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감독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연이어 손흥민 논란을 일으켰다.ⓒ뉴시스 제공
홍명보 감독과 손흥민. 그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듯하다. 
홍명보와 손흥민 사이에는 언제나 논란이 일어났고, 그 논란으로 한국 축구는 혼란스러웠다. 축구 팬들의 분노도 커졌다. 그 논란의 주체는 홍명보다. 
홍명보와 손흥민의 첫 만남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 감독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그는 21세의 손흥민을 처음 대표팀에 발탁한 상황에서 발탁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주변 모든 사람들이 손흥민이 잘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나 역시 그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표팀에 얼마만큼 도움이 될지, 얼마만큼 기량을 발휘할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자신의 의지보다 주변의 의지에 기댄 손흥민의 첫 발탁이라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이 발언은 당시 논란을 일으켰다. 
2014 브라질 월드컵. 한국 월드컵 역사상 최악의 월드컵이라 불린다. 성인팀 감독 한 번 지도해보지 못한 홍명보가 성인팀 최고의 무대 월드컵에 나섰고, 한국은 1무 2패, H조 꼴찌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1승 제물'로 여기던 알제리에 2-4 참패를 당했다. 
21세기 최초로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1승도 따내지 못했던 암울한 대회였다. 손흥민의 첫 월드컵도 그렇게 암울하게 끝났다. 
이후 손흥민은 무럭무럭 성장했다. 2015년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을 떠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으로 이적했고, 그는 유럽 최고의 윙어 중 하나로 꼽혔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손흥민은 한국 축구의 자랑이자 아시아 축구의 영웅으로 등극했다. 
손흥민에게 월드컵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끈 2018 러시아 월드컵,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한 2022 카타르 월드컵. 두 번의 대회에 손흥민은 한국 대표팀의 상징적 존재로 출전했다. 그리고 신 감독, 벤투 감독과는 그 어떤 논란도 없었다. 신 감독과 손흥민, 벤투 감독과 손흥민은 서로에 대한 두터운 신뢰가 있었다. 
2018 러시아에서는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며 '거함' 독일을 잡았고, 2022 카타르에서는 한국의 역대 2번째 원정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월드컵뿐만 아니라 손흥민은 한국의 A대표팀의 어떤 감독과도 논란을 일으킨 경우가 없었다. 한국의 감독은 한국의 상징을 존중했고, 예우했다. 손흥민은 절대 신뢰 속에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한국 축구, 아니 대한축구협회와 정몽규 회장은 다시 홍명보에게 월드컵 지휘봉을 안겼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패를 경험한 이를 이례적으로 다시 선임했고, 홍명보는 한국 축구 역사상 월드컵을 2번 지휘하는 최초의 감독이 됐다. 
홍명보 선임 과정에서 불공정이 드러났다. 한국의 정부와 법원이 감독 선임 절차의 부정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그럼에도 홍명보는 끝까지 버텼다  
손흥민의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일 수도 있는 북중미 월드컵. 그가 2025년 토트넘을 떠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 FC로 이적한 것에 월드컵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만큼 월드컵에 진심이었고, 월드컵을 향한 열정이 강했다. 
손흥민은 월드컵에서 또 홍명보를 만났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멤버 중 2026 북중미 월드컵에 포함된 선수는 손흥민과 김승규 둘뿐이다. 
이번에는 커다란 논란이 연이어 터졌다.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홍명보는 주장 교체 뉘앙스를 풍겼다. 주장으로서 어떤 실책도 없이 팀을 잘 이끌고 있는 손흥민의 갑작스러운 주장 교체 논란은 한국 축구를 또 한 번 시끄럽게 만들었다. 부정적 여론이 폭발하니, 결국 없던 일이 됐다. 
또 홍명보는 손흥민을 후반 조커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한국 축구의 '리빙 레전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었다. 이 역시 불타는 논쟁거리를 제공했다. 
북중미 월드컵이 시작된 후 논란의 크기는 더욱 커졌다. 2차전 멕시코전 조기 교체 논란. 그리고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전 선발 제외 논란까지, 연이어 폭발했다. 
상대가 가장 두려워하는 선수 1순위는 당연히 손흥민이다. 그의 무게감과 존재감은 다른 선수들이 대신할 수 없는 건 사살이다. 손흥민이 골을 넣지 못하더라도, 손흥민이 있으면 상대 수비수가 몰리면서 한국의 다른 선수들에게 공간이 생긴다. 또 손흥민이 있기에 손흥민의 스피드와 결정력을 의식한 상대는 라인을 마음껏 올리지 못한다. 
결정적인 장면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 포르투갈전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질주하자 포르투갈의 5명의 선수가 손흥민에게 붙었다. 뒤에서 달려오던 황희찬은 거의 프리 상태였다. 포르투갈은 손흥민에 모든 포커스를 맞웠다. 손흥민은 황희찬에게 패스를 찔러 넣었고, 황희찬은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렸다.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는 순간이다.  
홍명보는 이런 효과를 과감하게 포기했다. 북중미에서 손흥민이 무기력한 플레이를 하지도 않았다. 충분히 할 수 있다는 포스를 뽐냈음에도 홍명보는 손흥민 효과 포기를 선언했다.  
국가대표 출신의 많은 전문가들, 박지성을 포함해 이영표, 이천수, 이을용, 이근호, 김영광, 그리고 신문선 명지대 교수 등이 이 문제를 지적했다. 많은 축구 팬들도 이 논란에 참여하며 분노의 목소리를 냈다. 영국의 'BBC', 미국의 'ESPN' 등 유력 외신들도 손흥민 선발 제외에 놀라움과 황당함을 전했다. 
손흥민의 4번째 월드컵이다. 손흥민이 교체를 당한 건 홍명보가 이끌던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이어 2번째다. 손흥민이 선발에서 빠진 건 월드컵 커리어 최초의 일이다. 또 손흥민이 조별리그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한 유일한 대회가 북중미 월드컵이다. 손흥민은 2014년 1골, 2018년 2골, 2022년 1도움을 기록했다. 
이렇게 홍명보와 손흥민은 엇갈렸다. '부조화'다.
이 엇갈림, 부조화를 만든 건 홍명보다. 선수 기용 여부는 전적으로 감독의 권한이다. 주장 선임도 마찬가지다. 맞다. 그 어떤 이도 이 권한을 침해할 수 없다. 홍명보는 자신의 권한을 사용했다. 
손흥민은 33세다. 에이징 커브까지는 아니더라도 전성기와 비교해 압도적 폭발력이 떨어졌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천하의 손흥민이라고 해도 영원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국 축구가 영원히 손흥민에게 기댈 수도 없다. 
한국 축구는 손흥민의 다음을 준비해야 하는 것도 맞다. 언젠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그걸 지금 홍명보가 해내고 싶었던 것일까. 
손흥민은 이견이 없는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다. 부담이 크고,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도전이자 과제다. 그렇다면 더욱 신중하게, 또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이런 예민한 문제는 자연스럽게,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게 이뤄져야 한다. 
홍명보는 그러지 못했다. 자연스럽지도 않았고, 많은 축구 팬들에게 상처를 줬다. 거부감만 키웠다. 확실하게 자신이 있었다면 내용과 결과로 보여줘야 했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손흥민 교체 논란과 선발 제와 논란을 일으킨 2경기 모두 졌다. 무기력하게.
▲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홍명보 감독이 이끌고, 손흥민이 출전한 한국은 알제리에 2-4 참패를 당했다.ⓒ연합뉴스 제공
선수 기용은 감독의 권한이다. 
포르투갈의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감독 마음에 들지 않으면 뺄 수 있다. 호날두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부진한 뒤 16강 스위스전에 선발에서 제외됐다. 
중요한 건 이 권한에 대한 책임이다. 
호날두가 빠진 포르투갈은 스위스에 6-1 대승을 거뒀다. 호날두 대신 선발로 들어간 곤살루 하무스는 해트트릭을 작렬했다. 포르투갈은 호날두를 뺄 수 있는 확실한 명분을 만들었다. 
홍명보는 상황이 다르다. 손흥민은 부진하지도 않았고, 손흥민을 빼서 승리하지도 못했다. 손흥민 효과를 포기한 홍명보의 방향성은 완전히 실패했다. 손흥민을 뺀 명분을 찾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반감만 키웠다. 무모하고 고집스러운 도전에 비난의 크기만 커졌다. 
이 실패는 아직까지 손흥민이 대표팀의 핵심 자원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그렇기에 홍명보의 판단과 선택은 이제 불신의 아이콘이 됐다. 홍명보는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 논란이 더욱 안타까운 건 홍명보가 주도하고 있는 손흥민 논란이 풍기고 있는 분위기와 온도다.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아닌 기싸움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설에 대한 예우와 존중이 아닌 '찍어 내리기'처럼 보이는 건 착각일까. 
무전술의 홍명보. '해줘 축구'라는 조롱을 꾸준히 받았다. '손흥민 해줘'도 핵심 전술 중 하나였다. 이를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싶었던 것일까. 손흥민 없이 자신의 전술과 전략으로 승리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감독 경쟁력을 인정받고 싶었던 것일까. 홍명보가 진행한 손흥민 논란에 대한 과정과 뉘앙스는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설득력이 없다.   
홍명보는 한국 월드컵 역대 '최악'의 감독이 됐다. 4패로 역대 월드컵 최다 패배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약체 남아공전 졸전은 역사적인 충격패로 기억될 것이 자명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전에 이어.  
한국 역대 최악의 월드컵 감독과 한국 역대 최고의 선수가 월드컵에서 2번 만났다. 그리고 2번 모두 처참하게 실패했다. 홍명보와 손흥민의 부조화. 한국 축구에 서글픈 일이다. 최악과 최고가 만나면 대부분 최악이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