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투표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야당의 특검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천준호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국민의힘이 발의한 투표지 부족 사태 수사 특검에 대해 "다분히 음모론에 가까운 내용이 섞여 있다"며 "사전투표에서 (서로 다른 투표소끼리) 개표 숫자가 동일했던 부분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검을 하더라도 음모론이 뒤섞인 엉터리 특검으로는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민주당은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시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특검법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전대미문의 투표지 부족 사태로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지만 민주당은 특검 도입보다 국정조사 진행에 힘을 실어왔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오늘 이후 다음 본회의 일정도 잡아서 국정조사계획서를 채택하고 국조특위를 즉각 개문발차하겠다"며 "신속하게 선거제도개혁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서 국민 눈높이와 시대 정신에 부합하는 선거 관리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발의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표지 부족 사태에 관한 국정조사 요구서가 보고됐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이번 투표지 부족 사태를 대하는 민주당의 태도가 과거 특검 추진 사례와 비교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특검 도입을 주장한 민주당이 정작 선관위를 둘러싼 논란에는 야당의 특검 요구를 정쟁으로 규정하며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직전까지만 해도 '조작 기소'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염두에 둔 특검을 신속하게 발의했다.
지난 2월 이른바 '공취모'(이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가 출범하며 공소 취소를 추진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했고, 민주당은 지난 4월 30일 '윤석열 정권 조작 기소 진상 규명 특검법안'을 전격 발의했다.
민주당은 '조작'의 책임을 묻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사실상 '셀프 면죄 특검'이라는 비판이 잇따라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수사 대상에는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 이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이 포함됐고 특검이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민주당은 선거 직후 공소 취소 추진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대통령도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공소 취소와 관련해 "잘못됐으면 취소하고 잘못 안 됐으면 놔두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이 꽤 많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민주당은 그간 '성역 없는 수사'와 '국민적 의혹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워 각종 특검 추진에 앞장서 왔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시절부터 요구해온 김건희·순직해병특검을 비롯해 내란특검을 잇달아 처리했다. 이후 특검 수사기간 연장에 이어 '2차 종합특검'까지 밀어붙이며 특검 정국을 주도했다.
야권에서는 투표지 부족 사태에 관한 특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이중잣대라며 비판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뭉개는 사이에 전국 투표소의 증거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국회가 하루속히 특검과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국정조사를 지켜보고 특검을 하자고 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증거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당장 특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이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발견된다면 신속하게 선거 무효를 선언하고 전국 재선거를 치르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이 특검법에 음모론이 섞여 있어 받을 수 없다고 한다. 거꾸로다. 음모론이 섞여 있기에 특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사전투표 개표 숫자 확률이 5억9000만분의 1이라는 산식은 엉터리이나 이 논쟁은 저의 지적 양심과 확신이 아니라 국가의 공식 기록으로 끝내야 한다"며 "여당의 진실 규명 의지를 특검 수용 여부로 판별하는 문화, 그 시작이 민주당이다. 잣대가 상대에 따라 휘어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결론이 나기 전인 지난해 2월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명태균특검'을 두고도 "용두사미로 유명한 명태균특검은 왜 통과시켰나"라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선관위의 관리 부실은 도려내고 음모론의 허구는 서법적으로 확정하기 위해 특검 추천, 개혁신당이 하겠다"면서 "진실 앞에 여야가 없다"고 민주당의 결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