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둔 이재명 정부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과 보완수사권 등 남은 검찰개혁 과제를 마무리할 청와대 민정수석 자리에 문재인 정부를 수사한 검찰 출신을 다시 기용했다. 같은 인선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수석부위원장 출신을 사회수석에,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주장해 온 군 출신을 안보실 1차장에 앉힌 2기 청와대에 대해 청와대는 '개혁 완수'를 위한 실무형 인사라고 설명하지만 여권 안팎에서는 정권 노선에 맞춘 '코드 인사'라는 비판도 함께 나오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 한찬식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전 서울동부지검장)를 임명했다. 사회수석비서관에는 민노총 수석부위원장을 지낸 김경자 우석대 객원교수, 국가안보실 1차장에는 문 정부 청와대에서 국방개혁비서관으로 전작권 전환 작업을 맡았던 강건작 예비역 중장을 각각 발탁했다.
홍보소통수석에는 성기홍 전 연합뉴스 대표이사, 국가안보실 3차장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 통상전문 변호사인 송기호 경제안보비서관이 승진 기용됐다. 수석급 11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교체한 2기 청와대 인선이다.
한찬식 신임 민정수석은 문 정부 초기 서울동부지검장으로서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지휘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비서관 등 여권 인사들을 잇달아 재판에 넘긴 바 있다. 당시 수사팀의 주임검사는 현재 국민의힘 소속 주진우 의원이었다. 청와대 압수수색을 지휘한 검사로도 알려져 여권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문 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이후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해 검찰을 떠나 김앤장으로 옮겼으며 고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의 사위라는 이력까지 더해지면서 여권 지지층의 거부감은 한층 커졌다.
이러한 한 수석이 검찰청 폐지 이후 공소청·중수청 체제가 가동되는 시기에 민정수석으로 돌아와 검찰 보완수사권·전건송치 등 이른바 검찰개혁 2단계 과제를 챙기게 됐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큰 틀의 개혁은 이미 입법으로 정리된 만큼 검찰 조직과 수사 실무를 잘 아는 인사에게 제도를 현실에 안착시키는 작업을 맡기려는 선택인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을 견제의 대상으로 삼아 온 정권이 개혁의 막판에 문 정부 수사 이력을 가진 검찰 출신을 다시 불러들인 것 자체가 이미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선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개혁 2단계의 핵심 쟁점은 공소청에 어느 수준의 수사·보완 권한을 남길 것이냐에 모아져 있다. 검찰청 폐지와 함께 수사·기소를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여권 강경파 구상은 피해자 진술 반복과 수사 지연, 사건 암장, 공소 유지 공백 등 실무상 부작용 우려에 직면해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9일 순방 성과 브리핑에서 "악용될 여지가 없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까지 보완수사권을 다 봉쇄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도 이런 현실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문 정부를 수사했던 검찰 출신을 민정수석에 앉힌 결정은 검찰 수사권을 전면적으로 걷어내기보다는 공소청 검사에게 최소한의 보완수사·통제 권한을 남겨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정치적 역풍은 이미 감지된다. 친명계와 친청계, 친노·친문 진영이 6·3 선거 패배 이후 책임 공방으로 갈라진 상황에서 문 정부를 겨냥한 수사를 지휘했던 한찬식 수석의 발탁은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정면으로 자극했다. 친문 진영 일각에서는 문 정부를 수사한 검사를 개혁의 얼굴로 세운 것은 검찰 개혁에 대한 배신이자 민주당 지지자를 향한 도발이라는 격한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 개혁 전면화를 요구해 온 강성 지지층은 보완수사권 일부 유지 가능성을 내비친 대통령의 발언과 한찬식 발탁을 연달아 지켜보며 "결국 검찰과 타협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사회수석 인선에서는 노동 정책의 방향성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났다. 김경자 신임 사회수석은 약사 출신 노동운동가로, 민노총 수석부위원장을 지내며 조직 내 핵심 간부로 활동했다. 민노총 위원장 구속 당시 직무대행을 맡아 조직을 이끌었으며 이 대통령과는 경기도 성남에서 공공의료원 설립을 추진하던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다.
이미 고용노동부 장관 자리를 민노총 위원장 출신에게 맡긴 데 이어 사회수석까지 민노총 출신이 채우면서 노동·복지 어젠다를 담당하는 청와대 라인이 노동운동 직계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산업재해 감소와 노동 개혁 추진을 위한 현장 전문가 기용이라고 설명하지만 재계와 중도 노동계 일각에서는 노사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정책을 노조 한쪽 출신 인사들에 맡기는 것이 국정 균형에 맞느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안보 라인 인사도 현 정부의 전략과 긴밀하게 맞물린다. 안보실 1차장으로 기용된 강건작 예비역 중장은 문 정부 청와대에서 국가위기관리센터장과 국방개혁비서관을 지내며 전작권 전환 작업을 실무에서 챙겨왔다. 전작권 전환을 '주권 정상화'로 규정해 온 그는 퇴임 후에도 강연과 저서를 통해 한미 연합지휘 구조 재편과 한국군 주도 작전권 확립의 필요성을 거듭 주장해 왔다.
이재명 정부가 2026년을 '전작권 회복의 원년'으로 공언한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의 기수를 안보실 핵심 보직에 배치한 것은 향후 한미 간 협상과 국방개혁 노선을 둘러싼 논쟁을 더욱 뜨겁게 만들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변 출신 통상전문가인 송기호 신임 안보실 3차장은 대미 관세 협상과 공급망 리스크 대응을 담당해 온 인물로, 경제안보를 안보실의 한 축으로 완전히 편입시키는 역할을 맡게 된다.
홍보소통수석에 임명된 성기홍 전 연합뉴스 사장은 30년 가까이 언론 현장에서 활동한 기자 출신으로, 6·3 선거 패배와 지지율 하락 이후 정권 홍보와 프레임 관리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카드로 풀이된다. 전통 매체 출신 홍보수석, 민변 통상 전문가, 전작권 전환 옹호론자, 민노총 간부 출신 사회수석, 문 정부를 수사했던 검찰 출신 민정수석이라는 조합은 이번 인사가 단순한 인물 교체가 아니라 정권의 방향성을 압축한 코드 인사로 평가된다.
결국 2기 청와대 인사는 검찰개혁·노동·안보·경제안보·여론전이라는 정권의 핵심 과제를 책임질 자리를 각 진영과 노선이 뚜렷한 인사들로 채운 구도다. 검찰 개혁은 문 정부를 수사했던 검사에게, 노동 정책은 민노총 출신에게, 전작권 전환은 그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해 온 군 출신에게, 경제안보는 민변 출신 통상변호사에게 맡기는 구조다. 이는 한편으로 각 분야에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중용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권과 노선을 공유한 진영 내 인사에게 가장 논쟁적인 과제를 맡기는 선택이기도 하다.
6·3 선거 패배와 지지율 하락, 여권 내 계파 갈등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번 인사가 통합과 쇄신의 계기가 될지, 정권 정체성 갈등을 키우는 분수령이 될지는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출범 이후 그 성패가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