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영선 주 인도 대사 

인구 11억6000만명으로 세계 2위, 국토 면적 한반도의 15배로 세계 7위, 경제 규모 세계 12위(2008년 GDP 1조2700만달러)인 신흥 경제대국 인도의 시장이 우리에게 대폭 개방될 예정이다. 2006년 2월 협상 개시 선언 이래 3년에 걸친 협상 끝에 지난 8월 7일 한·인도 양국 통상장관 간에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의 정식 서명이 이루어진 것이다.

2004년 발표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보고서는 한·인도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우리나라의 대(對)인도 교역액이 33억달러 증가하고 국내총생산은 1조3000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와 같은 경제적 평가 외에도 한·인도 자유무역협정은 우리가 브릭스(BRICs) 국가와 체결하는 최초의 FTA로서 그간 우리 정부가 적극 추진해온 '글로벌 FTA 네트워크 구축'과 '신(新)아시아 외교정책'의 구체적 성과인 동시에 우리 경제의 조기 회복과 지속적인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 인도 양국은 역사적으로 오래전부터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삼국유사의 '가락국기'에는 AD 48년 인도 아유타국(阿踰陀國)의 공주 허황옥(許黃玉)이 가락국 시조인 수로왕의 왕비가 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인도의 마우리아 왕조(기원전 321년부터 185년) 시대에 기원한 불교는 4세기 말쯤 한반도에 전파되었고, 9세기 초 통일신라시대에는 장보고가 건설한 청해진을 통해 양국 간 향료 교역 등이 이루어졌다.

이처럼 양국 간의 유구한 문화·역사·경제적 교류가 이제 한·인도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새 도약의 토대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국제 정치·경제 무대에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인도는 최근 G20 세계금융정상회의, G8 확대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에서 우리와의 협력을 강화해 왔는데 이번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양국 관계를 한 차원 격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현재 인도 시장에서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EU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다행히 인도에 진출한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 기업들의 제품들은 인도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으며 일본의 도요타, 소니 등 세계적 기업들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 역시 인도 시장의 높은 성장잠재력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꾸준히 인도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기업의 인도에 대한 직접투자액(8090억엔)이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액(6793억엔)을 상회하였다는 점을 보더라도 일본이 인도 시장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시점에서 우리가 일본에 앞서 인도와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것은 우리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서 주요 경쟁 상대들보다 계속 앞서 나갈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그간 우리 기업들의 최대 투자 대상지는 중국이었으나 이제는 차세대 투자 대상지로 인도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 수가 3만~4만개에 달하는 데 비해 인도에 진출한 우리 기업 수는 아직 380여개에 불과하다.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우리 기업들에 인도 시장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블루오션(Blue Ocean)이라 할 것이다.

한·인도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복잡한 인도사회와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민간과 정부 차원에서 보다 많은 인도 전문가를 육성하고, 이를 토대로 인도 시장에 특화된 노력을 전개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경제 성장으로 인도 국민들의 구매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가 먼저 인도 시장에 다가가는 노력이 없이는 인도 시장에서의 성공을 유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자동차, 가전제품, 휴대폰 등의 시장에서 지금까지 쌓아온 한국 제품의 명성을 바탕으로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의 진출이 더욱 활발해지는 그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