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뉴데일리DB
코로나 팬데믹이 할퀴고 간 2023년 8월 중국 국가통계국은 돌연 청년 실업률 수치 발표를 무기한 중단했다. 직전 통계에서 청년 실업률은 21.3%를 기록, 통계 발표 이래 사상 최고치를 찍으면서다. 탕핑(躺平·가만히 누워있다는 뜻으로 구직 포기를 의미)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불리한 지표를 덮기 위해 정부가 통계를 차단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중국 정부는 들끓는 여론을 뒤로한 채 이듬해 '마사지'를 거친 새로운 통계를 내놓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고, 글로벌 기업들은 엑소더스를 감행했다. 당시 블랙록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데이터의 블랙아웃은 시장을 '투자 불가능' 상태로 만든다"는 논평을 내놨다. 실제로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는 중국 시장에서의 완전 철수를 선언했고, 캐나다 제2의 연기금인 퀘벡주 연기금(CDPQ)은 중국 내 민간 투자를 중단하고 상하이 사무소를 폐쇄했다. 미국 국무부는 '2024 투자환경보고서'에서 외국 투자자들이 정보의 억압과 단속으로 인해 중국을 탈출하고 있다고 적어냈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도 기시감이 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국평(전용 84㎡) 아파트 분양가가 20억 원을 넘어서고, 직장인 평균 월급을 넘어서는 수백만 원 월세가 횡행하자 한국부동산원은 통계 개편을 시사하고 나섰다. 이헌욱 원장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주간 동향 통계의 유의미성에 문제 제기가 많다"며 통계 발표 주기를 격주나 월 단위로 개편할 뜻을 시사했다. 세계적으로 국가 공식 주택 통계를 주간 단위로 발표하는 사례가 드물다는 핑계를 댔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불이 났는데 소방수를 부르기는커녕 온도계부터 치우겠다는 발상과 다를 바 없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중심으로 아파트 전·월세와 매매 가격이 한 달 새 2억~3억 원씩 뛰며 부동산 시장에 다시 비상이 걸렸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서 '절세 매도' 기회를 잃은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높이는 '버티기'에 들어간 여파다. 정책적 세제 압박이 매물 잠김 현상을 초래했고, 이는 고스란히 매매·전세·월세가 동반 상승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규제가 시장 가격을 밀어 올리는 전형적인 역효과다.
주간 단위의 실거래 표본이 들쑥날쑥한 주택 가격 통계는 시장의 변동성을 과장하거나 추격 매수 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학계의 지적은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통계 개편의 핵심은 '타이밍'과 '의도'다. 양도세 중과 부활 직후 강남 집값이 다시 폭등하는 시점에 통계 축소를 들고나온 것은, 불리한 지표를 감추려는 꼼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욱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연희 의원이 작년 국정감사에서 주간 조사 폐지를 주장했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에 동조했던 이력을 떠올려보면,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입맛에 맞지 않는 통계를 치우려 한다는 의구심은 짙어질 수밖에 없다.
눈을 가린다고 엄연한 현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정부가 공공 통계의 주간 발표를 멈춘다 하더라도, KB국민은행 등 민간 기관의 주간 동향 통계는 계속 시장에 제공된다. 국민은 당장 피부로 와닿는 집값 급등의 현실을 민간 지표와 현장 호가를 통해 교차 검증하며 매일 체감하기 마련이다. 공식적인 통계가 사라지면 시장 불안만 키워 그나마 붙잡고 있던 집값이 더 들썩이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불편한 진실을 가리려는 시도는 정부 공식 통계의 실효성 상실과 정책 신뢰도 하락이라는 자해 행위로 귀결될 뿐이다.
오히려 실거래가를 제대로 반영한 신뢰 높은 통계가 시급한 시점이다. 한국부동산원은 2013년부터 주간 아파트값 통계를 발표했지만, 한두 건의 고가 거래나 허수 거래에 왜곡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표본 아파트의 거래가 없으면 주변 시세나 호가를 활용해 조사원이 임의로 가격을 매긴다는 치명적 허점도 그대로다. 매년 100억 원 이상 예산을 투입해 발표하는 통계치고 객관성과 정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대상 지역, 대상 표본을 늘리고 통계 품질을 높일 방안을 모색하는 게 우선이다. 예컨대 실제 계약이 완료된 데이터를 엄격하게 집계한 월간 실거래가 지수를 대폭 정교화해 이를 메인 지표로 격상시키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다.
정부와 주무 기관이 지금 온도계 탓을 할 때가 아니다. 왜 매물이 잠기고 가격이 오르는지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세제 혜택 축소가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막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면, 매물이 시장에 정상적으로 유통될 수 있도록 거래세 완화나 근본적인 공급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중국 청년 실업률 폭발은 이른바 양질의 일자리를 억압한 결과이지, 통계의 착시가 아니었다. 주택 시장도 마찬가지다. 끓어오르는 집값을 잡는 해법은 시장 원리에 부합하는 공급과 세제 정상화를 노리는 꾸준한 시그널이지, 불편한 통계를 가린다고 해결될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