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최근 발생하는 국정현안을 직접 틀어쥐고 관리하면서 각 부처에서 '패싱논란' 등 파열음이 잇따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대통령 권력 분산'등을 부르짖었던 모습과 달리 오히려 청와대가 비대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1.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달 31일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아랍에미레이트(UAE) 순방중 가나해역에 피납된 마린 711호 사건에 관해 보고를 받고, 지난 3월 28일 새벽 귀국한 직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청해부대를 피납 해역으로 급파하여 피납된 우리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데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며 "문 대통령 지시에 따라 합참은 동일 오전 9시 오만 살랄라항 앞바다에서 임무수행중이던 문무대왕함을 피납해역으로 이동하도록 긴급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제외한 채 합동참모본부에 직접 출동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상철 안보실 1차장을 통해 정경두 합참의장에게 문무대왕함의 이동을 명령했고, 정 합참의장은 송영무 장관에게 사후보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결정과정에서의 '국방부 장관 패싱' 논란이 제기됐다.

#2.
같은날 외교부도 '외교부 패싱'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가나 피랍사건에 대해 외교부는 지난달 27일 사건을 인지, 보도유예를 전제로 출입기자단에 사실관계를 알렸다. 특히 외신보도가 있어도 이를 인용해 보도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같은달 31일 외교부는 갑자기 엠바고를 해제했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출입기자단에 메시지를 배포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가나 현지에 보도가 돼 엠바고를 해제했다"며 "유괴나 납치 사건에서도 보도가 나가면 공개 수사로 전환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언급했다. 당초 외교부의 설명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유로 엠바고가 풀린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당시 "우리 측이 적극적인 조치를 하는 것을 보도 할 수 있게 엠바고를 해제하라고 지시가 내려왔다"고 했다. 결정권을 청와대가 쥐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3.
법무부는 '검찰패싱' 논란이 한창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논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궁금해서 물어본적도 있지만 구체적 경과를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문 총장의 이 발언은 검찰의 영장심사제도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었다. 청와대가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면서 검찰의 영장심사 제도를 손 보려고 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이후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문무일 총장이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은 수습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이지만 대검이 논의에서 배제됐다는 점이 확인, '패싱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4. 통일부는 남북실무회담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통일부 패싱 논란에 기자들의 반발이 빗발쳐 식은땀을 흘리는 상황이 있었다. 남북 실무회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가 지난 3일 "관례상 정상회담과 관련 일체 공개하거나 설명하는 사안이 없다"고 하자 이에 따른 질문이 이어졌다. 통일부에서는 "양해를 구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지난달 29일 "의전·경호·보도 실무회담을 4월 4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진행한다"고 했다. 회담 일정을 청와대가 공개한 뒤 관련 내용에 대해서 통일부가 비공개에 관해 기자들에 양해를 구하는 상황으로 전개된 것이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국정 현안의 대부분을 틀어쥐면서 곳곳에서 반발이 터져나오는 실정이다. 특히 청와대는 가나피랍사건에 대한 엠바고를 해제한 경위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외교부와 협의했다"면서도 "대통령은 정부가 해왔던 인질구출 방식 매뉴얼에 대한 리뷰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결정했지만 논란에 대해서는 "각 부처가 책임질 사안"이라는 식이다. 통일부 역시 같은날 남북실무회담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설명하면서 "통일부가 총괄간사를 맡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앞서 "전통문을 통해 실무회담이 확정되면 통일부 대변인이 브리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은 문 대통령이 '대통령 권력 분산'을 외친것과도 다소 거리가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때인 2017년 5월 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행정부 내에서는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총리와 장관들에게 나누어서 함께 책임지는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를 시행하겠다"며 "청와대가 국회 위에 군림하지 않고 각 부처의 장관들이 책임지고 자신의 부처를 이끌어나가고 인사도 책임지는 정부를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여러 차원에서 행해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