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관련 법안 처리를 둘러싼 민주당과 MBC의 여론몰이가 곧바로 시작됐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3일 아침 MBC 라디오에 나와 "한나라당이 여론수렴 결과의 반영 노력을 게을리하고 원안을 고수한다면 전혀 수용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171석의 거대 여당과 지난해말부터 3개월간 발목잡기로 버텨왔던 제 1야당이 국회의 본분인 법안심의권을 포기하고, '사회적 논의기구'라는 희한한 협의체를 구성키로 타협한 지 만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서다.

뒤이어 민주당 소속의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은 "언론 관련법은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권을 수호하기 위한 법률로서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적 합의나 동의없이는 절대로 처리할 수 없다"고 공동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한나라당을 향해 "100일 후에 다시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면 스스로 몰락의 길을 갈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날로 100일간의 여론전에 돌입하겠다는 선전포고이자, 여론몰이가 안되더라도 국회 표결까지 쉽게 해주지 않겠다는 속내를 밝힌 것이다. 여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도 가세했다. 노 전 대통령은 2일 저녁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민주적 과정으로 다수결을 말하지만 다수결은 결코 만능의 방법이 아니다"면서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있을 경우에는 다수결 자체를 반대하거나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협력을 거부하는 경우가 생겨 결과를 실현하기도 어렵고 나아가서는 공동체 통합에 손상을 입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참여연대는 "한나라당이 국민의 반대나 우려와 무관하게 원안대로 표결처리할 명분이 될 수 있다"며 여야 타협을 비판한 뒤 "100일간 논의를 했다 하더라도 국회는 미디어법을 국민의 뜻과 무관하게 다수결로 표결처리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미디어 관련 법안 처리를 미룬 여야 타협을 두고 여당은 '표결 처리'라는 실리를 얻었고, 야당은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하룻밤 사이 여당의 실리는 실현이 불확실해졌고, '시간'을 번 야당의 공격은 곧바로 이어진 셈이다. "몇년을 논의해놓고 또 뭘 논의하자는 거냐" "6월에 가서 야당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라는 탄식이 미디어 개혁을 심각하게 고민해온 여권 핵심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단지 시간만 늦춘 '스타일 리스트' 김형오 국회의장에 대한 불신도 그만큼 커졌다.

100일이라는 시간에 대해 MBC 라디오 진행자 손석희씨는 "생각하는 바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100일의 시간을 벌자마자 좌파 사회단체, 민주당, 노 전 대통령 그리고 MBC는 발빠르게 나섰다. 지난해 광화문 인근에서도 이와 비슷한 조합을 본 적이 있다. 한나라당이 "오랜 산고 끝에 여야 간의 합의안이 도출됐다. 국회 파행을 막았고, 직권 상정에 부수되는 폭력 국회도 막았다. 대승적 합의를 이뤘다"는 식의 자기만족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