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소도시 전쟁기념비에 새겨진 잘못된 태극기가 21년 만에 한 시민에 의해 바로잡혔다. 해당 시의 시장과 백악관, 주미 한국대사관, 뉴욕 총영사관까지 나선 9개월에 걸친 ‘태극기 바로세우기’였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동부의 베스레헴시. 서울시설공단에 근무하는 이성준씨는 지난해 8월 3일 가족과 함께 이 도시에 있는 영화 ‘트랜스포머’의 세트장을 찾았다.
그 전쟁 기념비는 1989년 5월에 제작된 것이었다.
“세상에, 태극기가 21년이나 거꾸로 서 있었다니...”
이씨는 귀국한 뒤 베스레헴 시장에게 “태극기가 잘못 세워졌다는 편지와 함께 태극기의 바른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냈다.
또 한국의 외교통상부에도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반응은 외교부에서 먼저 왔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13일 이씨에게 “주미 대사관에 알려 시정하게 하겠다”고 전화로 알려왔다.
그리고 3일 뒤인 16일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이씨에게 이메
일을 보내왔다.
“베스레헴시의 담당자를 찾아 ‘거꾸로 선 태극기’를 알렸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27일엔 “베스레헴시의 담당자가 ‘조형물을 제작한 회사를 찾았지만 20년 전 일이라 찾을 수 없었다’며 ‘예산을 반영해 고치겠다’고 알려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잘못된 태극기에 대한 관심은 미국의 베스레헴시 역시 높았다.
10월 29일 베스레헴시 담당자는 한국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문제의 공사를 한 회사를 찾았다”고 말려왔다. 함께 “베스레헴을 찾는 한국인이 많지 않아 지금까지 잘못된 것을 몰랐다”고 사과하고 “늦게나마 잘못을 알게 되어 다행”이라며 이씨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이씨는 답답했다. 당장이라도 고쳐질 것 같았던 ‘거꾸로 된 태극기’에 대한 소식이 없자 11월 5일 미 백악관 정책제안게시판에 이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11월 18일 방한 예정이니 꼭 그 전에 고쳐졌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백악관의 회신은 빨랐다. 이틀 뒤 이씨는 “건의사항을 처리하겠다”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메일을 받는다.
마침내 12월 5일 뉴욕 총영사관은 이씨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베스레헴시에서 태극기 교정작업에 착수했고 공사비 견적까지 받았다. 하지만 시 예산 사정상 내년에 착공할 것이며 가능한 한 빨리 공사를 마치겠다는 베들레헴시 측의 약속이었다.
그리고 지난 5월 25일 미 대사관은 이씨에게 선명한 태극기 사진을 한 장 보내줬다. 태극기를 바로잡는 공사를 마쳤으며 베스레헴시의 시장과 관계 직원들이 열성적으로 협조해줬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기존 존형물의 수정이 쉽지 않아 새로 태극기 만들어 조성했다는 설명도 있었다.
한 시민의 애국심이 21년간 잘못됐던 대한민국의 상징을 바로세운 것이다.
지난 24일 이 소식을 트위터로 세상에 알린 김철균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무심코 넘길 수 있는 오류를 끈질긴 노력으로 바로잡은 이성준씨의 태극기에 대한 사랑이 놀랍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