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연초 국회에서 대형 해머를 들고 난동에 가까운 폭력을 행사한 민주당 문학진 의원과 나홀로 활극을 벌인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가 30일간 국회 출석정지라는 징계를 받았지만 국회폭력 행위에 대한 징계가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 의원은 지난해 12월 한나라당이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문을 잠그고 단독으로 한미FTA(자유무역협정)비준안 상정을 하려고 하자 외통위 문을 대형해머로 때려부쉈다. 또, 강 대표는 1월 국회 사무총장실 원탁 위에 올라가 집기를 쓰러뜨리고 발을 구르며 난동을 부렸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지난 2일 징계심사소위를 열어 문 의원과 강 대표에게 국회 모든 회의에 30일간 출석정지 징계를 결정했다. 이번 징계는 지금까지 징계소위에서 결정된 역대 징계처분 가운데 가장 강력한 처벌인데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거쳐 안이 확정된다면 두 의원은 출석정지 기간의 세비는 절반만 받게된다.
그러나 폭력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수위가 너무 낮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출석정지'가 지금까지 결정된 국회 폭력 징계처분 중 가장 중징계라고 해도 본회의 출입금지에 대한 '강제적 조항'이나 '벌점'이 없기 때문에 본인이 원한다면 언제든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윤리위 한 관계자는 "징계를 받은 의원이 본회의 출석정지 징계를 어겨도 이를 처벌하는 강력한 조항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또, 일부 의원들은 국회 폭력을 자성하기는커녕 제식구 감싸기에 치우치는 행태를 연출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민주당 윤리특위 소속 위원들은 한나라당이 징계안을 처리하려하자 "문 의원을 징계하려면 원인을 제공한 박진 외교통상통일위원장도 같이 불러라"고 항의하며 모두 퇴장했다.
지난 1일에는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을 두고 여야 대치가 극렬한 상황에서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민주당 당직자에게 목이 졸리고 왼쪽 팔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민주당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연좌농성에 항의하다가 조원진 의원에게 떠밀려 넘어져 허리를 다쳤다고 주장했다. '솜방망이 처벌' 탓에 국회 폭력이 갈수록 도를 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3일 "서 의원을 폭행한 조 의원을 국회윤리위에 제소하고 폭행죄로 검찰에 고소할 것"이라고 맞불을 놓은 뒤 "문고리를 부순 게 중징계 대상이라면 동료 의원을 폭행한 사건은 그보다 더 무거운 징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바른사회시민회의 전희경 정책실장은 "윤리특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거쳐야 안이 확정되는데 본회의에서 징계안이 통과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전 실장은 "징계안에 야당이 반발하는데 국민이 국회 폭력 사태에서 받은 충격과 실망으로 봤을 때 폭력수위의 경중을 논하는 것 자체가 국민 입장에서는 의원들이 사태 심각성을 인식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똑같은 사람들끼리 폭력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국회폭력이라는 이슈가 잦아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윤리특위에 기대를 걸기에는 국회의원들의 폭력 양상이나 자정능력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국민소환제'를 요구했다.
또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은 이원화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윤리심사제도와 징계제도를 통합·일원화하는 내용을 골자로한 법 개정을 추진해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는 징계법을 강화시키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