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석 국무총리(왼쪽 첫번째)가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빈소에서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두번째),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오른쪽 두번째),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오른쪽 첫번째)와 대화하는 모습. ⓒ뉴데일리DB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범여권 진영의 노선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친노·친문 진영이 연일 이재명 대통령과 '뉴이재명' 세력을 견제하는 동시에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시사하자 친명(친이재명)계는 반발하고 있다. 구(舊)주류 중심의 세력 재편이 아닌 이 대통령 중심의 '원팀 지도부'가 구성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등 친노·친문(친노무현·친문재인) 진영은 연일 이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뉴이재명'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유 전 이사장은 지난 26일 공개된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유튜브 방송에서 "대통령의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열렬히 지켜주고 응원했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증축"이라며 "그런데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뉴이재명에 대해서도 "민주 개혁 진영의 정상 세포들을 이들(친명)이 공격한 것이다. 자가면역 질환"이라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대통령의 외연 확장 시도와 이를 지지하는 뉴이재명을 문제 삼으며 '정통성'을 자처하는 친노·친문 지지층을 대변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조 전 대표도 윤석열 정부 당시 이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부당하게 바라본 주체가 기존의 친여 지지층이라는 취지로 연일 뉴이재명 세력을 견제하고 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 "'시사인' 분석 중 주목하는 점. 윤석열 정권의 이재명 대표 수사가 부당했는가에 대한 판단이 기존 지지층과 뉴이재명 사이에 분명한 차이가 난다"는 글을 올리며 한 막대 그래프 그림을 공유했다. 조 전 대표가 공유한 그래프에 따르면 '지난 정부의 이재명 수사는 부당했다'는 평가가 뉴이재명(22%)보다 기존 지지층(68%) 사이에서 높았다.
이 대통령의 정치적 정통성과 핵심 동력은 뉴이재명보다 기존의 여권 지지층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외연 확장 기조를 견제하는 조 전 대표는 정작 최근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부상하는 '범민주연대론'에는 적극 공감하는 눈치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진영 내 통합 없이 국정 성공·재집권 가능한가"라는 제목의 한 논설을 공유했다. 논설에는 "합당 무산과 평택을 재선거 등의 여파로 깊게 파인 진영 내부 균열도 더 방치하지 말고 신속히 메워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나왔다.
정 전 대표도 전당대회 의제로 연대론을 띄우며 사실상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그는 연일 페이스북과 공개 메시지를 통해 "범민주진보 통합과 연대,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총선승리 정권재창출을 위해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친명계는 이른바 '문조털래유'(문재인·조국·김어준·정청래·유시민을 일컫는 멸칭)의 이러한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외연 확장과 뉴이재명을 향해서는 정체성 훼손을 지적하면서도 정작 구 주류 세력 간 결집과 정치적 연대를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취지의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당권 도전이 임박한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27일 민주당 여성 당선인 워크숍에 참석해 유 전 이사장의 '재건축론'을 비판했다. 그는 "내가 어떤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식의 과잉한 자신감으로 대통령을 비판하는 경우가 있는데 태도나 마음이 적절히 절제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친명 당권주자인 송영길 민주당 의원도 "어려울 때일수록 더 흔들리지 않고 힘을 모아 대통령을 지키는 게 코어 지지층"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대장동 변호인' 출신 이건태 의원은 정 전 대표의 연대론에 대해 "당대표 출마를 위한 정치적 메시지"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정 전 대표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하고 있다. 지금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는 이재명 정부를 완벽하게 뒷받침할 원팀 지도부를 만드는 것"이라며 "겉으로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통합'을 내세우지만 정작 핵심은 조국혁신당 등과의 연대와 합당 문제를 전당대회 의제로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민주당 내부 갈등의 원인도 다른 데 있지 않다. 그동안 지도부가 이재명 정부를 중심으로 하나로 결집하기보다 자기 정치에 몰두하면서 당내 갈등을 키워온 데 있다"며 "문제를 만든 당사자가 이제 와서 '4통(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통합'과 '범민주진보 연대'를 이야기하며 마치 그것이 부족해서 지금의 상황이 초래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친청(친정청래)계는 이 같은 친명의 주장에 대해 "도를 넘는 공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민수 의원은 "묻지마식 비판에 나선 것인가"라면서 "우리는 민주 개혁 진영의 연대와 통합을 위한 방향과 방법을 위해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쟁해야 한다. 시작도 하기 전에 거친 언사로 정 전 대표를 향해 공격부터 하는 태도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당내 노선 논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에 대해 "뉴이재명이 지향하는 외연 확장이 과연 진정한 확장인지, 전통 노선을 중심으로 한 연대·통합론이 진정한 통합인지는 모두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번 당 대표 선거는 향후 민주당의 진로와 지형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