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유한하다. 아무리 강력한 권력이라도 시간 앞에서는 예외가 될 수 없다.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듯 권력도 서서히 흘러내린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는 권력의 크기가 아니라 권력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그것이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정도(正道)'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사건과 관련된 공소 취소 문제를 공개 석상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여권이 추진하는 공소 취소 논란에 대해 "(검찰이) 잘못됐으면 시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는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향해서는 "(검찰이) 잘못하면 사과하고 취소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형식적으로는 '검찰권 남용 시정'이라는 원칙론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이 주목하는 것은 발언의 대상과 맥락이다. 대통령 자신이 관련된 사건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공소 취소를 언급하는 것은 자신의 재판과 무관하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실제로 이러한 발언들은 대통령이 자신의 사법리스크 해소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해석을 낳으며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왔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여권의 행보다. 민주당은 6·3 지방선거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공소 취소 관련 특검법 추진에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선거 관련 책임은 타인에게 돌리면서 정작 국민이 우려하는 핵심 쟁점은 밀어붙이는 모순된 모습이다.
프랑스 철학자 몽테스키외는 "권력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그것을 남용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는 선의가 아니라 '견제'와 '균형' 위에 세워진다. 비록 대통령과 국정 기조를 함께하는 여당이라고 해도 그들이 섬겨야 할 대상은 대통령이 아닌 '국민'임을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의 판단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지 말고 차가운 이성으로 정도를 걸어야 한다.
친여 성향 인사들 중심으로 구성된 법무부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도 같은 맥락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여당은 미래위의 중립성을 강조하지만 국민이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특정 정치 세력이 임명하고 특정 사건을 겨냥해 출범한 미래위가 과연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중립은 선언으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 절차와 구성, 국민적 신뢰를 통해 입증되는 가치다.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2022년 대선에서 불과 0.73%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던 배경에도 사법리스크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었다. 당시 진행 중이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가장 먼저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았던 재판으로 평가됐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시간적 여유가 더 있었다면 유죄 확정 여부가 대선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후 대통령 선거를 거치며 관련 재판들은 모두 중단됐다. 이 대통령은 일단 정치적 위기를 넘겼으나 퇴임 이후를 둘러싼 불안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여권이 추진한 '조작기소국정조사특위'와 '공소취소특검' 논란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현실은 여권의 기대와 다르게 흘러갔다. 조작기소국정조사특위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을 비롯한 여러 의혹이 조작 기소였음을 입증하기는커녕 일부 증인들의 증언이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기대했던 결론과 거리를 보였다. 그럼에도 여권은 대통령 관련 사건들을 조작 기소로 규정하며 공소취소특검을 추진했으며 이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반발이 지방선거 결과에 일정 부분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공소취소특검법은 특정 사건과 특정인을 겨냥한 '개별 사건 법률'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법률은 일반성과 보편성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특정 개인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 위한 입법으로 비친다면 법률의 본질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위헌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국정의 중심에서 자신의 사익과 공익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다는 것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공소 취소라는 의제가 대통령 본인의 사법적 부담과 직결되어 있는 한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다.
국정 운영의 동력이 특정 개인의 법적 문제 해소에 과도하게 집중된다면 그것이 설령 절차적으로 합법의 외피를 갖춘다 해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권력의 정당성은 절차의 정교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권력이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더 중요하다.
이처럼 무리한 공소 취소 추진이 계속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국민적 저항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며 결국 선거라는 가장 분명한 심판의 장에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이미 6·3 지방선거가 그 작은 신호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민주당도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려면 일방적인 '도그마'에서 벗어나 정치 본연의 기능인 균형과 견제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 당단부단 반수기란(當斷不斷 反受其亂)이라는 옛말처럼 끊어야 할 때 끊지 못하면 오히려 그 화를 입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결단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다. 공소 취소라는 의제에 정치적 동력을 쏟기보다 그것을 매듭짓고 본연의 국정 과제로 시선을 돌리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일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 대통령을 공항에서 맞으며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정치적 예우의 차원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당 안팎에서는 친명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충성 경쟁이 공소취소특검과 같은 논란의 의제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는 방향으로 이어질 경우다. 만약 당 지도부가 대통령의 의중을 앞세워 국민적 논란이 큰 사안을 독단적으로 추진한다면 이는 6·3 지방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의 경고를 외면하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당의 과도한 충성 경쟁이나 입법 폭주를 방치하는 것은 국정 운영의 부담을 결국 대통령 스스로에게 돌리는 결과를 낳는다.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민주권과 책임 정치를 강조한다면 자신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가 이뤄지도록 여당을 견제하고 균형을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최근 나타나고 있는 국정 지지도 하락은 일시적 경고에 그치지 않고 집권 중반부 국정 동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의 정도는 거창한 곳에 있지 않다. 자신의 사건과 관련된 사안 앞에서 냉철한 균형 감각을 유지하는 것, 사익과 공익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스스로 거리를 두는 것이 바로 그 정도의 출발점이다. 공소 취소가 대통령의 발걸음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현 정부가 내세우는 국민주권 시대에 걸맞은 대통령의 정도일 것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사건과 관련된 공소 취소 문제를 공개 석상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여권이 추진하는 공소 취소 논란에 대해 "(검찰이) 잘못됐으면 시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는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향해서는 "(검찰이) 잘못하면 사과하고 취소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형식적으로는 '검찰권 남용 시정'이라는 원칙론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이 주목하는 것은 발언의 대상과 맥락이다. 대통령 자신이 관련된 사건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공소 취소를 언급하는 것은 자신의 재판과 무관하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실제로 이러한 발언들은 대통령이 자신의 사법리스크 해소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해석을 낳으며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왔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여권의 행보다. 민주당은 6·3 지방선거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공소 취소 관련 특검법 추진에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선거 관련 책임은 타인에게 돌리면서 정작 국민이 우려하는 핵심 쟁점은 밀어붙이는 모순된 모습이다.
프랑스 철학자 몽테스키외는 "권력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그것을 남용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는 선의가 아니라 '견제'와 '균형' 위에 세워진다. 비록 대통령과 국정 기조를 함께하는 여당이라고 해도 그들이 섬겨야 할 대상은 대통령이 아닌 '국민'임을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의 판단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지 말고 차가운 이성으로 정도를 걸어야 한다.
친여 성향 인사들 중심으로 구성된 법무부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도 같은 맥락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여당은 미래위의 중립성을 강조하지만 국민이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특정 정치 세력이 임명하고 특정 사건을 겨냥해 출범한 미래위가 과연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중립은 선언으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 절차와 구성, 국민적 신뢰를 통해 입증되는 가치다.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2022년 대선에서 불과 0.73%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던 배경에도 사법리스크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었다. 당시 진행 중이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가장 먼저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았던 재판으로 평가됐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시간적 여유가 더 있었다면 유죄 확정 여부가 대선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후 대통령 선거를 거치며 관련 재판들은 모두 중단됐다. 이 대통령은 일단 정치적 위기를 넘겼으나 퇴임 이후를 둘러싼 불안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여권이 추진한 '조작기소국정조사특위'와 '공소취소특검' 논란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현실은 여권의 기대와 다르게 흘러갔다. 조작기소국정조사특위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을 비롯한 여러 의혹이 조작 기소였음을 입증하기는커녕 일부 증인들의 증언이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기대했던 결론과 거리를 보였다. 그럼에도 여권은 대통령 관련 사건들을 조작 기소로 규정하며 공소취소특검을 추진했으며 이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반발이 지방선거 결과에 일정 부분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공소취소특검법은 특정 사건과 특정인을 겨냥한 '개별 사건 법률'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법률은 일반성과 보편성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특정 개인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 위한 입법으로 비친다면 법률의 본질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위헌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국정의 중심에서 자신의 사익과 공익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다는 것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공소 취소라는 의제가 대통령 본인의 사법적 부담과 직결되어 있는 한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다.
국정 운영의 동력이 특정 개인의 법적 문제 해소에 과도하게 집중된다면 그것이 설령 절차적으로 합법의 외피를 갖춘다 해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권력의 정당성은 절차의 정교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권력이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더 중요하다.
이처럼 무리한 공소 취소 추진이 계속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국민적 저항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며 결국 선거라는 가장 분명한 심판의 장에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이미 6·3 지방선거가 그 작은 신호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민주당도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려면 일방적인 '도그마'에서 벗어나 정치 본연의 기능인 균형과 견제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 당단부단 반수기란(當斷不斷 反受其亂)이라는 옛말처럼 끊어야 할 때 끊지 못하면 오히려 그 화를 입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결단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다. 공소 취소라는 의제에 정치적 동력을 쏟기보다 그것을 매듭짓고 본연의 국정 과제로 시선을 돌리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일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 대통령을 공항에서 맞으며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정치적 예우의 차원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당 안팎에서는 친명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충성 경쟁이 공소취소특검과 같은 논란의 의제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는 방향으로 이어질 경우다. 만약 당 지도부가 대통령의 의중을 앞세워 국민적 논란이 큰 사안을 독단적으로 추진한다면 이는 6·3 지방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의 경고를 외면하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당의 과도한 충성 경쟁이나 입법 폭주를 방치하는 것은 국정 운영의 부담을 결국 대통령 스스로에게 돌리는 결과를 낳는다.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민주권과 책임 정치를 강조한다면 자신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가 이뤄지도록 여당을 견제하고 균형을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최근 나타나고 있는 국정 지지도 하락은 일시적 경고에 그치지 않고 집권 중반부 국정 동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의 정도는 거창한 곳에 있지 않다. 자신의 사건과 관련된 사안 앞에서 냉철한 균형 감각을 유지하는 것, 사익과 공익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스스로 거리를 두는 것이 바로 그 정도의 출발점이다. 공소 취소가 대통령의 발걸음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현 정부가 내세우는 국민주권 시대에 걸맞은 대통령의 정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