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빈 워시 연준 의장.ⓒ연합뉴스.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수장들이 AI(인공지능)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에 예상치 못한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며 금융안정과 감독체계 전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1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막을 내린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중앙은행 포럼에서는 AI가 금융시장, 노동시장, 금융감독, 사이버 보안 등 거의 모든 논의를 관통하는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이번 포럼에서 처음 국제무대에 오른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AI를 가장 중요한 경제 변화로 꼽았다.
워시 의장은 "지금은 우리 생애에서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화가 진행되는 시기"라며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누가 우버 운전사 15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겠느냐. 우리는 이제 막 AI 혁명의 첫 장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포럼에서는 AI가 금융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위험으로 자산 거품과 시장 왜곡이 지목됐다.
국제결제은행(BIS) 역시 최근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서 현재 AI 투자 열풍의 규모와 속도가 1840년대 영국 철도 투자 붐과 1920년대 자산 버블, 닷컴 버블 등 과거 대형 자산 거품 형성기와 유사하다며 단기적인 하방 위험을 경고한 바 있다.
AI 투자 열풍이 어느 방향으로 전개되더라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로크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이미 약 1%포인트(p) 끌어올렸지만, 최근 AI 관련 주식은 조정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가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내면 노동시장 충격과 소비 위축이 나타날 수 있고, 반대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막대한 투자금이 회수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어느 경우든 금융안정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AI 기반 알고리즘이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펜실베이니아대의 이타이 골드스타인 교수는 "AI 알고리즘이 가격 조작 방식을 서로 학습하면서 거품을 확대하고 급락을 유발하는 능력을 실제로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금융안정에 훨씬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감독 체계도 새로운 과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됐다.
토비아스 아드리안 국제통화기금(IMF) 통화·자본시장국장은 "AI가 대출 심사와 신용평가를 내릴 경우 감독당국이 그 판단 과정을 검증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사실상 블랙박스와 같은 AI 의사결정이 앞으로 핵심적인 감독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라 브리던 영란은행(BOE) 부총재는 AI 확산으로 금융기관의 사이버 공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예금보험과 유사한 형태의 안전장치 도입 필요성을 제안했다.
티프 맥클렘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도 "인터넷은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냈지만 결국 닷컴 버블을 피하지 못했다"며 AI 투자 열풍 역시 과열 이후 조정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