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 인근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에게 생수 등 음료를 배부하고 있다. Ⓒ노유지 기자
14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잠실개표소 앞은 무더운 날씨에도 자원봉사자들이 참가자들을 안내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600여 명이 모여 시위를 이어가고 있었다.
주말 사이 현장에 몰린 인파들이 늘어난 탓에 자원봉사자들도 발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핸드볼경기장 앞으로 향하는 일대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시위 참가자들에게 우측 통행을 유도하거나 생수를 전달하며 안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봉사자들은 개표소 앞으로 향하는 통로에서 참가자들에게 태극기 등을 나눠주면서 "시위 퇴장 시 다음 사람을 위해 반납해달라"고 안내했다. 몇몇 시민들은 30도 날씨에 땀을 흘리는 봉사자들에게 "수고가 많다" "나라 지키느라 애쓴다"며 격려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청한 40대 여성 A씨는 '의사'라고 적힌 명찰을 가슴에 단 채 의료봉사 부스를 지키고 있었다. A씨는 파스·선크림·모기 기피제 등을 나눠주며 참가자들에게 사용법을 안내하고 있었다.
A씨는 "봉사 인력이나 지원 시설 규모 모두 지난 주말 대비 많이 늘었다"며 "특히 20대 봉사자들이 많다. 당장 오늘도 처음 봉사 나온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미리 구청에 의료부스를 마련한다고 신고한 뒤 운영 중"이라고 했다.
또 다른 자원봉사자 20대 남성 B씨는 "시위는 오늘 처음 나왔다, 봉사도 마찬가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B씨는 의료부스 바로 옆에 설치된 부스에서 참가자들에게 생수와 탄산음료 등을 전달하고 있었다.
B씨는 봉사에 참가한 계기로 "부실관리 실태를 보고 이전부터 벼르고 있었다"며 "선관위가 선을 넘었다고 생각해 조금이라도 시민에게 도움이 되고자 나왔다"고 밝혔다.
▲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 인근 시위 현장 입구에 설치된 부스 위로 '자원봉사자를 구한다'는 안내문이 놓여 있다. Ⓒ노유지 기자
이날 시위가 열리는 핸드볼경기장 앞 주차장에는 보수 성향 시민단체 등에서 대절한 커피차 3대가 운영돼 참가자들에게 커피 등 음료수를 제공하는 모습도 보였다.
50대 시민 주모씨는 한 손에 든 커피를 들어보이며 "오늘 날씨가 습한데 무료로 커피 지원까지 나오니까 한결 낫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자원봉사자들은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피로가 누적되는 등 고충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시위 참가자로 왔다가 물품 배부와 안내를 돕는 자원봉사자로 역할을 바꾸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했다.
지난 5일에 이어 이날도 개표소 시위에 참가했다고 소개한 30대 남성 최모씨는 "시위가 장기화되다 보니 피로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주중에는 생계 때문에 사람이 줄었다가 주말에 다시 늘어나는 것 같다"며 "봉사든 (지원품) 후원이든 개인 의지가 현장에 스며드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처음부터 자원봉사를 하러 오는 게 아니라, 구호를 외치면서 (시위에) 스며들다 보니 참가자들도 물품을 옮겨주고 배부하면서 자연스럽게 봉사자로 뛰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