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두번 다시 '정의' 입에 담지 말라
수십억 받고도 집행유예, 100만불 미국 호화주택 살던 사람 끌어내고도 당당하다니
기사입력 2016-01-26 16:22:09 | 최종수정 2016-01-27 11:08:53 | 안종현 기자 | ajh@newdaily.co.kr
금수저-뇌물 김홍걸 영입, 황당하다는 말로는 모자라

문재인 더민주 대표가 '김홍걸'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소식에 DJ 비서실장 박지원 의원은 "당황스럽다"고 했다. 아무리 이탈하는 호남민심을 붙잡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지만 '이건 아니다',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목소리는 더민주 내부에서도 심심찮게 들린다.

박지원, 권노갑 등 동교동 핵심이 탈당하는 와중에 문재인 대표가 김홍걸을 어떻게 영입했는지는 쉽게 짐작이 간다. 벌써부터 나오는 '비례대표' 약속이나 부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역구(목포) 공천 얘기는 총선을 앞두고 곧 사실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문재인 대표는 그럴 일 없다고 이를 부인하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문재인 대표의 이번 행태는 '황당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김홍걸은 2002년 최규선 게이트 당시 36억9천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비리 전과자'다. 더구나 전형적인 '금수저'다. 본인 스스로는 나름 고난도 겪고 살았다 항변할지 모르지만, 스스로 제대로 된 직업 한번 가져본 적도 없다는 점에서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 사람을 '60년 야당 전통의 표상'이라 자랑스레 내세운 문재인 대표는 그동안 스스로 내세운 '정의'나 '공정'이란 원칙을 모조리 깼다.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의원직까지 잃은 김종인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할 때부터 문재인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예상됐던 일이었다.

기회는 평등할 것이라고 외쳤지만, 전혀 평등하지 않았고, 과정도 공정치 못했으며 결과도 정의롭지 못한 일이다.


▲ 문재인 대표와 손잡고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김홍걸씨. ⓒ 조선닷컴



땀 흘려 돈 한푼 벌어본 적 없는 '금수저'

김대중 대통령의 셋째 아들 김홍걸 씨는 이희호 여사의 유일한 친자식이다. 이복형인 홍일 씨와 홍업 씨와 나이 차도 크다. 2남 홍업씨와는 13살 터울이다. 그래서 집안에서도 '겉도는 막내'로 알려져 있다.

김 씨는 이화여대사범대부속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2년 고려대 불문과에 입학했다. 고려대를 입학할 당시 부친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내란음모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고 수감 중이었다. 그해 12월 김 전 대통령은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고 미국 망명길에 올랐고, 2년 뒤인 84년 김 씨는 대학 졸업도 하지 않고 도미했다. 

미국 애틀란타 에모리대학에서 유학을 했지만, 졸업하지 못했다. 90년 귀국해 고려대에 복학해 93년에 졸업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3당 합당'에 반발해 대선에 출마했지만 낙선했고, 정계은퇴를 선언한 시기다.

어려울 때마다 미국 行, 100만불 짜리 주택도

부친이 위기에 빠지자 김홍걸은 다시 도미했다. 94년 남캘리포니아대학(USC) 대학원 국제정치학 석사과정을 시작해 2000년 학위를 취득했지만, 김 전 대통령 임기 내내 미국에 계속 체류했다. 

돌이켜 보면 김홍걸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생사고락을 함께 한 형 홍일 씨와 홍업 씨와는 판이한 인생을 살았다.

40대 중년이 될 때까지 대학생으로 11년, 대학원생으로 7년을 살았다. 그 기간도 대부분은 미국에서 부유하게 살았다. 이렇다 할 직업도 없이 말이다. 그나마 알려진 직업이 퍼모나대 태평양연구소 연구원 신분이다. 여기서 김홍걸은 1년간 유급 연구원으로 있었다. 이후 1년 계약이 끝나자 그는 다시 1년간 무급 연구원으로 자격을 연장했다.

95년 미국 유학 당시 김홍걸이 LA에 산 주택 가격은 34만5천 달러로 알려져 있다. 대지 1백50여평에 건평만 60평에 달했다. 2000년에는 6백평 대지에 100만 달러에 육박하는 고급 주택을 구입했다. 이 집이 위치한 LA 팔로스버디스는 유명한 부촌이다.

학생 신분으로는 도저히 영위할 수 없는 삶이었다. 모두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금수저 중에 금수저'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교수? 박사? 석사 학위에 무급 자문 역할

김홍걸 씨 학력에 대한 부분도 논란이 있다. 문재인 대표는 그를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객원교수로 소개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김홍걸 박사라는 직함으로도 보도하고 있다.

취재 결과 김홍걸씨는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객원교수로 있긴 하지만, 강의나 수업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2012년부터 도서관 업무에 대한 자문 역할만 해왔으며 이에 대한 수당이나 급여를 받은 적도 없었다.

박사 학위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최종 학력은 남캘리포니아 대학(USC)에서 받은 석사학위다.


▲ ⓒ 조선일보 DB


금수저였기에 가능했던 36억원 뇌물 사건

김홍걸은 김대중 재임 시기인 2000년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최규선 게이트 장본인 최규선과의 인연이다. 15대 총선이 있던 해이다.

김홍걸은 2002년 체육복표(스포츠 토토) 사업자 선정 및 아파트 건설 승인 청탁 대가 명목으로 최규선에게 현금과 주식 등으로 36억9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김홍걸의 생활은 그야말로 '흥청망청'이었다. 수입도 없는 학생 신분이었지만, 100만불에 이르는 호화주택에 가정부까지 두고 살았다. 타고 다니는 차는 6만5천달러 상당의 렉서스 최고급 모델이었다.

한나라당 이신범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김홍걸은 2001년 3월13일부터 6월26일까지 약 3개월 반 동안 23만3천9백86달러(한화 3억5백여만원)를 사용했다. 월 평균 6만달러(8천만원)을 써댄 것이다. 한국을 오고갈때는 특1등 항공 좌석만 타고 다녔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DJ 재임 시절 세 아들 모두 구속, 탈당까지

김홍걸 뿐 아니라 이복형인 홍일-홍업까지 모두 권력형 비리에 연루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는 가장 뼈아픈 사건이었다.

홍업 씨는 이용호 로비 사건에서 47억원을 받았고, 홍걸 씨는 최규선 게이트에서 36억9천여만원을 받은 혐의였다. 임기 4년차에 터진 '홍삼게이트'로 DJ정부는 레임덕에 직면했다. 결국 김 전 대통령은 2002년 5월 당시 집권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했다.

세 아들의 비리 사건(홍삼 게이트) 중에서도 김홍걸의 최규선 게이트는 타격이 컸다. 수수 금액도 적지 않았는데다,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 복권 사업 이권에 개입했다는 점이 여론을 악화시켰다. 특히 대통령의 아들을 내세워 최규선이 휘두른 전횡의 파급도 만만치 않았다.

"나는 벌레요" 형은 실형, 동생은 집행유예

2002년 구속기소된 김홍걸은 재판 과정에서도 많은 논란을 낳았다.

재판 당시 제출한 최후변론서는 많은 화제를 낳았다. 당시 김홍걸은 "저는 벌레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훼방거리요. 백성의 조롱거리입니다'는 성경구절을 인용해 선처를 호소했다.

이 때문인지 재판결과는 쉽게 납득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재판부는 김홍걸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구속된지 6개월 만에 풀려났다. 구속 당시에도 김홍걸은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생활했다.

불과 열흘 전 같은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홍업 씨는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받은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를 두고 '대통령 아들 둘 모두를 실형을 줄 순 없지 않겠느냐'는 동정여론을 일부러 만든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실제로 김홍걸의 선고일은 홍업 씨의 선고일 바로 전날이었다. 하지만 김홍걸 변호인단은 자료 제출을 이유로 선고연기를 신청해 홍업 씨의 선고 이후로 기일을 미뤘다.

죄질이 나쁜 홍업 씨가 실형을 받고 나면 김홍걸의 재판이 유리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얘기다.

실제로 36억9천여만원을 뇌물로 받은 김홍걸에게 재판부가 내린 추징금은 2억원에 불과했다. 검찰이 구형한 추징금 15억9천여만원의 1/8 수준이었다. 뇌물로 받은 돈을 흥청망청 썼지만, 실제로 김홍걸이 진 책임은 턱없이 모자랐다.


▲ 문재인 대표 ⓒ 뉴데일리 이종현 사진기자

비리 전과자 영입하고 자랑… 문재인은 대체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금수저 인생을 살며 이를 이용해 수십억대 뇌물까지 받은 김홍걸을 영입한 문재인 대표는 대체 무슨 생각일까.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표는 11차 혁신안을 통해 공직선거후보자의 부적격 기준을 "뇌물, 알선수재, 공금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성범죄, 개인비리 등 국민의 지탄을 받는 형사범 중 금고 및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된 자"로 발표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김홍걸 씨는 결코 공천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더민주는 최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기준을 수정했다.

부적격 기준에 해당하더라도 당 선거관리위원회 재적위원 2/3 이상의 찬성을 받으면 예외로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또한 형 선고가 확정된 경우에도 당에서 정밀심사해 공천이 가능케 하는 내용도 추가했다.

문재인 대표 입으로는 '정의'를 외쳤지만, 정의롭지 못한 사람도 얼마든지 공천은 주겠다는 이런 행태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뇌물 전과자에 눈에 띄는 사회활동도 없는 사람을 DJ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로 중용하고, 60년 야당 전통의 표상이라 추켜세우는 문재인 대표. 그야말로 금수저 세습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독재하지 말라'며 문재인 대표에게 등을 돌리는 사람들 뒤통수에 내민 게 이런 어처구니 없는 행동이라는 것은 실망을 금하기 어렵다.

서민을 외치고, 반칙없는 세상을 부르짖지 않았으면 또 모르겠다. 입으로는 늘 좋은 말만 하면서 하는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은 문재인 대표의 위선이 친노당으로 전락한 오늘날의 위기를 가져왔다는 것을 문 대표는 깨달아야 한다.

김홍걸 영입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자 문재인 대표는 26일 "김홍걸 교수는 지역구나 비례대표로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뜻 믿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화려한 입당식까지 치러준 마당에 나중에 여론이 잠잠해지면 또 DJ 아들을 내세워 선거에 이용하고 호남민심을 우롱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는 쉽게 가시지 않는다.

안종현 기자 (ajh@new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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