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새 감사위원에 친명(친이재명) 성향 인사를 재차 임명하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대선 후보 시절에는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공약하고 정작 측근 중심의 '코드 인사'를 단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국민의힘은 "헌법이 부여한 독립 기구를 정권의 '사설 방탄소'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26일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새 감사위원으로 임명했다. 이 감사위원은 현 정부 출범 후 청와대 사법제도비서관으로 근무하다가 지난 2월 사퇴했다. 청와대를 떠난 지 4개월 만에 감사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 감사위원은 이 대통령과 정치적 인연이 깊다. 그는 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2023년부터 당 혁신위원으로 활동했다. 민주당은 당시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 당을 혁신하겠다는 취지로 이 감사위원과 같은 외부 인사를 다수 수혈했다. 차지호·김남희 민주당 의원은 당시 외부 인사로 혁신위에서 활동하다가 제22대 총선에서 뱃지를 달았다. 이 감사위원은 당시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을 지냈다.
이 감사위원은 2022년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 감사위원을 포함한 '애국지식인 대표 33'인은 같은 해 3·1절을 맞아 행사를 열고 "이재명 후보만이 선조들의 뜻을 이어받고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는 후보"라고 발표했다. 
감사위원은 차관급 공직자로서 감사원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감사위원회의 구성원이다. 행정 권력 감시를 위한 주요 감사 계획 및 결과 등을 심의·의결하는 만큼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감사원장을 포함해 7인 체제인 감사위원회는 윤석열 정부 때 임명된 김영신·유병호·백재명 감사위원과 이 대통령이 임명한 김호철 원장, 이진국·최승필·임선숙 위원으로 이뤄졌다. 이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가 과반이 된 것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2월 임명한 임선숙 감사위원도 친명 인사로 평가받는다. 임 감사위원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인 2022년 9월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이듬해 3월 '친명 일색의 당직자를 교체해야 한다'는 비명(비이재명)계 요구에 따라 당직 개편이 이뤄지면서 최고위원직을 내려놨다.
임 감사위원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는 김혜경 여사를 보좌하는 민주당 중앙선대위 배우자실장을 지냈다. 임 감사위원의 배우자는 정진욱 민주당 의원이다. 정 의원은 20대 대선 때 이재명 캠프에서 대변인을 지낸 뒤 이재명 당대표 정무특보를 맡은 친명 인사로 꼽힌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청와대에서 김호철 감사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뉴시스
앞서 이 대통령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인 김호철 감사원장을 임명할 당시에도 '편중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현 정부에서 임명된 주요 고위직 인사 중 민변 출신이 다수 기용됐기 때문이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 조원철 법제처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이용철 방위사업청장, 정한중 소청심사위원장, 김희수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이상갑 국정원 감찰실장, 송기호 국가안보실 안보3차장, 차지훈 주유엔대사 등이 민변 출신이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민변에서 활동했다.
조원철 법제처장과 차지훈 대사, 이찬진 원장은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18기)로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기도 하다. 김희수 실장도 이 대통령의 대북 송금 사건을 변호한 이력이 있다.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들이 주요 요직에 대거 등용되면서 '보은 인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최근 이 감사위원의 후임으로 박지영 변호사가 청와대 사법제도비서관에 임명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박 비서관은 내란특검팀 특검보 출신인데, 이 대통령의 정적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수사한 성과로 청와대 요직에 영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과 김 여사를 보좌한 인사를 감사위원으로 임명하자 "대놓고 '대통령 친위대'와 '가신 그룹'으로 채웠다"고 비판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감사원을 정권의 사유물로 전락시키겠다는 노골적인 선포와 다름없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들의 실정과 비리를 덮기 위한 방탄용 '알박기 인사'가 아니라면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하다"며 "헌법이 부여한 독립 기구를 정권의 '사설 방탄소'로 전락시킨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더 이상 '감사원이 대통령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는 의혹과 우려를 낳아서는 안 된다"고 밝힌 것을 두고는 '말 바꾸기'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감사원을 국회 소속으로 이관하는 내용의 개헌안도 공약하면서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이 온갖 감언이설을 늘어놓더니 막상 권력 잡으니까 대놓고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며 "과거 정권들은 형식적으로나마 국민 눈치라도 보며 측근 임명을 사리는 시늉이라도 했지만, 이재명 정권은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정파 색 뚜렷한 이들을 버젓이 내리꽂고 있다. 감사원을 정권 사유물로 만들어서 대놓고 '방탄막' 치겠다는 소리밖에 더 되나"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