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반도체 생산시설 입지 조율 움직임에 대해 법조계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회장 이재원 변호사)은 지난 26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반도체 입지 강요를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한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권에 수백조 원 규모의 반도체 전공정(FAB)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방안을 정부와 조율 중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며 "국가의 백년대계가 될 핵심 기간산업의 입지가 전문가 검토나 공론화, 제도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대통령과 기업 총수 간 비공개 회동을 통해 사실상 결정되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이어 "정치권력이 기업의 투자 입지와 규모를 자의적으로 결정하거나 간섭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업경영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며 "헌법 제15조의 직업의 자유, 제23조의 재산권, 제119조 제1항의 시장경제질서는 기업이 투자 시기와 장소, 규모를 스스로 결정할 자유를 핵심 내용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헌법 현실에서 기업경영의 자유 침해는 대통령 탄핵 사유로까지 인정된 바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출연 강요가 기업의 재산권과 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사례로 판단됐던 점을 언급했다.
한변은 "이번 사안은 당시 수백억 원 규모의 출연 문제가 아니라 수백조 원 규모의 핵심 생산설비 입지를 둘러싼 사안이라는 점에서 기업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이 기업 총수를 직접 불러 핵심 경영 판단 사항을 조율하려 한 것 자체가 부당할 뿐 아니라 위헌적 소지가 있다"며 "국민경제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면 공론의 장에서 투명하게 논의하되 해당 기업의 전문적인 경영 판단이 최우선적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통령과 기업 총수 간 비공개 회동을 통해 입지와 투자 방향이 결정되고 정치적 결론에 따라 기업의 핵심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면 권력 행사의 헌법적 정당성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변은 정부를 향해 "비공개 회동을 통한 입지·투자 조율은 헌법적·국민경제적 관점에서 즉각 폐기돼야 한다"며 "기업 의사결정에 대한 사실상의 강제와 정치적 압박을 중단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기업경영의 자유를 온전히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연계해 호남권 투자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