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의원이 특유의 독설을 재가동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컷오프(예비경선)가 끝나고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자 유 의원은 본색을 드러냈다. 

TV토론과 정책토론, 첫 합동연설회까지 유 의원은 쉼 없이 상대 후보의 아킬레스건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공격의 강도 역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선두그룹인 손학규 정동영 두 후보를 번갈아 가며 공격하고 있지만 유 의원 독설의 초점은 정 전 통일부장관에게 맞춰져 있다.

유 의원은 지난 6일 첫 TV토론에서 정 전 장관을 향해 "참여정부는 정 후보에게 '곶감 항아리'같다. 한 번씩 와서 빼가기만 하고 의리는 지키지 않는다"고 포문을 연 뒤 연달아 공격을 퍼붓고 있다. 7일 광주에서 열린 첫 정책토론회에서는 정 전 장관이 손 전 지사의 한나라당 시절 대북정책 관련 발언을 꺼내 비판하자 유 의원은 곧바로 정 전 장관에게 "(손 전 지사는) 야당 계시다 왔는데 지난날 발언을 갖고 그렇게 하면 안된다. 야당은 책임성이 없어 함부로 말한다. 정동영 후보도 과거 야당 시절에 심한 소리 안했습니까? 그런 것 갖고 너무 그러시면 안 되고요"라며 핀잔을 줬다.

정 전 장관을 향한 유 의원의 공격은 9일 제주에서 열린 첫 합동연설회에서 절정에 달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유 의원은 "정치문제에 대해 잠깐 말하겠다"면서 포문을 열었다. 그는 "제주도에 와서 보니 제주도 분들이 싫어하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고 말한 뒤 "첫째는 고자질을 싫어한다. 뒤에서 남의 흉을 보는 것을 싫어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일 첫 TV토론회 뒤 정 전 장관이 측근 의원들을 통해 자신을 집중 공격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유 의원은 "할 말 있으면 앞에서 해야지 뒤에서 흠잡고 모함하는 것을 싫어한다"면서 "나는 이런 짓을 하지 않았다"고 소리쳤다. 

유 의원은 이어 "두번째 싫어하는 것은 아부다. 마음에도 없는 아부는 싫어한다"고 했다. 비노 스탠스를 취하면서도 정작 노 대통령과의 충돌을 피한 채 노 대통령 주변 인사들을 비판하면서 참여정부의 정책을 계승발전 하겠다고 역설하는 정 전 장관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 의원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변절이고 배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노 대통령의 인기가 없지만 한 번도 대통령을 원망하지 않았고 대통령의 인기가 없다는 이유로 대통령을 탓한 적도 없다"면서 "필요하면 같은 편으로 보고, 불리하면 비난하는 배신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노 정권에서 장관까지 지냈으면서 노 대통령의 인기하락으로 그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정 전 장관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여론조사 20% 도입 등경선 룰 문제로 '경선불참' 카드까지 꺼낸 정 전 장관을 두고는 "국민과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자 나왔으면서 여론조사를 도입하면 유리할까 불리할까, 모바일 투표를 하면 유리할까 불리할까를 따져서는 국민에게 봉사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날 연설회에서 가장 나중에 마이크를 잡은 정 전 장관은 이런 유 의원의 공격에 대꾸하지 않았다. 유 의원과의 정면충돌이 득보다는 실이 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 전 장관으로서는 이런 유 의원의 공격에 고민이 크다. 그가 비노 후보로 분류되고 있지만 손 전 지사가 반노 이미지를 차지하면서 스탠스를 취하기 난해한 구도가 짜였졌기 때문이다. 자칫 정 전 장관이 반노와 친노 진영 사이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 의원이 정 전 장관을 '배신자' 변절자'로 몰아가는 것 역시 이런 전략 차원이란 분석이 높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일단 정 전 장관을 무너뜨리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을 친노와 반노 구도 사이에서 고립시켜 낙마시킨 뒤 손 전 지사를 공격하겠다는 친노 진영의 전략이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