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원회를 장악했지만 정작 당 안팎에서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호남 반도체' 육성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는 상황에서 소관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야당 몫으로 돌린 것이 타당하냐는 논란 때문이다. 아울러 핵심 상임위원장을 특정 계파가 대거 차지하자 내부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에서 원 구성 협상에 나섰던 한병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의 강성 지지 그룹인 '뉴이재명'으로부터 융단 폭격을 맞았다.
뉴이재명 그룹은 한 대행에게 항의 문자를 보내며 국토위와 산자위를 야당인 국민의힘에 넘긴 결정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이들은 한 대행이 문자를 읽지 않으면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에게 항의 문자를 보내야 한다며 온라인상에서 천 수석의 연락처까지 공유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 법사위와 정무위·재정경제기획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국방위·행정안전위·문화체육관광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운영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몫으로 교육·외교통일·보건복지·국토·산자·성평등가족·정보위원회 등 7개 상임위를 배분했다.
천 수석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임위원장 배분 기준에 대해 "의석 수 비율에 따라 11대 7로 나눈 것"이라며 "국토위와 산자위처럼 전통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경제 상임위는 국민의힘에 우선 배분하는 방식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핵심 상임위를 대거 차지하고도 정작 이 대통령의 역점 사업과 직결된 상임위를 야당에 내준 것은 '전략적 판단 미스'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산자위는 산업 정책과 반도체 지원 법안, 기업 투자 유치 등을 총괄하는 핵심 상임위이며, 국토위도 산업단지 조성과 인프라 구축, 지역 개발 계획과 직결되는 만큼 사실상 호남 반도체 구상의 양대 축으로 꼽힌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광주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정부는 기업의 투자 계획이 확정됨과 동시에 기업의 시간표대로 신속히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위한 산업단지 조성 절차와 기업 투자 일정에 맞춰 신속하게 부지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와 손발을 맞춰야 할 집권당이 정작 소관 상임위를 국민의힘에 넘기자 뉴이재명은 "대통령의 호남 반도체 정책을 국민의힘이 망치면 한병도가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의 항의를 쏟아내고 있다.
이뿐 아니라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민주당 몫의 상임위원장 인적 구성도 문제가 되고 있다.
운영위원장은 관례대로 여당의 원내대표인 한 대행이, 법사위원장은 서영교 의원이 계속 맡게 됐다.
정무위원장은 유동수 의원, 재경위원장은 조승래 의원, 과방위원장 송기헌 의원, 국방위원장 진성준 의원, 행안위원장 김영진 의원, 문체위원장 이재정 의원, 농해수위원장 서삼석 의원, 기후노도위원장 김정호 의원, 예결위원장은 이광재 의원이 낙점됐다.
상임위원장의 면면을 보면 한 대행과 김영진 의원을 제외하고 대부분 '친문·친노'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했다는 평이 나온다. 상임위원장 인선에서 친명계 인사들이 배제됐다는 시각이 나오면서 뉴이재명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뉴이재명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친명계인 이언주 의원이 지지자들에게 회신한 문자 내용이 공유됐다.
이에 따르면 이 의원은 "호남 투자 관련 상임위는 무조건 가져와야 할 텐데 이상하게 넘겨주려 한다. 인원 구성도 이상하다"는 민주당 지지자의 문자에 "그러게요. 저한테 제대로 상의도 하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두 번이나 하고 잘 모르겠다 어찌된 영문인지"라고 답했다.
앞서 3선인 이 의원은 지난달 12일 JTBC '장르만 여의도'에서 AI 관련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AI 정책의 주무부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과방위가 소관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번 상임위원장 배분 논란이 단순한 원 구성 문제를 넘어 계파 갈등이 심화하는 전당대회 구도와 맞물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권을 둘러싼 친명계와 친문(친문재인 또는 친정청래)계의 싸움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번 상임위 배분 과정에서 미묘한 알력 다툼이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핵심 국정 과제와 직결된 국토위·산자위 배분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아쉬운 목소리가 있다"며 "상임위원장 인선도 특정 계파에 편중됐다는 인식이 확산하면 전당대회를 앞두고 또 하나의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