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청. ⓒ정상윤 기자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의 이주비 대출 한도를 주택가격의 70%까지 높이고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을 70%로 낮추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정비사업 초기 자금 부담과 복잡한 행정 절차를 줄여 도심 주택 공급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15일 규제 완화와 사업성 개선, 기간 단축, 주민 권익 보호 등 4개 분야 10개 법령 개정안을 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우선 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담보대출과 동일하게 담보인정비율(LTV) 40%를 적용받는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을 LTV 70%까지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주비는 주택 구매 자금이 아니라 철거와 착공을 위한 사업비 성격인 만큼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별도의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일부 정비사업장은 부족한 이주비를 마련하기 위해 시공사 보증을 통한 추가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이 경우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고 시공사 재무 상태에 따라 추가 대출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도 3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할 것을 건의했다. 소규모 정비사업은 지위 양도 제한 시점은 조합설립인가 이후에서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로 늦추는 방안도 제시했다.
사업 초기부터 거래가 막히면서 발생하는 재산권 제약을 줄이고 조합원 지위 승계가 가능한 거래를 늘려 주민 동의 확보와 사업 추진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민간 정비사업의 법적 상한 용적률을 현행 기준의 1.2배까지 허용하는 방안도 건의안에 담겼다. 지난 2월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공공 정비사업에만 법적 상한 용적률의 1.3배를 허용한 만큼 민간 사업에도 일부 혜택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개발 사업에서 용적률 완화를 위해 공급해야 하는 임대주택 비율은 완화 용적률의 50%에서 재건축과 같은 30%로 낮추자고 제안했다. 용도지역 상향에 따른 공공기여 임대주택과 법적 상한 용적률 적용에 필요한 임대주택이 중복 산정되는 소규모 정비사업 규정도 손질해 달라고 요청했다.
택지개발지구 내 재건축 단지에 대해서는 공원·녹지 확보 의무를 면제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미 충분한 녹지가 조성된 택지지구에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면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서울시는 조합 설립부터 시공사 선정까지 반복되는 절차를 줄여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현재 재건축에만 적용되는 조합설립 동의율 70% 기준을 재개발에도 확대해 주민 동의 확보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자는 것이다.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은 현재 75%다.
시공사 등 주요 업체 선정 과정에서는 경쟁입찰이 한 차례 유찰되면 수의계약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행 기준은 두 차례 유찰돼야 수의계약이 가능해 입찰이 반복될 경우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민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도 함께 건의했다. 조합원 명부에 포함된 전화번호는 당사자가 사전에 동의한 경우에만 공개하도록 하고, 공공보행통로나 주민공동시설 개방 등 인허가 조건이 준공 이후에도 유지되도록 공동주택관리법에 관리 근거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12월 국토교통부와 두 차례 장관 면담 및 세 차례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정비사업 추진 주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번 건의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현장에서 사업 추진을 어렵게 하는 불합리한 규제와 절차를 개선해 신속한 주택 공급이 이뤄지도록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