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한 지 3주가 지났지만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대표에 대한 '정체성' 시비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탈이념을 주장하며 손 대표가 제시한 '새로운 진보' '제3의 길'이란 당의 새 노선은 '한나라당 출신'이란 점과 맞물려 "이명박 따라하기 아니냐"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춤하던 의원들의 탈당도 재시작됐다.
4·9 총선을 앞두고 당 이미지 전환이 시급한 손 대표에게는 큰 짐이다.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를 찾는 게 급선무인데 손 대표는 그 해답을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찾고 있다. 대선 참패로 노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이뤄진 만큼 당의 진로를 그와 다른 방향으로 잡고 당을 탈바꿈 하겠다는 판단이다. 친노그룹의 대표 격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유시민 의원이 탈당하면서 손 대표의 이런 구상은 탄력을 받았는데 문제는 새로 들어설 '이명박 정부'와 어떻게 각을 세우느냐다.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는 제1 이슈는 이 당선자의 정부조직 개편안인데 이제 시작하는 정부와 마냥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큰 부담이다. 통합신당이 자체 대안을 마련하고 통폐합 되는 부처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론은 이 당선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계속 반대할 경우 자칫 '발목잡기'라는 비판에 휩싸여 손 대표의 정치생명이 걸린 4·9총선이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않다.
그래서 찾은 해법이 '노무현-이명박 닮은꼴'이다. 최근 손 대표 측은 노 대통령과 이 당선자와의 공통점을 찾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부터 '노무현-이명박 연대설'이 나온 만큼 여론형성에도 효과적이고 '노무현-이명박' 두 정부와의 차별화도 가능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손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손을 잡으며 집토끼를 잡는 행보를 하고 있다.
이틀간 진행된 17대 국회 마지막 대정부 질문에서 손 대표의 당내 우호적 그룹은 이 당선자를 노 대통령에 비유하며 이 당선자와 새 정부의 방향을 비판했다. 지난달 31일 정치·통일·외교·안보분야 질문에서 김부겸 의원은 노 대통령이 "평생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행운을 세 번 연속(민주당 경선돌풍,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탄핵 역풍) 겪었다"며 그래서 자기오류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당선자를 향해 "노 대통령 비극의 교훈은 이 당선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 당선자 역시 엄청난 행운의 연속으로 대통령이 됐고 여론조사라는 행운의 여신과 한나라당 경선 승리, 온갖 의혹사건으로부터의 면죄부가 있었다. (대선과정에선) 결정적 고비마다 큰 일이 터졌다"면서 "이미 나는 이 당선자에게 엄청난 자기 확신의 기세를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 당선자는 부디 '나의 행운이 곧 나의 옳음을 입증하는 하늘의 뜻'이라는 착각만은 말아 달라"고 충고했다.
1일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선 송영길 의원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송 의원은 "탄핵때 수많은 국민이 노 대통령을 지켰지만 그 지킨 힘을 노무현 정부와 당은 과신하고 마치 개인의 지지인 것으로 착각했다. 적어도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지키고자 하는 국민의 뜻이 숨어 있음을 몰랐기 때문"이라며 노 대통령을 비판한 뒤 "나는 이 당선자가 여러 가지 성격상의 문제가 있다고 평소에 주장해왔고 노 대통령과 방향은 다르지만 성격은 비슷해 '노명박'이란 말이 많이 나온다"고 역설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이낙연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를 보면 (5년 전 당선자 시절의) 노무현 대통령이 연상된다"며 이 당선자와 인수위원회를 비판했다. 이 의원은 "옛말에 '싸우다 닮아간다'고 했는데 이 당선자와 인수위는 노무현 정부를 놀랍게도 닮아가고 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