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법원에 제출한 66쪽짜리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계엄 선포문 파쇄부터 비화폰 기록 삭제, 국회 봉쇄 사실 은폐용 허위 PG 배포, 차벽·철조망 설치와 무장 순찰까지 윤 전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멘트가 그대로 담겼다. 한편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허위 공문서 작성·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명 없었던 일로"…사후 계엄 선포문 파쇄
특검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엿새 뒤인 2024년 12월 8일 새벽, 수사가 본격화되자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강의구 당시 대통령비서실 부속실장에게 "또 다른 논쟁을 낳지 않도록 내가 서명한 것을 없던 일로 하자"고 요구했다. 강 전 실장이 이를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자 윤 전 대통령은 "총리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해라"고 승인했고, 강 전 실장은 같은 날 '대통령·국무총리·관계 국무위원이 서명·부서한 12월 3일자 계엄 선포문'을 세단기로 파쇄했다.
특검은 해당 문건이 대통령기록물이자 공용서류임에도 고의로 훼손됐다며 윤 전 대통령·한 전 총리·강 전 실장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용서류손상 공범으로 판단했다. 문건을 뒤늦게 작성·보관한 행위까지 포함해 형법상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尹 "국회 출입 통제 안 했다" vs 특검, 허위 PG 배포 판단
계엄 해제 다음 날인 12월 4일 오후,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이던 하태원 외신대변인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의원 과반수의 계엄 해제 요구 요건을 알고 있었지만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지 않았다" "헌정질서 파괴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는 내용의 PG를 작성해 외신에 배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같은 시기 경호·군 병력을 동원해 의원 본회의장 진입 저지를 지시한 정황을 확보, PG가 '명백한 허위'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대통령은 비서실 업무에 대한 일반적 지휘권은 있으나, 허위 사실 전파는 법령상 의무가 없는 행위"라며 허위 공보 업무를 강요했다고 적시했다. 이에 따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비화폰이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서 함부로 쉽게 볼 수 있으면 그게 비화폰이겠냐?"
특검 수사가 확대되던 12월 8일 새벽, 윤 전 대통령은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에게 비화(秘話)폰으로 전화를 걸어 다음과 같이 지시했다. 윤 전 대통령은 "비화폰 관련 규정이 어떻게 돼?" "서버 삭제는 얼마마다 한번씩 되냐?" "수사 받고 있는 그 세 사람의 단말기 그렇게 놔둬도 되느냐?" "비화폰이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서 함부로 쉽게 볼 수 있으면 그게 비화폰이겠냐?" "쉽게 볼 수 없어야 비화폰이지. 조치해라. 그래서 비화폰 아니냐" "빨리 조치해야 되지 않겠어?" 등을 전하며 비화폰 통신기록 삭제를 지시했다.
이에 김 차장은 여인형·이진우·곽종근 등 군 사령관 세 명의 비화폰 기록 삭제와 관련된 후속 지시를 내렸다. 특검은 "경호처 지휘권을 남용해 증거 인멸을 도모했다"며 대통령경호법 위반 교사 혐의를 적용했다.
"이곳은 군사보호구역, 수사관들 못 들어오는 곳"
2024년 12월 30일 공수처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수색영장을 발부받자, 윤 전 대통령은 박종준 경호처장·김성훈 차장에게 계속해서 영장 집행 차단을 지시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국방부장관 공관(압수장소)만 생각하면 안 된다. 국방부장관 공관이 대통령 관저와 다 함께 묶여있는 군사보호구역 아니냐, 이런 곳은 수사관들은 못 들어오는 것 알고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26일엔 박 처장에게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체포영장은 불법" "서울서부지방법원의 영장 발부는 관할권 위반이라 불법"이라며 관저 제1정문 밖에서 영장집행 담당자를 돌려보내라고 지시했다. 이어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체포영장은 불법이다. … 관저는 군사기밀 지역이고 경호구역이니까 관저의 제1정문 안으로 들여보내면 안 된다. 체포영행을 집행하러 오면 제1정문 앞에 대기시켰다가 대통령 변호인단을 만나고 돌아가도록 조치해라"라고 재차 강조했다. 
12월 31일부터 1월 2일까지 경호처는 '차벽 설치·군·경 동원' 계획을 세우고 관저 앞 3중 저지선을 구축, 영장 집행 공무원들을 밀쳐내며 집행을 봉쇄했다. 특검은 이를 특수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범인도피교사로 규율, 윤 전 대통령을 공모공동정범으로 판단했다.
"경호처는 정치 진영 상관없어 ... 일관된 임무만 생각"
1차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된 후, 공수처는 2025년 1월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 및 수색 영장을 다시 발부받고 같은 달 15일 집행을 시도했다. 특검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영장 재집행을 예상하고 대통령경호처장 직무대행 김성훈, 경호본부장 이광우에게 공수처의 체포영장 등 집행을 "더욱 철저히 저지하라"는 취지로 반복 지시했다.
김성훈이 시그널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대통령님께서 전략을 세우시고 준비하시는 데 전혀 지장 없으시도록 저희 경호처가 철통같이 막아 내겠습니다.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공수처와 경찰 간의 미숙한 처리로 소진해 버린 영장 집행 시간을 연장 신청한다는 것도 말도 안 되는 거고, 모든 것들이 대통령님께 유리하게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욱더 직원들 정신무장 시켜 한 치 흔들림 없이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보고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그래, 경호처가 흔들림 없이 단결. 경호처는 정치 진영 상관없이 전·현직 대통령, 국군통수권자의 안전만 생각한다"며 "군사시설보호구역과 경호구역에 대한 완벽한 통제. 우리는 정치를 모른다. 일관된 임무 하나만 생각한다"라고 화답했다. 김성훈은 곧바로 "말씀하신 그 내용 다시 한 번 직원들에게 주지시키고, 흔들림 없이 주어진 숭고한 임무 수행을 위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답신을 보냈다.
실제로 김성훈과 이광우는 대통령경호처 소속 공무원들을 동원해 공관촌 내 주요 지점에 차벽과 운형 철조망을 설치하고, 공수처 영장집행에 대비한 '인간 스크럼 짜기 훈련'을 수차례 실시했다.
특검은 이 같은 일련의 조치들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경호업무의 범위를 명백히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김성훈, 이광우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며, 윤 전 대통령은 그 지시자이자 공모공동정범이라고 명시했다.
"총은 경호관들이 훨씬 잘 쏜다...총 보여줘라"
2025년 1월 11일, 윤 전 대통령은 김성훈·이광우 등 대통령경호처 부장급 간부들이 참석한 오찬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언론에서는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특공대와 기동대가 들어온다고 하는데, 걔들 총 쓸 실력도 없다. 경찰은 전문성도 없고, 총은 경호관들이 훨씬 잘 쏜다. 경찰은 니들이 총기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기만 해도 두려워할 거다. 총을 가지고 있다는 걸 좀 보여줘라."
이 발언 이후 김성훈과 이광우는 대통령경호처 대테러과장에게 "외부에 향기가 잘 보이도록 휴대한 상태에서 순찰업무를 수행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실제로 같은 달 11일부터 13일까지 대통령경호처 대테러부 소속 경호관들은 전술복과 방탄헬멧을 착용하고, 소총 등 총기를 휴대한 상태로 대통령 관저구역 내부를 도보로 순찰하는 '위력 경호'를 실시했다.
특검은 이 조치가 경호대상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대통령경호법상 무기 휴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김성훈과 이광우에게는 소속 공무원에게 무기를 휴대하게 할 정당한 권한이 없었고, 직원들 역시 총기를 통해 피의자를 보호할 의무가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특검은 이 무장 지시가 공수처 체포영장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 아래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행위라며 김성훈, 이광우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고, 윤 전 대통령은 이 범행의 공모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