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내홍 국면에 혼선과 잡음이 일고 있다. 친박계의 원내대표 경선 승리 이후 당을 떠나지 않을 수 없게 된 비박계 사이에서도 분열이 있다는 관측이다. 새누리당의 분당(分黨)이 서너 조각으로 갈라지는 형태를 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새누리당 비박계의 핵심인 정병국 의원(5선·경기 여주양평)은 19일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 (비박계)는 가치와 뜻을 중심으로 같이 모인 것일 뿐, 어느 사람이 나가고 안 나가고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뜻을 같이 했던 비상시국회의 멤버들 다수가 함께 하겠다면 (탈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탈당)도, 당을 만드는 것도 김무성 대표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어떤 한 개인의 정치적인 이해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또다른 패권주의를 만드는 것 아니겠느냐"라고까지 표현했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비박계의 중핵인 김무성 전 대표가 탈당해서 신당 창당에 나서면 동반 탈당할 의원의 규모를 최소 10명에서 최대 30명까지로 추산해왔다. 그러나 이날 정병국 의원이 김무성 전 대표와의 동반 탈당 가능성에 강하게 선을 그으면서, 비박계의 탈당이 단일대오로 일사불란하게 일어날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관측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비박계의 또 하나의 중핵인 유승민 전 원내대표도 탈당을 앞두고 명분 쌓기에 나서고 있지만, 탈당을 하더라도 김무성 전 대표와는 궤도를 달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비박계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사이의 불신도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만일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김무성 전 대표와 별도의 '트랙'으로 집단 탈당을 결행하게 되면, 보수정당의 분열이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서너 조각으로 당이 쪼개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에 잔류한 친박계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 그룹 △유승민 전 원내대표 그룹 △김용태 의원~남경필 경기도지사 선도탈당 그룹 등으로 나뉘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복잡하게 분당이 될 경우, '조기 대선'을 앞두고 보수대통합과 후보단일화를 꾀하기도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대권 구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를 의식했기 때문인지,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회관에서 10여 명의 비박계 의원들과 긴급 회동을 갖고 새누리당의 차기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단수 추천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김무성 전 대표는 당내에서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직을 놓고 친박계와 겨루는 것에 대해 마뜩찮다는 반응이었으며, 서둘러 탈당을 하자는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비대위원장 후보로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추천하기로 뜻을 모은 것은 '비박계 투톱' 사이의 균열을 서둘러 봉합하고자 하는 의도로 읽힌다.
앞서 지난 16일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뒤 당대표 권한대행을 겸하게 된 정우택 원내대표는 비박계에 비대위원장 추천권을 부여하겠다면서 "비박계의 대표적 인물은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므로, 양 측의 통합된 의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전날 '전권 부여'를 전제로 "비대위원장이라는 독배를 마실 각오가 섰다"고 이미 밝혔으므로, 김무성 전 대표가 이날 단수 추천을 결정함에 따라 자연스레 비박계의 비대위원장 후보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로 통합된 셈이다.
비박계의 '통합된 의견'이 만들어짐에 따라, 정우택 원내대표와 친박계의 대응이 주목된다.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을 유지하고 있는 친박계 핵심 의원들은 "인적 청산을 주장하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이 되면 당에 새로운 분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이유로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친박계가 이러한 입장을 고수한다면 정우택 원내대표도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인선할 방법이 없고, 자연스레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탈당의 길로 내몰린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 후보로 추천했던 김무성 전 대표도 일단 '궤도'를 함께 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친박계가 '공동 비대위원장' 등 제3의 카드를 꺼내 국면 전환을 꾀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그러나 '공동 비대위원장' 인선안은 '전권 부여'를 요구하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나 비박계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다.
정병국 의원은 "공동 비대위원장을 할 것 같았으면 '이정현 체제'를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며 "또다시 (공동 비대위원장으로) 포장을 해서 그분(친박계)들이 당을 장악하면 과연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결국 친박계가 이렇게 (공동 비대위원장 카드 등으로) 나오는 것은 서로 타협을 해서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연장하겠다는 의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공동 비대위원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