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7월 3일부터 5일까지 대학로 나인진홀2관에서 창작 연극 '햄릿의 변호사'가 공연된다. ⓒ챗GPT 생성 이미지
400여 년 동안 비극적 영웅으로 기억돼 온 '햄릿'이 이번에는 '피고인석'에 앉는다. 복수를 위해 칼을 들었던 덴마크 왕자가 법정에서 자신의 행위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 관객은 더 이상 그의 편에 서서 이야기를 지켜보는 데 그치지 않고, 배심원처럼 판단을 내려야 한다.

오는 7월 3일부터 5일까지 서울 대학로 나인진홀2관에서 공연되는 창작 연극 '햄릿의 변호사'는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햄릿(Hamlet)'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해체하고 재조립한 작품이다.

작품의 출발점은 단순하지만 강렬하다. "햄릿은 과연 정의로운 복수자였는가." 

수많은 관객이 비극적 영웅으로 받아들여 온 인물을 법적·윤리적 기준으로 다시 들여다보자는 문제의식이 무대의 중심에 놓인다.

정구진 작·연출은 햄릿을 변호하는 인물로 포틴브라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원작에서 주변 인물에 머물렀던 포틴브라스는 이번 작품에서 엘리트 변호사로 등장해 햄릿의 행동을 끝까지 옹호한다. 그러나 변론이 이어질수록 관객은 오히려 더 많은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복수는 범죄를 정당화할 수 있는가', '살인자에게도 영웅 서사가 허용되는가', '우리는 왜 특정 인물의 폭력을 용인해 왔는가'와 같은 묵직한 화두가 작품 전반을 관통한다.

무대를 이끌 배우들의 면면도 눈길을 끈다.

포틴브라스 역에는 경기대학교 연기학과 전임교수이자 KBS 28기 공채 성우 출신 배우 김혜주가 캐스팅됐다. 성우와 연극, 뮤지컬, 영상 연기를 넘나들며 활동해 온 그는 최근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블러디 플라워(Bloody Flower)'에 출연하는 등 폭넓은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년 넘게 무대와 스크린을 오가며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냉철하면서도 인간적인 변호사의 모습을 구현할 예정이다.

햄릿 역은 배우 김수호가 맡는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 KBS 드라마 '빌런의 나라', MBC 드라마 '두 번째 남편' 등 다양한 작품에서 존재감을 보여준 그는 이번 무대에서 복수와 죄책감, 분노와 후회 사이를 오가는 복합적인 인물을 표현한다. 특히 영웅으로 추앙받아 온 햄릿의 이면을 세밀하게 드러내며 관객에게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할 전망이다.

오필리어 역에는 신예 배우 이여진이 이름을 올렸다. 대학로 데뷔작인 이번 공연에서 그는 죽음 이후에도 사건의 중심에 남아 있는 오필리어를 통해 햄릿 서사의 또 다른 진실을 들려준다.

정구진 연출은 "우리는 오랫동안 햄릿의 시선으로만 이 작품을 읽어 왔다"며 "이번 작품은 햄릿의 입장이 아닌 사회와 법의 시선에서 그를 바라보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객들이 공연장을 나설 때 '햄릿은 정말 정의로운 인물이었을까'라는 질문을 한 번쯤 다시 떠올렸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햄릿의 변호사'는 법정 드라마와 심리 스릴러의 형식을 결합한 점도 특징이다. 현실과 환상, 기억과 진실이 교차하는 구조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입체적으로 해부하며 익숙한 고전을 전혀 새로운 장르로 변주한다. 단순한 원작 각색이 아니라, 셰익스피어가 남긴 질문을 2026년의 시선으로 다시 해석하는 작업에 가깝다.

공연 제작사인 나인진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햄릿'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고 공연된 희곡 중 하나지만, 정작 햄릿의 범죄성에 집중한 작품은 드물다"며 "'햄릿의 변호사'는 고전을 존중하면서도 관객이 당연하게 여겼던 서사를 뒤집어보는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로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심리 법정극 형식과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강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문제작 '햄릿의 변호사'는 7월 3~5일 서울 대학로 나인진홀2관에서 총 6회 공연된다. 셰익스피어가 남긴 가장 유명한 비극의 주인공을 법정으로 불러낸 이번 작품이 관객들에게 어떤 판결을 이끌어낼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