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건강 악화로 입원한 지 엿새 만인 지난 24일 국회에서 퇴원 직후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퇴진론이 당내에서 이어지는 가운데 장 대표 지지 성향 당원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퇴진파에 대한 '해당 행위' 징계 요구도 확산하고 있다. 장 대표가 자신의 거취는 당원이 결정할 문제라고 못 박고 당 기강 확립을 예고하면서 국민의힘 내부 갈등은 대표 사퇴론을 넘어 윤리위원회 징계 국면으로 옮겨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25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장 대표는 전날 퇴원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을 흔들고 당심과 민심에서 멀어지는 모습이야말로 당원들이 가장 분노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당을 쇄신하고 당의 기강을 확립하는 일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밝혔다.
장 대표는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며 "당 대표의 거취 역시 당원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몇몇 의원들이 결정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라고 했다. 지방선거 이후 사퇴론을 제기해 온 친한(친한동훈)계와 의원 모임 '대안과미래' 등 퇴진파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장 대표 지지자 팬카페 '만사혁통'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6·3 지방선거 전후로 장동혁 지도부의 퇴진을 요구해 온 이른바 퇴진파 의원들에 대한 징계요구서 제출과 서명 독려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여기에는 우재준 청년최고위원, 양향자 최고위원, 배현진·박정훈·조경태 의원 등이 거론됐다. 고동진·이상일·김용태·진종오 의원에 대한 징계 필요성 주장도 공유됐다. 일부 글은 친한계와 대안과미래를 집단 단위로 지목하며 윤리위 판단을 요구했다.
징계 요구는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지방선거 과정에서 자당 후보 대신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지원했다는 논란이다. 당원 커뮤니티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계파불용 원칙을 해치고 당의 선거운동 질서를 흔든 해당 행위라는 주장이 나온다.
다른 하나는 장 대표 체제를 공개 비판하고 사퇴론을 확산시켰다는 논란이다. 투표지 부족 사태에 따른 특검과 재선거, 선관위 개혁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내부 책임론을 앞세웠다는 문제의식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 전후로 해서 징계요구서가 많이 올라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거 때문에 징계 심사는 미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윤리위에 징계요구서를 냈다고 전달해오는 분들이 많이 있었다"고 밝혔다.
▲ 유튜브 채널 '목격자K'를 운영하는 권유씨가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배현진·박정훈 국민의힘 의원 징계요청서 제출 사실을 알리며 게시한 사진. ⓒ권 씨 SNS 캡처
친한계로 분류되는 배현진·박정훈 의원에 대해서는 징계요구서가 이미 제출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튜브 채널 '목격자K'를 운영하는 권유 씨는 지난 9일 SNS 스레드에 "배현진 박정훈 징계요청서 1만5000명의 서명과 함께 제출됐다"고 밝혔다. 권 씨는 징계요청서를 자신이 직접 제출한 것은 아니며 다른 책임당원들이 제출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4동 제7투표소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당원들이 낸 배현진 송파을 의원과 박정훈 송파갑 의원 징계요구서에는 송파구 사태 대응 미흡, 배 의원의 '소요' 표현, 한동훈 무소속 의원 지원 논란 등이 징계 사유로 적시됐다.
징계요구서에는 두 의원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 정치적 공방과 내부 갈등에 집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우 최고위원도 징계요구 대상에 올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12일 '한동훈 무소속 의원 공개 지원 우재준 청년최고위원 징계요청서'라는 제목의 네이버 폼 설문이 공유됐다. 해당 설문은 11일 오후 시작된 뒤 하루도 안 돼 9000명가량이 서명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설문은 이후 종료됐다.
한 의원 지원 논란은 지방선거 전부터 이어졌다. 지난 3월 국민의힘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은 한 의원의 대구 일정에 동행한 김예지·안상훈·진종오·정성국·배현진·우재준·박정훈 의원과 김경진 전 의원 등에 대한 징계 회부 요청서를 당 윤리위에 제출했다. 이 요청서에는 원외 당협위원장 10여 명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반면 진종오 의원은 지난 4월 한 의원의 부산 북갑 보궐선거 지원 논란과 관련해 "제가 선택한 길이 옳다고 생각하면 징계 걱정은 안 한다"고 했다.
이어 "징계가 무서워서 피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한 의원 지원을 위해 부산에 거처를 마련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은 사실"이라며 작은 원룸을 가계약했다고 설명했다.
지도부 비판도 징계요구의 한 축이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좀비 지도부' 발언을 이유로 징계요구 대상에 올랐다. 양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좀비 지도부'로 불린다"며 지도부 사퇴를 주장했다.
양 최고위원 징계요청서에는 "당내 갈등을 증폭시키고 당의 통합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경태 의원도 장 대표 거취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흐름 속에서 징계 서명 대상으로 거론됐다.
조광한 최고위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친한계와 대안과미래를 비판했다. 그는 "분탕질 치는 한동훈계파와 대안과 미래의 분탕질 의원들을 전부 제명하십시오"라고 했다.
반발도 나왔다. 대안과미래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찬 회동을 열고 장 대표의 사퇴 일축과 당 기강 확립 발언을 비판했다.
고동진 의원은 "본인을 먼저 돌아봐야죠"라고 했다. 박정하 의원은 "이미 리더십이 붕괴됐다"고 했다. 송석준 의원은 "기강을 잡아야 하면 주변 측근들부터 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현재 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특검과 재선거, 선관위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장 대표는 전날 "지금은 '참정권 회복 특검'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지금은 '재선거'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했다. 당원발 징계요구도 이 같은 대여 투쟁 기조와 맞물려 있다. 당 안팎에서는 국민의힘 내부 정국이 대표 거취 논쟁에서 윤리위 징계 심사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