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현지시간)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 한국 홍명보 감독이 오현규와 교체된 손흥민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의 월드컵 역사는 오랫동안 '손흥민 선발'과 함께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부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까지 13경기 연속 선발 출전.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운명이 걸린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전에서 그 공식을 깼다. 에이스를 벤치에 앉힌 배경에는 경기력과 체력, 그리고 전술적 계산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력·체력·전술 …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정
홍명보 감독은 25일(한국시간) 남아공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전 선발 명단에서 주장 손흥민을 제외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부터 이어진 손흥민의 월드컵 본선 연속 선발 기록도 이날 멈춰 섰다.
손흥민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3경기,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3경기,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4경기를 모두 선발로 뛰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체코전과 멕시코전에 선발 출전했다. 남아공전 전까지 월드컵 본선 13경기 연속 선발이었다.
손흥민이 월드컵에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체력 안배 차원의 선택으로 보기 어렵다. 그동안 대표팀은 월드컵에서 사실상 손흥민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왔다. 손흥민의 컨디션과 상관없이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였기 때문이다. 감독이 바뀌고 전술이 달라져도 월드컵 무대에서만큼은 손흥민의 선발 출전이 당연한 선택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홍 감독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 최전방에는 오현규를 세우고 양 측면에 이강인과 황희찬을 배치했다. 손흥민 대신 활동량과 압박 강도를 높여 경기 초반부터 상대를 몰아붙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손흥민은 이번 대회 들어 기대만큼의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체코전에서 도움을 기록했지만 경기 지배력은 예전 같지 않았고, 멕시코전에서는 상대의 집중 견제에 막혀 고전했다. 33세에 접어든 손흥민의 체력 부담 역시 무시하기 어려운 변수로 꼽힌다.
영국 유력지 '가디언'도 멕시코전 이후 손흥민의 경기력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가디언'은 "손흥민은 33세지만 실제 나이보다 더 노쇠해 보였다"고 지적하며 오프사이드로 무산된 장면과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장면을 언급했다.
홍 감독 입장에서는 승부처를 후반으로 설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조별리그 최종전은 경기 흐름과 다른 경기 결과에 따라 상황이 급변한다. 선발로 90분을 소화시키는 것보다 후반 상대 체력이 떨어진 시점에 손흥민을 투입하는 것이 더 위력적일 수 있다.
손흥민의 벤치 출발은 대표팀 공격 운영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12년 동안 이어진 '월드컵 선발 손흥민' 공식이 처음 깨진 가운데, 홍명보 감독의 승부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