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일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대전제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정상회담을 위한 대가는 있을 수 없다는 대전제하에 남북정상이 만나야 한다"면서 "이 원칙을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일과 연내 회담 가능성을 시사한 뒤 나흘만에 나온 메시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최근 연이은 '추측성 언론보도'를 거론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은 확고한 원칙 아래 추진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 원칙이 충족되지 않으면 성사될 수 없다"고 일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의 메시지는 먼저 북핵 문제 해결에 되고,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장래를 위한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성과가 있는 회담이 돼야 한다는 원칙과 진정성을 강조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가 줄곧 강조해온 "만남을 위한 만남, 국면전환용 만남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한 것이라는 풀이다.

또 이동관 홍보수석 등 최근 청와대가 여러차례 강조한 이른바 '패러다임 시프트'를 재차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과거 정권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과거 정권에서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뒷거래' 의혹이 제기돼왔다는 점에서 이같은 우려를 불식하겠다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을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부 보수진영을 설득하는 뜻도 포함된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뒷거래, 이면계약 등 대가는 있을 수 없다는 대전제를 제시한 것이며 의제에 있어서도 북핵문제, 남북관계 정상화에 도움돼야 한다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대가없는 회담'과 함께 남북정상회담 의제 역시 이 대통령이 언급한 '원칙'에 포함된다. 북핵문제와 더불어 국군포로, 납북자, 국군유해발굴 등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제시해온 의제가 모두 충족되지 않으면 김정일을 굳이 만날 이유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박 대변인은 "여러 의제 가운데 어느 하나도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것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입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원칙이 충족되지 않으면 성사될 수 없다"고 단언한 것은 정상회담을 절대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대변인도 "시기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말할 수 없다"면서 "구체적으로 추진되거나 준비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이날 외신기자클럽 초청간담회에서 "연내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우리 정부의 희망사항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지금 구체적인 개최 시기를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국무회의를 마무리할 즈음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상회담에 대해) 말씀하실 줄 알았는데 (안 나와서) 여쭤볼 수 밖에 없다. 남북정상회담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데 국무위원들도 (진행상황을) 알아야겠다"며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쳐다보자 "그것은 통일부 장관이 답변할 정도로 진행되는 게 없다"고 대신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청와대는 "아직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가시적인 움직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기와 장소, 의제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어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 언론의 과도한 관심과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북측의 화해 제스쳐 등 움직임을 볼 때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