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르영화의 흐름 속에서 한 획을 그은 여성 감독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기획전이 열린다.

1일 여성영화인모임과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공동기획 프로그램 '여성 감독 장르영화 11'의 상영작과 연계 행사 일정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3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특별기획 '아시아 장르영화 99', '한국 장르영화 33'과 함께 기획됐다. 지난 30여 년간 한국 장르영화의 발전 과정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지만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했던 여성 감독들의 작품세계를 다시 살펴보자는 취지다.

여성영화인모임은 앞서 1998년 작품부터 2020년 작품까지 여성 감독이 연출한 한국 장르영화 11편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올해 영화제에서는 '궁녀', '연애의 온도', '미씽: 사라진 여자', '4인용 식탁', '오로라 공주' 등 5편을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선정된 작품들은 서로 다른 장르를 통해 여성 인물과 관계, 권력, 상실, 생존 등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풀어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김미정 감독의 '궁녀'는 궁궐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권력 구조 속 여성들의 생존을 미스터리 사극으로 담아냈고, 노덕 감독의 '연애의 온도'는 로맨틱 코미디 형식을 빌려 사랑과 이별의 현실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그렸다.

이언희 감독의 '미씽: 사라진 여자'는 실종 사건을 중심으로 돌봄과 계층, 젠더 문제를 함께 녹여냈으며, 이수연 감독의 '4인용 식탁'은 심리적 공포와 억눌린 기억을 결합해 한국 호러영화의 새로운 결을 제시했다. 방은진 감독의 '오로라 공주'는 딸을 잃은 어머니의 복수를 통해 강렬한 여성 캐릭터를 구축한 범죄 스릴러로 평가받는다.

상영 이후에는 감독들과 관객이 직접 만나는 대화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김미정, 노덕, 이수연 감독이 GV(Guest Visit·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하며, '오로라 공주' 상영 뒤에는 방은진 감독과 배우 엄정화가 함께하는 메가토크가 마련된다.

특별기획전과 연계한 포럼도 열린다.

오는 7월 5일 오후 CGV 소풍에서는 '여성에게 장르를 허하라'를 주제로 포럼이 개최된다. 한국 장르영화에서 여성 감독들이 만들어온 성과를 돌아보고, 상업영화 제작 환경과 여성 서사의 확장 가능성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다.

포럼 사회는 여성영화인모임 김선아 대표가 맡고, 노덕 감독과 이언희 감독, 변승민 제작자, 심재명 제작자, 손희정 영화평론가가 패널로 참여한다. 창작과 제작, 비평 등 다양한 시각에서 여성 감독 장르영화의 현재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짚을 예정이다.

이번 특별기획은 단순히 여성 감독들의 대표작을 다시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국 장르영화의 역사 속에서 충분히 기록되지 못했던 여성 창작자들의 흐름을 재조명하고, 앞으로 보다 다양한 시선과 서사가 장르영화 안에서 확장될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관계자는 "여성 감독들이 장르영화에서 남긴 성취는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라 꾸준히 이어져 온 하나의 흐름이었다"며 "이번 특별기획전과 포럼이 한국 장르영화의 지형을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 사단법인 여성영화인모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