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AFP=연합뉴스
미국이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국제 유통을 차단하겠다며 새로운 무역 규제 방안을 꺼내 들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인권 문제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통상 질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일(현지시각) 강제노동 관련 수입 통제를 충분히 시행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60개 경제권의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관세율은 국가별 평가에 따라 10% 또는 12.5% 수준으로 검토되고 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인 12.5% 관세 적용 대상군에 포함됐다. 미국은 한국이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제도 마련과 집행 측면에서 모두 미흡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올해 초 새로운 통상 대응 수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추진된 후속 조치다. 앞서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월 기존 상호관세 정책 일부에 대해 위법 판단을 내리자, USTR은 대체 수단을 검토하기 위해 '과잉생산'과 '강제노동 연계 수입품'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했다.

한국은 이 두 분야 모두에서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 정부가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 대표적인 통상 압박 수단이다. 과거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당시에도 대규모 추가 관세의 근거로 활용된 바 있다.

USTR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마련한 관세 부과안을 공개한 뒤 다음 달 7일 공청회와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최종 검토를 거쳐 시행 여부와 세부 내용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제임스 그리어 USTR 대표는 성명을 통해 "주요 교역 상대국들이 강제노동 생산품의 수입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은 미국 노동자들에게 불공정한 경쟁 환경을 강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인권 정책이 아니라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과도 연결돼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미국은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 강제노동 문제를 비롯해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왔다. 이번 정책 역시 인권 문제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주요 교역국들에게 보다 엄격한 공급망 관리 기준을 요구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한국 기업들 입장에서는 향후 미국 수출 과정에서 원재료와 협력업체 관리에 대한 검증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반도체, 배터리, 철강, 섬유 등 글로벌 공급망과 긴밀하게 연결된 산업일수록 영향이 적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는 관세 부과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미국 정부가 공청회와 의견 수렴을 통해 세부 기준을 조정할 가능성이 남아 있으며, 대상 국가들의 외교·통상 협의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과 맞물려 향후 국제 무역 환경에 또 다른 불확실성을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강제노동 문제는 최근 몇 년간 관세, 공급망, 국가안보 이슈와 결합하면서 글로벌 통상 정책의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이 이번 조치를 예정대로 시행할 경우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들은 인권과 공급망 투명성 기준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와 마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