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선을 10여일 앞두고 성소수자들의 거센 항의에 직면했다. 전날 토론회에서 "동성애 합법화에 반대하지만 차별은 안 된다"며 가장 민감한 화약고인 성소수자 문제를 건드린 것이 화근이 됐다.
26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강한 안보'를 외치던 문재인 후보는 기습적으로 나타난 성소수자들로부터 거센 시위를 받았다.
문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천군만마(千軍萬馬) 국방안보 1,000인 지지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제 우리 민주당에 국방안보 역대 최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안보 최고당"이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가 "더 이상 색깔론, 가짜 안보는 통하지 않는다"며 발표를 마무리할 때쯤, 10여명의 동성애 성소수자들이 나타나 문 후보 앞으로 다가가며 거세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동성애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펼쳐보이며 "내가 동성애자다. 나의 존재를 반대하시냐. 혐오 발언을 사과하라"며 문 후보를 압박했다.
이에 문 후보 측 경호원과 경찰들이 시위자들을 제지하고 나섰고, 이 과정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등 현장은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예상치 못한 시위에 화들짝 놀란 문 후보는 3분 정도 상황을 지켜보다가 측근들의 안내를 받으며 서둘러 현장을 빠져나갔다.
성소수자들의 시위는 문 후보가 떠난 뒤에도 계속됐다. 이들은 "사람이 먼저라는 문 후보님, 저희는 사람이 아닙니까",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서글픈 눈물을 흘렸다.
현장에서 시위를 벌인 성소수자들은 집회·시위법 위반 혐의로 인근 경찰서로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 측 유은혜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선대위는 체포된 활동가들의 사법처리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경찰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앞서 문 후보는 전날 열린 토론회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동성애자 관련 질문에 "반대하지요. 그럼요"라고 말했다. 당시 홍 후보가 국회에 제출된 차별금지법에 대해서 묻자 문 후보는 "차별금지하고 합법하고 구분을 못하는가"라며 "저는 (동성애를) 뭐 좋아하지 않는다. 합법화 찬성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문 후보 측은 TV토론이 끝난 직후 "토론 말미에 홍 후보가 다시 '동성애를 반대하느냐'고 질문했고 이에 (문 후보는) 동성혼 합법화에 반대한다고 했다. 특히 성적 지향 때문에 그 어떤 차별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지는 모양새다.
SNS 상에서는 "문 후보에게 실망했다" "문 후보의 '동성애 반대' 주장을 보고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는 등의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문 후보가 홍 후보의 전략에 말려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 후보가 가장 민감한 화약고인 동성애 화두를 던졌고, 문 후보는 사후 여파를 예상치 못한 채 '동성애 반대' 주장을 거리낌 없이 쏟아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