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윤희성 기자]부산에서 촬영한 MBC 드라마 '골든타임'. 드라마가 끝나고 이름을 얻은 배우 이성민. 25년간 무명생활을 했던 배우가 지난 8일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인내심에 대해서 말했다.
"누구나 기회가 온다. 기회가 오기까지 기다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그러나 그냥 기다리지 않는다. 칼을 갈면서 기다린다. 언젠가 기회가 오면 단칼에 뭔가 보여주기 위해서...그래야 기다릴 수 있다."
고생스러운 무명생활을 이겨낸 배우가 어디 이성민 한 명 뿐일까. 아직도 그 기회를 기다리며 칼을 갈고 있는 배우들이 많다. 그런 배우들이 요즘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모인다.
화려한 레드카펫 위의 스타들만 BIFF의 상징은 아니다. 비록 무명이지만 좋은 영화를 들고 영화제를 찾는 칼갈이들이 BIFF의 진정한 원동력이다.
9일 해운대 그랜드호텔 로비에서 BIFF의 성장동력을 만났다. 이번 BIFF의 갈라 프리젠테이션 초청작 'B,E,D'의 주연배우 이민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협찬사가 없는 무명배우들에게도 레드카펫은 설렌다. 이민아는 직접 드레스를 제작했다. 그러나 드레스 사진이 보도된 게 없다. 많은 스타들이 방문하는 BIFF의 레드카펫에서 무명배우 이민아에게 누가 신경을 쓰겠나?
제17회를 맞이한 BIFF. 연기인생 17년만에 첫 주연을 맡은 이민아. 그래도 이민아는 "이름을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나오게 됐다"며 "영화제의 힘이 정말 대단하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37세 이민아...믿을 수 없어
20살에 연기를 시작했다. 극단에 들어갔고 2년간 일했다. 연기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 서일대학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2000년에 영화에 입문했다. 단편 영화에서 주연도 맡으며 자리를 잡아갔다. 그리고 상업영화에 오디션을 보면서 꾸준히 단역을 연기했다.
17년이 지나 이제는 37살이 됐다. 올해 첫 장편영화 주연을 했지만 아직도 상업영화에서는 단역으로 일한다. 그간 '하울링', '핫썸머 바캉스', '짐승의 끝', '숙명', '흡혈형사 나도열', '생산적 활동', '너는 내 운명', '제니, 주노', '신석기 블루스', '꽃피는 봄이 오면'까지 많은 작품에서 단역으로 활약했다. .
그래도 고생한 보람은 있다. 분주하게 칼을 갈았던 내공이 올해 첫 주연을 맡은 영화 'B,E,D'에서 돋보였다.
그래도 천천히
이민아는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한다.
"자신이 있다. 지금도 단편 영화에서는 좋은 역할이 많이 들어오고 상업영화에서도 작은 역할이지만 꾸준히 기회가 오고 있다. 서두를 이유는 없다. 그냥 천천히 조금씩 올라가다보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오늘 이 자리까지도 걸어서 올라왔다. 뛰거나 조바심낸 적은 없었다."
남들이 뛰어 올라가는 길을 걸어가겠다면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며 말려야겠지만 배우 이성민이 25년을 걸어 정상의 언저리에 올라온 것을 보면 그녀의 숨고르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내달에 개봉할 예정인 영화 '슈퍼스타'에는 이성민과 이민아가 같이 출연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묘하다. 뚝심있는 두 남녀 배우들의 성공비결이 궁금하다면 부산까지 오지말고 주변 극장에서 '슈퍼스타'를 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