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7 정상회의와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환영나온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연임 도전이 유력해지면서 명·청 갈등설이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정 대표의 '치고 빠지기'식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정권은 짧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정 대표가 전날 이 대통령에게 '90도 폴더' 인사를 하는 모습을 두고 친명계에서는 "의도적인 정치 기술"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친명계로 분류되는 이건태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정 대표의 90도 인사는 정말 잘못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내가 알기로 이 대통령은 이런 의전을 원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정색하고 싫어한다"며 "정 대표도 그걸 모를 리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90도 인사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담긴 정치 기술이고 정치 행위"라고 했다.
정 대표의 '90도 인사'를 두고 명·청 갈등설은 잠재우되 연임 의지는 재확인하려는 보여주기식 정치 행보로 규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 대표는 전날 9박 10일간의 유럽 순방을 마친 이 대통령을 영접하면서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 대통령은 정 대표와 악수하며 "수고했습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다만 두 사람이 마주한 것은 2초 남짓에 불과해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뒷말이 나왔다.
정 대표는 지난 9일 이 대통령이 출국할 당시 환송 행사에는 청와대 요청으로 참석하지 않아 정치권에서 여러 관측이 제기됐다. 김민석 국무총리와의 차기 당권 경쟁과 맞물려 정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경고를 받은 것이라는 등의 해석도 잇따랐다.
정 대표와 이 대통령 사이의 이상 기류는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 기간에도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특히 정 대표가 이 대통령과 결이 다른 메시지로 존재감을 부각한 뒤 논란이 확산하면 공개적으로 이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행보를 반복하자 진정성에도 의구심이 제기됐다.
정 대표는 지난 10일 당 최고위원회의 추가 발언을 통해 "국민 이기는 정권은 없다.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놓으며 논란에 휩싸였다. 당내에서조차 "역린을 건드린 것" "대통령과 맞먹자는 것"(이언주 의원)이라는 등의 비판이 나왔다.
정 대표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라는 아홉 글자를 적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보완수사권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특정 입장을 고집하기보다 국회에 넘겨 충분히 논의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한 발 물러선 모양새를 보였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의 진의가 예외적 보완수사권 허용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 대표가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 중 '전면 폐지'에 방점을 찍으면서 당정 간 논의의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이 X(옛 트위터)에 남긴 발언도 계파 갈등설을 증폭시킨 셈이 됐다. 이 대통령은 순방 중인 지난 13일 X에 "여당의 열정은 우리 진영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향해야 한다"라는 글을 올려 정 대표를 향한 쓴소리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 대표와 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당내 계파 갈등이 고조됐지만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정 대표는 "월드클래스 지도자"라며 이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발언을 이어갔다.
지난 15일 최고위에서는 이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언급하며 "이 대통령은 외교 역량으로 월드클래스의 세계적인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전날 이 대통령을 영접한 뒤 의원총회에 참석해서도 "월드클래스, 세계적인 정치 지도자로서의 풍모를 십분 발휘한 이 대통령의 역대급 외교 성과에 경의를 표하며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12일 광주 현장 최고위에서는 "이 대통령의 말씀처럼 민주당이 지금 어려울수록 더 단결해야 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한다"며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당 안팎에서는 정 대표의 행보를 두고 자신을 향한 사퇴 요구와 이 대통령의 경고성 메시지에도 연임 도전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건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에게까지 정치 기술을 선보이는 정 대표의 현란한 정치기술은 솔직히 별로다. 제발 그러지 마시라"며 "말로만 하는 칭송, 듣기 싫다. 말로만 하는 친명, 듣기 싫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5선인 박지원 의원은 전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지금 상황에서 정 대표는 죽어도 나갈 것 같다"며 "(명·청 갈등은)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 전당대회가 계속되기 때문에 더 강해지면 강해졌지 줄어들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나 같으면 연임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야 정 대표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었다"며 사실상 정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박범계 의원도 전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서 '정 대표가 연임에 도전하는 것으로 보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봐야 되겠다"면서 "다양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려면 정 대표가 연임 도전을 안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