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의 '호남 반도체' 추진을 정치 일정에 맞춘 졸속 발표로 보고 국정조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민의힘 부산·울산·경남 지역 의원들은 정부가 호남을 선택한 근거와 다른 지역을 배제한 기준을 명확히 밝히라고 압박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0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1만 원짜리 연어덮밥도 국정조사를 했는데 800조 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에 대해서 못 할 이유가 없다"며 "천문학적 투자에 관한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대로 지키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준비되지 않은 졸속 추진은 호남에도 이익이 되지 않고 대한민국 전체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와 여당이 이와 같은 정당한 문제 제기를 회피한다면 야당은 국정조사를 진지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전날 삼성전자와 SK그룹 등 대기업 총수들과 함께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연 것을 두고도 강하게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들을 좌우로 들러리 세운 채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를 운운하는 모습이야말로 관치 경제의 상징"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도 문제 삼았다. 정 원내대표는 "지금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이번 정부의 발표는 국민의 혈세와 대기업의 자본으로 전당대회 사전 운동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지역 균형 발전은 이런 얄팍한 정치공학과 권력의 강압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부산·울산·경남 지역 의원들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압박했다.
이들은 "정부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며 "왜 호남인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부울경을 비롯한 다른 지역과 어떻게 비교했는지 국민 앞에 밝히라"고 했다.
부울경 의원들은 입지 평가표와 전력 공급, 용수 확보 계획 공개도 요구했다. 이들은 "부지와 인허가 계획, 인력 양성, 협력사 이전, 물류망, 정주 여건, 환경영향, 예산 지원 근거와 예측 지원 규모를 공개하라"며 "국비가 투입되는 만큼 국회와 국민의 검증을 피해서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력 문제에 대해서는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라며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원전, 송전망, 변전시설, 예비전력, 전력요금까지 종합대책이 있어야 한다. 이번 발표에는 그 어느 것 하나 준비가 돼 있지 않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용수 문제도 따졌다. 이들은 "하루 필요한 물의 양, 취수원, 관로, 환경 영향, 농업용수와 생활용수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며 "대통령의 말과 청와대의 발표만으로 부족한 전력과 물이 생길 수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호남 반도체 구상이 산업정책보다 정치 일정에 맞춘 기획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부울경 의원들은 "지금의 반도체 산업 호남 투자는 모든 과정이 불투명하다"며 "발표부터 해놓고 뒤늦게 근거를 맞추는 방식은 산업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기획이고 '표(票)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