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2023년 12월 19일(현지시각) 하원 최대 야당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제기한 투표 재검사 소원에 관해 판결하는 모습. ⓒ연합뉴스
6·3 지방선거를 치르는 서울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지가 부족해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야당을 중심으로 재선거론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5년 전 독일 베를린에서 유사한 문제로 재선거가 이뤄진 사례가 재조명받고 있다.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민의힘 등에 따르면 이날 서울에선 광진구 구의3동 제6투표소를 비롯한 17곳에서 용지 부족으로 유권자가 투표를 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오후 9시가 넘도록 투표가 진행되지 못하는 지역이 발생하자 유권자 중 일부는 길어지는 시간에 발걸음을 돌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야권에서는 투표지 부족 사태를 '선거 무효 사유'로 규정하며 해당 지역 개표 중단과 재선거를 촉구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미 투표의 공정성은 깨졌다. 진상 파악 결과에 따라 서울시 선거는 다시 선거를 실시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이번 선관위의 부실 선거를 비판하면서도 재선거 요구에 선을 그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개표 중단과 재투표 요구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번 투표지 부족 사태에 따른 '재선거론'을 두고 여야가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5년 전 독일 베를린에서 치러진 재선거가 주목을 받고 있다. 문제가 된 사례는 2021년 9월 26일 독일 베를린에서 치러진 총선·지방선거 동시 선거다. 
당시 베를린에서는 연방하원의원 선거와 시의원·구의원 선거, 주민투표까지 한꺼번에 진행되면서 유권자들은 총 5장의 투표지에 여러 항목을 기표해야 했다. 그러나 선관위가 유권자 1인당 투표 소요 시간을 잘못 계산해 기표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투표지가 잘못 배부되는 문제도 있었다. 
특히 이번 서울 투표소 사례와 유사한 '투표지 부족 사태'도 발생했다. 당시 베를린 일부 투표소에서는 준비된 투표지가 바닥나면서 투표소 운영이 일시 중단됐다. 이후 뒤늦게 투표를 재개하면서 법정 투표 종료 시각인 오후 6시를 넘겨 투표가 진행됐다. 일부 유권자들은 이번 지방선거처럼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된 이후 투표에 참여하기도 했다. 
결국 야당들이 선거 결과에 문제를 제기했고 베를린주 헌법재판소는 시의원·구의원 선거 전체를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소는 "단 몇명이 아니라 수천 명의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했거나 정상적인 조건에서 투표하지 못했다"며 "선거의 자유·평등·보편성 원칙이 침해됐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소는 투표지 부족으로 투표소 운영이 중단된 상황을 심각하게 판단했다. 헌재는 "투표를 기다리던 유권자들이 투표소가 언제 다시 문을 열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며 "대기 줄과 운영 중단 때문에 투표를 포기하고 돌아간 유권자가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방헌법재판소도 베를린 전체 2256개 선거구 중 455개 선거구의 총선 결과를 무효화하고 재선거를 명령했다. 연방헌재는 특히 일부 투표소 운영 중단이 '공개 선거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공개 선거 원칙은 선거 과정 전반이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되고 검증 가능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다만 독일 법원은 모든 선거구 전체를 무효화하진 않았다. 선거 결함이 실제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가 중요하다고 보고 문제가 확인된 일부 선거구에 대해서만 재선거를 실시하도록 했다.
이후 2023년 2월 베를린 시의원·구의원 재선거가 치러졌고 당시 패배했던 기독교민주당(CDU)이 승리하면서 시의회 다수당이 교체됐다. 결국 시장까지 바뀌었다. 이듬해에는 일부 지역에서 총선 재선거도 실시돼 연방하원 의석수에도 변화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