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FIFA 랭킹 100위 엘살바도르에 고전했다.ⓒ연합뉴스 제공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2위와 100위의 차이는 컸다. 2계단 차이가 아니라 20계단 이상 차이가 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난달 31일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해발 1356m 고지대인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BYU 사우스 필드에서 FIFA 랭킹 102위 트리니다드토바고와 격돌했고, 5-0 대승을 거뒀다. 손흥민과 조규성이 멀티골을 작렬했고, 황희찬이 1골을 거들었다. 
그리고 4일 같은 장소에서 FIFA 랭킹 100위 엘살바도르와 격돌했다. 홍명보호는 1-0 진땀승을 거뒀다. 이동경의 프리킥 골이 무승부 위기에서 한국을 구해냈다. 
두 팀 모두 FIFA 랭킹 100위권 밖의 약체. 그리고 두 팀 모두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두 팀의 경기력은 달랐다. 트리니다드토바고는 전반 초반 반짝 힘을 내더니 전반 39분 손흥민에 득점을 허용한 후 와르르 무너졌다. 황당한 파울로 페널티킥을 내주더니 이후 우왕좌왕하는 것 말고 보여준 것이 없었다. 
한국은 여유를 가졌고, 하고 싶은 플레이를 마음껏 시도했다. 의지가 없고, 어떤 동기부여도 찾을 수 없는 트리니다드토바고는 그렇게 처참하게 무너졌다. 
반면 엘살바도르는 달랐다. 경기 초반부터 강한 압박으로 한국을 당황하게 만들더니, 공격에서도 매서운 역습을 한국을 흔들었다. 득점은 하지 못했지만 위협적인 공격 장면은 엘살바도르가 더 많이 만들었다. 
엘살바도르는 후반 11분 실점을 허용하고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수비는 흔들리지 않았고, 빠른 역습을 시도하며 동점골을 노렸다. 득점에 실패해 패배로 이어졌지만, FIFA 랭킹이 한참 높은 랭킹 25위 한국을 상대로 선전했다고 할 수 있다. 엘살바도르는 분명 예상보다 강했다.  
FIFA 랭킹은 2계단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경기력은 왜 이토록 큰 차이를 보였을까. 두 팀의 내막을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트리니다드토바고는 혼란의 팀이었다. 사실상 제대로 된 팀이 아니었다. 미래도, 비전도 준비되지 않은 팀이었다. 
최근 드와이트 요크 감독이 물러나고 데릭 킹 '임시 감독' 체제로 경기를 치렀다. 경기에 나선 대표팀 선수들도 대부분 A매치 경험이 적은 어린 선수들이었다. 임시 감독의 전술에는 힘이 없었고, 선수들 역시 어떤 동기부여도 찾지 못한 모습이었다. 
반면 엘살바도르는 달랐다. 산전수전 다 겪은 70세 노장 에르난 다리오 고메스 감독이 이끌었다.
그는 과거 월드컵 본선을 3번이나 경험한 지도자다.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콜롬비아 대표팀을 이끌고 나섰고, 2002 한일 월드컵에서는 에콰도르 대표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파나마 대표팀을 지휘했다. 남미와 북중미에서는 명장 중 하나로 꼽힌다. 
엘살바도르는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고메스 감독에 대한 신뢰를 이어갔다. 고메스 감독은 다음 4년을 기약하며 새롭게 대표팀을 재정비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시작점에 있다. 선수들 역시 다음을 위해서, 미래를 위해서 고메스 감독의 신뢰를 얻어야 하고, 고메스 감독의 전술을 최대한 받아 들였다. 
특히 고메스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를 3명 배치하는 전술로 한국을 상대했다. 중원 숫자에서 밀린 한국은 경기 운영이 매끄럽지 못했다. 윙어 이동경이 밑에까지 내려와 사실상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해야만 했다. 이 고메스 감독의 전술이 한국의 흐름을 방해했고, 한국의 전개를 비효율적으로 만들었다. 한국이 고전한 결정적 이유다.  
사실상 FIFA 102위와 100위의 차이가 아니라 임시 감독과 베테랑 감독의 기량 차이였다. 또 미래 준비에 소극적인 팀과 적극적인 팀의 의지 차이였다.  
이 2경기는 홍명보가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기 전 가진 마지막 평가전 2연전이다. 5-0 대승과 1-0 진땀승. 어떤 모습이 홍명보호의 진짜 모습일까. 후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했으나, 제대로 된 팀이 엘살바도르였다. 제대로 된 FIFA 랭킹 100위의 팀이었다. 
준비된 FIFA 랭킹 100위 팀의 압박에 고전하고, 상대 감독의 전술에 혼란을 겪은 홍명보호. FIFA 랭킹 41위 체코, 15위 멕시코, 60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기다리고 있다. 3팀 모두 제대로 된 팀, 제대로 준비한 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