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성진 기자
선관위와 수의계약을 맺은 업체가 계약 일주일 뒤 선관위 퇴직자를 월 700만 원이 넘는 보수로 채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선관위는 계약업체 취업 사례를 별도로 파악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국회 국정조사에서는 수의계약 업체와 퇴직 직원 사이의 유착 가능성을 관리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수의계약은 경쟁 입찰을 거치지 않고 적합한 특정 상대를 임의로 선택하여 직접 체결하는 계약 방식이다. 일반 경쟁입찰보다 절차가 간단한 대신 특정 업체에 일감이 몰리거나 전·현직 직원과의 유착이 생기지 않도록 더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1일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이 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선관위 퇴직자 A 씨는 2022년 11월 1일 한 업체에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직위는 수석부장이었다. 맡은 일은 정보화사업 기획과 설계였다.
A 씨는 이 업체에서 2023년 6월 30일까지 8개월 동안 근무했다. 업체가 A 씨에게 지급한 금액은 수당을 포함해 모두 5900만 원이었다. 한 달로 따지면 700만 원이 넘는 금액이다.
문제는 이 업체가 선관위에서 근무하던 A 씨를 채용하기 바로 직전, 선관위와 수의계약을 맺었다는 점이다. 이 업체는 A 씨를 채용하기 엿새 전인 2022년 10월 26일 중앙선관위와 '선거구획정 지원프로그램 기능개선'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1430만 원이었다.
이 외에도 선관위는 최근 5년간 전체 계약 2665건 중 2187건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비율은 82.1%다. 특히 올해 수의계약 비중은 87.7%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 강동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직무대리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주 의원실은 통상 채용 절차에 일정 기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수의계약 진행과 채용 절차가 같은 시기에 맞물렸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주 의원은 이날 국회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도 질의를 이어갔다.
주 의원이 "수의계약 체결 업체 중 선관위 직원이 근무하거나 근무했던 업체가 있느냐"고 묻자 강동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직무대리는 "국회 자료 요구를 받고 파악해 보니 한 분이 한 곳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고 답했다.
주 의원은 "선관위가 별도로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강 직무대리는 "각종 업체에 선관위 직원 출신이 있는지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주 의원이 "그게 관리 부족"이라며 "수의계약이 이렇게 많을 때는 부패하지 않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하자 강 직무대리는 "수의계약 비율이 많다고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퍼센티지만 보지 말라"고 했다.
또한 주 의원이 "선관위 직원이 수의계약 업체에 근무하고 있지 않느냐"고 따지자 강 직무대리는 "직원이 근무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답했다.
주 의원이 "퇴직하고 가 있지 않느냐"고 재차 묻자 강 직무대리는 "4급 이상은 취업제한 여부를 따지지만 5급 이하는 따지지 않는다"며 "5급 이하 출신이라고 취업의 자유를 막기는 어렵지 않느냐"고 했다.
주 의원은 "그게 사각지대다. 그걸 관리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강 직무대리는 "해당 직원이 수의계약에 영향력을 미쳤다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지만 그 부분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주 의원은 선관위가 관리하지 않은 문제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말로 넘기고 있다며 전수조사와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