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 내부의 지도부 논쟁이 묘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장동혁 대표를 향한 사퇴론은 남아 있지만 그렇다고 한동훈 의원의 재등판을 반기는 기류도 뚜렷하지 않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흔들리던 당내 분위기는 일단 '현 지도부 관망'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19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예정된 경기 지역 의원들의 장 대표 사퇴 촉구 기자회견은 내부 이견 끝에 무산됐다. 당초 김선교·김성원·송석준·김은혜·김용태·유의동 의원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안철수 의원이 빠진 데 이어 김은혜 의원도 불참하면서 회견 자체가 보류됐다. 안 의원은 "기자회견문의 방향성에 이견이 있어 성명에 연명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 외곽에서도 지도부 흔들기에 대한 반발이 나왔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페이스북에 "선거 부정이 산처럼 쌓여 있고 민주주의의 뿌리가 흔들리고 나라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위태로운 국난의 시기에 오로지 당대표 물러나라고 열을 올리는 이들은 정체성 위기의 국가는 안중에도 없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그들과 함께 싸우고 있는 장동혁이 옳다"고 했다.
당내 관망세의 배경에는 장 대표가 물러나면 한 의원 측이 다시 전면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계심도 깔려 있다. 특히 당내 모임 '대안과미래'가 장 대표 사퇴를 요구하면서 이런 우려는 더 커졌다.
대안과미래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장동혁이 보수의 새 길 가겠다고 했다. 가는 첫걸음은 장 대표와 지도부 사퇴에서 시작해야 된다"고 했다. 권영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의 승리는 오히려 장동혁 지도부와 거리를 뒀기 때문에 이긴 것"이라며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도부에 돌렸다.
하지만 당내 흐름은 이들과 다르게 나타났다. 지난 10일 원내대표 선거에서 장 대표 퇴진론을 주장한 김도읍 의원 대신 정점식 의원이 선출됐다. 정 원내대표는 결선에서 55표를 얻었다. 당내 의원들이 '교체'보다 '안정'에 무게를 둔 결과로 해석됐다.
정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우리에게는 계파도 분열도 대립도 있을 수 없다. 특정인이나 특정 세력의 목소리에 결코 휘둘리지 않겠다"고 했다. 김미애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이날 현충원 참배 뒤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대한민국의 내일을 열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정점식 원내지도부의 통합 기조에 힘을 보탠 셈이다.
한 의원의 복당과 역할론을 두고도 당내 분위기는 여전히 갈린다. 김도읍 의원은 지난 10일 원내대표 토론회에서 정 원내대표와의 대화를 언급하며 "한동훈 복당은 시기상조다. 적어도 1년간은 의정 활동을 하면서 많은 의원과 교제하게 될 것이고 그런 학습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복당 자체를 막기보다는 일정한 시간을 두고 당내 반발을 줄이는 '소프트랜딩'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성권 의원도 지난 17일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서 "전체 107명의 국회의원 상당 부분은 한동훈의 복당은 필요하다는 인식은 분명히 있는 건 사실인 것 같다"며 "저도 사실은 장기적으로는 복당의 필요성에 대해서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반면 친한(친한동훈)계 송석준 의원은 '한동훈 복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7일 의원총회 후 기자들에게 "2028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당이 환골탈태, 혁신해야 한다"며 "힘을 모을 세력이 하나 돼서 이재명 정부와 거악에 맞서 사랑받는 당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하나 되는 것에 한 의원의 복당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그건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한 의원의 조기 복귀를 통해 당 재편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하드랜딩'에 가까운 입장으로 해석된다.
반면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뉴데일리에 "한 의원과 그 지지 세력에 대한 당내 거부감은 여전히 크다. 한 의원의 복당과 재등판이 보수 진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했다. 이어 "장 대표도 리더십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있지만 특정 인물을 배제하거나 공격하는 방식보다는 국민의힘이 현안 대응과 외연 확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장 대표는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관리 문제를 전면에 세우고 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지난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한민국의 시급한 것은 공소 취소 특검이 아니라 선관위 특검"이라고 했다. 지도부가 선관위 문제를 중심으로 대여 전선을 정비하는 모습이다.
나경원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더 이상의 당내 갈등과 분열은 No! 선관위 특검과 이재명 공소취소 저지에 집중!"이라고 적었다. 당내 갈등보다 대여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과 지도부 불만 속에서도 즉각적인 지도부 교체에는 신중한 분위기다. 장 대표 사퇴론은 이어지고 있으나 한 의원의 복당과 역할론을 둘러싼 이견도 해소되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선관위 특검과 이재명 공소 취소 저지 등 대여 현안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