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이 있기에 오늘이 있었다”

안보관련 보수단체를 비롯 자유애국진영 시민단체가 주최한 52주년 현충일기념 국민대회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한민국의 안보를 걱정하는 국민들로,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국민대회가 진행된 서울 시청앞 광장은 오후 1시부터 몰려드는 군중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행사가 시작된 직후에는 시청 인근의 서울프라자호텔 등까지 군중들로 넘쳐났다.

10만여명(주최측 추산 20만명)에 이르는 군중들은 너나할 것 없이 한손에는 태극기를 다른 한 손에는 성조기를 들고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북한의 핵을 규탄하며 목청이 터져라 절규했다. 3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한나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참석, 오랜 시간을 10만여 군중과 함께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또 ‘비보이(B-BOY) 공연’과 향군 여성합창단의 합창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제공돼 기존 집회 이미지를 뛰어넘는 문화로서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이날 행사는 청교도영성훈련원장 전광훈 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1부 호국기도회와 국가비상대책협의회 의장 김상철 변호사(전 서울시장) 사회의 2부 국민대회로 나눠 진행됐는데, 그 열기는 시청 앞 광장을 한순간에 녹여버리고도 남을 정도였다.

“이 전 시장은 교회장로님이니까 더 좋다”

오후 2시 1부 호국기도회 행사가 시작되자 이 전 시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 시장은 이재오 최고위원 등과 함께 행사장 한켠에 자리잡았다. 이어 사회자가 이 전 시장을 소개하자, 그는 손에 든 태극기를 흔들어 보이며 수많은 군중들에게 인사했다.

수많은 군중들은 이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 전 시장이 앉아있던 행사장 한켠은 어느새 취재진을 비롯해 지지자로 추정되는 사람들, 몰려든 군중들로 뒤섞여 일순간 북새통이 됐다.

사회자가 이어 “누가 대통령이 될 지 모르지만 혹시 (이 전 시장이)되시면 이 나라를 잘 살려달라”고 했다. 이어 “이 전 시장은 교회장로님이니까 더 좋다. 이 정도는 (선거법에)걸리지 않겠죠”라고 말해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행사 시작을 알리는 기도가 이어지자, 이 전 시장은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여 기도를 했으며, 기도가 끝난 뒤에도 한참동안 더 기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전 시장은 40여분간을 함께 하다가 이재오 최고위원과 이상득 국회부의장을 남겨둔 채 자리를 떴다.

'박근혜! 박근혜! 연호하는 목소리로 일대 혼잡"

이 전 시장이 행사장을 떠난지 20여분 후인, 2부 국민대회가 시작될 무렵인 오후 3시 박 전 대표도 행사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박 전 대표는 먼저 와 있던 이재오 최고위원 등과 “오셨어요”라며 악수를 주고받은 뒤 행사를 지켜봤다. 사회자는 박 전 대표에게 “6개월 후에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달라”며 박 전 대표를 소개하자, 박 전 대표는 일어서서 태극기를 흔들어 보이며 군중들의 환영에 답했다. 

5분여가 지났을까, 박 전 대표가 자리한 주변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박 전 대표의 얼굴을 한번 보려고 몰려든 군중과 박 전 대표의 지지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뒤섞이면서 일대 혼잡이 빚어졌다. 여기저기서 핸드폰 카메라를 꺼내들고 박 전 대표를 찍었으며, 행사 도중에도 박 전 대표를 연호하는 함성이 그치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행사를 지켜보는 도중, 종종 시청 앞 광장 위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잠시 상념에 잠기는 모습을 내보였다. 박 전 대표가 행사장에서 일어날 때쯤엔 군중이 몰려 제대로 걸어나갈 수가 없을 정도였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차에 올라타려는 순간에는 군중이 차를 에워싸고 연신 ‘박근혜, 박근혜’를 연호했다.

105세 남동순 여사, "김정일이는 온당하게 죽지 못할 것"

1부 호국기도회 행사가 마무리 될 무렵에는 과거 3․1 운동 당시 유관순 열사와 함께 장충단공원에서 만세를 불렀던 105세의 남동순 여사가 연단에 올라, 김정일을 성토할 때는 군중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어 주변의 부축을 받고 연단에 선 남 여사가 마지막 기력을 다 쏟는 듯한 격정적인 연설을 했기 때문. 

남 여사는 있는 힘껏 “난 공산당이 아주 싫어요” “김정일이는 죽을 적에 온당하게 죽지 못할 것”이라면서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연신 목청을 높였다. 이를 지켜보던 군중들 중 일부는 “저 나이에~, 이런 정도인데, 젊은 사람들이 좀 보고 배워야 한다”면서 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젊은 세대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대규모 군중 참석, 성공한 국민대회 극찬 쏟아져

이날 행사에는 또 북한의 핵과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질타하는 보수시민단체들의 구호와 플래카드가 군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일부 단체 회원들은 ‘근조(謹弔)’ 표시의 띠를 두르고 “6․25는 호국정신, 6․15는 민족반역”이라고 외쳐댔다. 시청 앞 광장 주변에는 ‘북한핵보유 저지하여 자주통일 이룩하자’ ‘친북 반미 좌파세력 척결하자’ ‘피로서 지킨 조국, 북핵사생결단으로 분쇄하라’ ‘끝내자 좌파정권, 시작하자 선진조국’ 등의 온갖 프래카드로 가득 메워졌다.

이와 함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대형 현수막이 행사장 주변에 등장에 관심을 끌었다. 안보전략연구소, 나라사랑실천운동 소속 회원들은 박 전 대통령의 사진이 박힌 대형 현수막을 들어 보이며 “역사는 당신의 그리움을 더해갑니다”라고 쩍힌 피켓을 연신 흔들어댔다. 

아울러 행사장 주변에는 다양한 시민단체들의 서명운동도 벌어졌는데, 박 전 대표 지지자들로 보이는 단체들은 ‘박근혜 정치테러 살인미수사건 지충호 범인 내부세력 진상규명 특검으로 재조사하자’는 서명운동도 벌였다. 국가비상대책협의회는 북한 핵폐기.한미연합사 해체 반대 1000만명 서명운동을 벌였으며, 또 다른 일부 단체에선 ‘주일 국가고시 요일변경’을 촉구하는 1000만명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이밖에도 ‘베틀러크루’라는 비보이들이 ‘세계로 미래로’란 제목으로 경쾌한 음악에 맞춰 현란한 춤을 보여주는 공연 등도 벌여 참석한 군중들에게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날 행사는 6월 호국의 달을 맞아 숭고한 희생정신과 그들의 넋을 기리는 동시에 10만명에 이르는 대규모 군중을 동원하는 등 ‘성공적인 국민대회였다’는 평이 여기저기서 끊이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