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전 교육연수원장·이지은 대변인·방송인 박시영 씨. ⓒ유튜브 채널 '박시영TV' 캡처
더불어민주당이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부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당무 개입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이지은 민주당 대변인이 관련 문제를 언급하며 이를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당무 개입 의혹에 빗댄 것이다. 친명(친이재명) 지지자들은 이 대변인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며 출당을 촉구하고 나섰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변인은 전날 친여 성향 유튜브 채널 '박시영 TV'에 출연해 "우리가 윤석열을 보면서 윤석열이 누구 찍어서 당 대표 시키기, 이거 엄청 욕을 했었는데 대통령이 지금 그거 하시는 건가? 설마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여당 지도부 축출과 선출 등의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처럼 민주당 전당대회 국면에서 유사한 논란이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문제 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 대변인의 해당 문제 제기를 두고 박시영 씨는 수습하듯 발언을 이어갔다. 박 씨는 "노골적으로 이렇게 완전히 손 들어주거나 이러지는 않았다"며 "당연히 누구나 호흡이 더 잘 맞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대통령의 그 뜻이 밖으로 전달되는 순간 사달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건 조심해야 한다. 그걸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의 발언은 지방선거 직후 당권 경쟁이 달아오르는 상황에서 나왔다.
민주당은 연임 도전이 유력한 정청래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사이에 미묘한 긴장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는 이른바 '명청 갈등설'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이 대통령이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이겨야 할 곳을 졌다면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라고 평가하면서 정 대표의 책임론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와 친청계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반면 차기 당 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김민석 국무총리를 두고는 '명픽'(이재명 대통령의 선택)이라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친명계 일각에서는 김 총리를 당의 위기를 수습할 '구원투수'로 평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대변인은 이러한 당 내외 기류를 두고 과거 윤 전 대통령의 사례에 빗대어 이 대통령의 당무 개입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당시 여당이던 국민의힘 지도부 선출과 주요 징계, 총선 공천 과정 등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준석 전 대표 징계 사례와 2023년 3·8 전당대회 때의 '윤심(尹心)' 논란, 김기현 전 대표가 돌연 사퇴한 과정,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설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을 향해 "노골적인 당무 개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과거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문제 삼았던 당무 개입 논란이 이번에는 현직 민주당 대변인에 의해 이 대통령을 향한 화살로 돌아오자 친명 지지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 대변인을 출당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대통령의 핵심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는 "마포갑 이지은 지역위원장의 당원 기만 및 이재명 대통령 윤석열 비유 망언 규탄과 출당 요구"라는 공지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게시한 카페 매니저는 "이지은 마포갑 지역위원장이 방송에 출연해 이 대통령을 두고 감히 윤석열의 독재적 당무 개입 행태와 비교하며 심각한 해당 행위를 저질렀다"며 "이 대통령을 감히 헌정 사상 최악의 무도한 정권이자 당무 개입을 일삼았던 윤석열과 동급으로 치부하며 당의 정체성과 당원들의 자부심을 정면으로 훼손한 배신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재명이네 마을은 당의 기강을 흔들고 대통령을 모욕하는 그 어떤 해당 행위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 지도부와 윤리심판원에 강력히 촉구한다. 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이지은 지역위원장을 즉각 출당 조치하시라"라고 덧붙였다.
카페 이용자들은 "정청래가 제명 안 시키면 정청래도 사퇴하라고 들고 일어나야 한다" "저기(방송에) 함께한 최강욱, 박시영도 제명시켜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펼치며 호응했다.
아울러 친명 지지자들은 이 대변인이 이 대통령의 영입 인재 출신임에도 정 대표와 가깝다는 이유 등을 들어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친명 스피커들도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뉴이재명' 그룹의 대표적인 스피커로 활동하는 신인규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정 대표를 마포 남매인 이지은 지역위원장이 감싸고 돈다.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 대표가 책임을 지면 안 되겠지요?"라며 "정청래 대표와 그를 추종하는 이지은 대변인은 당직에서 물러나 책임을 지시라"라고 말했다.
이용석 전 민주당 대전시당 청년대변인도 "대통령이 취임 1년 및 총리의 퇴임을 맞아 함께 국민주권정부를 시작한 동지를 칭찬한 것을 두고 정말로 윤석열이 연상되셨나"라며 "설사 대통령의 발언이 문제된다고 주관적으로 느끼셨더라도 윤석열을 운운해서 깎아내릴 게 아니라 여당의 대변인답게 합리적 비판을 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발언은 오히려 본인께서 차기 대표를 염두에 두고 의도적인 해석과 감정이 덮인 발언으로 보이기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조상호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도 전날 페이스북에 "대변인 정말 맞나? AI 딥페이크인가? 제 눈, 귀를 의심"이라고 적었다.
한편 전날 이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유럽 순방길에 오른 공항 환송 행사에서는 정 대표가 불참한 반면 김 총리는 참석해 여러 해석이 나왔다.
청와대 측은 "확대해석은 말아야 한다"며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에서는 친명과 친청 간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김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김 총리가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YTN 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서 "과대 해석"이라고 경계하면서도 정 대표의 정무적 판단을 지적했다. 김 전 부원장은 "세간의 오해와 추측을 방지하는 선제적인 모습도 필요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