세는 한국이 아무리 노력해도 혼자서는 해결이 쉽지 않다.
전작권 회복은 전쟁 때 국민 생명·재산 지키는 게 목적
무엇보다 전작권은 가져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전쟁에서 이길 권리를 가져오는 게 더 중요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모두가 걸린 사안 아닌가. 북한은 한국 대통령의 연설이 아니라 한국군과 미군의 능력을 본다. 전작권 전환의 전체 과정에서 한국군은 현재 마라톤의 출발선 부근에 서 있는 셈이다. 또 전작권 회복의 대부분 조건들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합의했던 2015년보다 월등히 악화됐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자주권’‘군사주권’ 등 감성적 목소리로 전작권 조기 전환을 강제하려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한국군 대장이 연합사령관이 되는 게 아니다. 전쟁이 나면 반드시 이기는 군대와 안보시스템을 원한다. 한국이 전작권을 회복하면 북한과 중국 등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더 잘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의 핵심이다.
아산정책연구원 차두현 부원장은 『안보환경 변화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한 새로운 접근』(2025. 10)에서 “군사주권을 내세우며 ‘우리도 할 수 있다’며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명분에 집착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정치는 전작권 전환시기를 결정할 수는 있지만, 군사능력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그리고 전작권 전환은 자존심 회복에 있는 게 아니라 국민의 안전이 시험대에 올라가느냐에 있다. 한 가지만 더 기억하자. 전작권 전환의 기준이 ‘시기’에서 ‘조건’으로 바뀐 이유는 정치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전쟁 환경이 그 조건을 바꿨다. 전작권 전환의 조건은 단순한 시험문제가 아니다. 상대도 함께 움직이는 목표다. 북한 핵과 전쟁 방식이 진화할수록 전환 조건은 더욱 엄격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