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주말드라마(밤 9시 40분) <정도전> (연출 강병택 이재훈, 극본 정현민) 4일 방송에서 고려를 향한 정몽주의 일편단심 충성심에서 태어난 고려의 마지막 왕 공양왕 남성진이 살아남기 위해 일부러 미친 척 하는 모습이 그려져 말할 수 없는 비통함과 탄식을 자아낸다.

선위를 통해 이성계(유동근 분)를 왕위에 앉히려는 정도전(조재현 분)의 고도의 정치적 술수는 온건한 합리파 정몽주(임호 분)의 의분을 일으켜 이에 맞서 정치적인 책략을 도모케 한다. 마치 잠자던 호랑이를 잘못 건드린 듯  정몽주는 고려를 향한 충심으로 두 발 들고 일어난다.

선위를 내세우는 정도전 일파들의 의도를 정확히 꿰뚫어 본 정몽주는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 그들의 계략을 무산시키고 창왕을 폐위시키도록 한다. 부모같이 생각하는 고려의 정통성을 계속 이어가려고 혼신의 힘을 다해 외로이 몸부림치는 충신 정몽주는 왕족 정창군 왕요(남성진 분)를 창왕에 이어 고려의 왕으로 옹립한다.

역성과 충성과의 싸움에서 태어난 비운의 정창군이 바로 고려의 마지막 왕 공양왕이다. 


왕위에 오른 정창군은 한 나라의 왕이라는 것을 잊은 듯 술과 여자로 방탕하며 지낸다. 고려의 충신이면서 정도전과 이성계와의 정치싸움에 환멸을 느끼고 조정을 떠난 이색(박지일 분)은 걱정이 되어 정창군을 찾아와 왕의 체통을 지키라고 간곡히 청하자 "과인이야 옥새만 찍어주면 된다"며 빈정대며 냉소적으로 말한다.   

정창군의 부름을 받고 온 정몽주는 정창군이 궁녀들과 희희덕거리며 웃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 "전하 제발 부디 군왕의 면모와 위엄을 보여주시옵소서"라고 충언하자, 정창군은 광대 같던 안색을 바꿔 정색을 하며 말한다.

"찬성사! 어찌 이리 급하십니까?
허수아비 노릇이나 하라고 세워 논 왕인데 느닷없이 주인입네 튀어나오면
저들이 과인을 그냥 놔둘 것 같소이까? 

경이 폐가입진을 주장한 것은 왕씨의 사직을 보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소이다. 해서 그대를  부른 것이오!
과인이 교지를 하나 내렸는데 하나 그 교지는 과인의 뜻이 아니어야 합니다!"

"소신의 뜻으로 하라는 것이옵니까?"

"그렇소이다!  왕씨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과인은 바보가 될 것이오!
지키는 것은 그대가 하시오!"

타인의 의해 실권없는 허수아비로 세워진 왕들이 술과 여자로 방탕하며 미치광이 짓을 하는 것은 정치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왕들이 전형적으로 쓰는 수법인 것 같다. 

공양왕은 살아남기 위해 언제까지 미친척을 해야 할까?

[사진출처=KBS1 드라마 <정도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