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김민석 국무총리,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송영길 인천 연수갑 당선인. ⓒ뉴데일리DB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일찌감치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 체제로 향하고 있다. 전국 단위 성적표만 놓고 보면 민주당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서울시장 석패 등 세부적으로는 당권 지형을 뒤흔들 변수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기 권력 구도에도 적잖은 파장이 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에서는 선거 과정에서 잠복해 있던 당권 경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인천 연수갑 당선인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민주당이 석패한 경기 평택을·부산 북갑 등 재·보선 지역구 등을 언급하며 정 대표의 리더십을 지적했다. 그는 "어차피 바로 전당대회가 있기 때문에 이런 리더십이 평가는 받는 것"이라며 "어차피 공방은 되겠지만 전당대회에서 평가를 받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연임 도전이 유력한 정청래 대표와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김민석 국무총리, 민주당 대표 출신인 송 당선인의 당권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총리는 이재명 정부 초대 총리라는 상징성과 이재명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 '뉴이재명'의 지지 등을 바탕으로 당내 영향력을 넓히고 있으며 조만간 사의를 표명하고 당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송 당선인도 원내 복귀를 발판 삼아 당권 재확보를 노리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부터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되기도 했다. 김 총리는 지난달 28일 친여 방송인 김용민 씨의 페이스북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취소한 일로 주목을 받았다. 해당 글이 정 대표와 친문(친문재인) 방송인 김어준 씨를 비판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김 총리가 정 대표와 현 지도부 체제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이어졌다.
송 당선인도 선거 과정에서 정 대표에 대해 비우호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전북지사 선거에서 김관영 무소속 후보를 공개적으로 옹호해 정청래 지도부와 대립하는 형국이 됐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사실상 정 대표에 대한 '견제'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 결과도 민주당과 정 대표 리더십에 정치적 후유증을 남기면서 당권 경쟁의 불씨를 앞당긴 셈이 됐다.
민주당이 광역자치단체장 16자리 중 12석을 가져갔으나 선거 성패를 둘러싼 평가가 엇갈리면서 정 대표의 리더십 문제는 도마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지방선거의 꽃'이라 불리는 서울시장 선거와 민주당의 '텃밭'인 전북지사, 경기 평택을·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 등 주요 승부처에서는 당내 권력 구도에도 적잖은 함의를 남겼다는 해석이 있다.
'미니 대선'으로 꼽힌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양측에 내상을 입힌 결과를 낳았다. 선거 초만 해도 '명픽'(이재명 대통령의 선택) 정원오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는 듯했고, 민주당도 화력을 집중해 서울시장 선거를 지원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서울시장 선거는 '정권·부동산 심판론'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군다나 투·개표 과정에서 국민의힘 강세 지역 곳곳에서 사상 초유의 '투표지 부족'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를 거머쥔 것은 민주당에 큰 상처로 남게 됐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이에 정 대표는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적으로 민주당의 큰 승리를 안겨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면서도 "다만 서울을 탈환하지 못해 아프다"고 밝혔다.
서울시장 선거는 광역단체장 1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 동력을 비롯해 민주당의 차기 당권 구도에 적잖은 후폭풍을 남길 전망이다.
전북도지사 선거도 예사롭게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친청(친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원택 민주당 후보가 51.22%로 승리했지만 무소속 김 후보가 41.78%를 득표하며 존재감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과 한병도 원내대표가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발표 후 대화를 나누는 모습. ⓒ이종현 기자
아울러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는 전북에서조차 비당권 성향 유권자들의 선택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 대표의 리더십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결과적으로는 친청계 후보가 승리했지만 압도적인 우세를 점하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당에서는 친명·반청(친이재명·반정청래)계의 경고 신호로 읽히는 분위기다.
경기 평택을과 부산 북갑 재·보선 결과도 정 대표에게 부담이 큰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정청래 지도부가 김용남 민주당 후보를 평택을 재선거에 전략공천을 했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김 후보와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를 놓고 범여권 내 명·문(이재명·문재인) 갈등이 표출됐고, 정 대표도 친문계와 가깝다는 이유로 '뉴이재명'으로부터 공격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평택을 선거는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가 3자 혼전 끝에 34.83%로 당선돼 친명계도 친문(친문재인)계도 웃을 수 없게 됐다.
부산 북구갑 역시 한동훈 무소속 후보(42.96%)가 불과 1.7%포인트 차로 '명픽' 하정우 민주당 후보를 눌렀다. 당 지도부와 친명 주류가 결과적으로 하 후보의 패배를 막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선거 결과는 향후 민주당 내부 권력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시장 선거와 경기 평택을·부산 북구갑 재·보선 결과를 둘러싼 책임론이 불거지면 당내 주도권 경쟁도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송영길 당선인은 라디오 방송에서 "압도적 승리가 예상됐지만 너무나 혼전이 되고 있고 서울도 지금 마찬가지이고 또 대구도 저렇게(민주당 패배) 됐다"며 "특히 관심을 가졌던 부산 북갑, 경기 평택을 이런 데서 다 져버려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라북도 같은 경우는 도민의 판단에 맡기는 게 맞다. 그리고 당력을 평택을에 집중해라 이것을 제가 강조했던 것인데 결과적으로 평택에 우리 당력이 집중됐으면 질 수가 없는 선거인데 져버렸고 전북도 40% 이상 지금 무소속 후보가 나온 것은 이례적인 일 아니냐"면서 정 대표에 대한 경고를 시사했다.
다만 선거에 관한 책임 공방이 불가피한 가운데 정 대표는 선거 이후로 미룬 조국혁신당과의 합당론을 꺼내 들었다.
정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연대하면 커진다. 다른 당과의 연대 방법에 대해서도 앞으로 공론화 과정을 통해서 깊이 고민, 연구하도록 하겠다"며 합당론 추진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전국적으로는 이겼지만 서울시장을 비롯해 대구, 평택을, 부산 북갑 등 우리 당으로서는 개운하지 못한 결과가 속출했다"며 "전당대회 시계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선거 결과를 둘러싼 문제가 당권 경쟁의 핵심 소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