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11테러를 일으킨 ‘알 카에다’가 사우디 왕실로부터 후원을 받아왔다는 의혹은 10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런데 미국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알 카에다 테러범이 다시 이런 주장을 펴 주목을 끌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9.11테러 희생자 가족들이 제기한 민사 소송 재판 도중 피고인 자카리아스 무사위가 뉴욕연방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 관련 내용을 진술했다고 한다.
조종사 교육을 받고 9.11테러에 가담한 혐의로 2006년 재판을 받은 자카리아스 무사위는 종신형을 선고받은 뒤 현재까지 콜로라도 연방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자카리아스 무사위는 뉴욕연방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1979년부터 2001년까지 사우디 정보국 국장을 지낸 투르키 빈 파이잘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22년 동안 주미 사우디 대사를 지내기도 했던 사우디 정보국 국장 반다르 빈 술탄 왕자가 알 카에다에 수백만 달러를 지원했으며, 9.11 테러에 대해서도 상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자카리아스 무사위는 아프가니스탄에서 駐미국 사우디 대사관 관계자들과 알 카에다 조종사가 만나 미국 본토를 공격하는 것을 논의하고,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 원)을 격추하는 것도 모의했다고 주장했다.
자카리아스 무사위는 또한 오사마 빈 라덴의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우디 아라비아를 2번 방문했는데, 이때 투르키 빈 파이잘 알 사우드 왕자와 고위 관계자를 직접 만났다고 주장했다.
자카리아스 무사위의 진술서 내용이 공개되자 그 진위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그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나중에 ‘알 카에다’로 발전하는 아프가니스탄 테러조직 ‘막탑 알 키드맷(Maktab al Khidmat)’이 파키스탄 정보국 ISI와 美CIA의 지원을 받았고, 이때 자금은 주로 사우디아라비아 왕실로부터 조달했다는 점, 오사마 빈 라덴의 부친 모하메드 빈 라덴이 사우디 왕실과 친밀한 관계였다는 점 등을 배경 근거로 들고 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일부 외신은 자카리아스 무사위의 진술을 “정신병자의 넋두리”라고 비판하고 있다.
駐美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은 이 소식에 즉각 성명을 내고 “9.11 테러와 관련해 역사상 가장 강도 높은 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 사우디 정부나 당국자가 테러에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자카리아스 무사위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AFP통신의 경우 “무사위 측 변호사는 2006년 재판 당시 ‘그가 정신분열증에 걸렸다’고 주장했다”며 이번 진술이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