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바라보며 부동산 한숨‥ 기안84 웹툰에 숨은 '반문 코드'
1억 뛴 집값에 놀란 남성, 머리 부딪혀 '혼절'‥ 보름달 바라보며 '내 집 마련' 한탄
기사입력 2021-01-29 17:15:10 | 최종수정 2021-01-29 17:37:14 | 조광형 기자 | theseman@naver.com

인기 웹툰 작가 '기안84(37·김희민)'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풍자 웹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재 기안84가 네이버 웹툰에 연재 중인 '복학왕'은 전작인 '패션왕'의 주인공 우기명의 사회 생활을 그린 작품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면서 '복학왕'은 단순히 재미를 추구하던 웹툰에서 진정한 '시사만화'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두더지' 편을 보면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로 일하는 한 남성이 달을 향해 손을 뻗으며 "집을 사는 것은 닿을 수도 없는 이야기 같다"고 한탄하는 모습이 나온다. "다른 친구가 산 주택은 몇년 만에 몇십억이 올랐다"며 자신과 비교하기 시작한 이 남성은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노동 의욕이 사라진다"고 씁쓸해 한다.

일각에선 이 남성이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바라보며 원망하는 장면이 문재인 대통령의 애칭인 '달님'을 연상시킨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밤하늘에 뜬 '달'을 잡으려 하는 이 남성의 처연한 행동이, 현실과 괴리가 있는 현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풍자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입주' 편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를 뜻하는 '대깨문(대XX가 깨져도 문재인)'을 연상시키는 장면도 나온다.

이 만화에는 하루도 쉬지 않고 배달 일을 하는 한 남성이 등장한다. 이 남성의 꿈은 내 집 마련.

그는 "집 없는 현실은 지옥 그 자체"라며 열심히 일해 집을 살 생각에 부풀어 있다. 특히 12월 배달 정산액이 500만원을 돌파한 것을 본 이 남성은 "돈이 쌓여야 마음이 따듯해진다"며 흐뭇해한다.

"당첨을 바라는 건 희망고문이었어. 열심히 일해 사버리자. 빌어먹을 아파트. 그때 되면 집값 떨어지겠지."


그런데 이 남성은 부동산 가격이 1억원 이상 오른 것을 보고 좌절에 빠진다. 결국 간신히 버티고 있던 '노동 의욕 세포'가 괴멸된 이 남성은 머리를 도로에 부딪혀 혼절한다.

"100만원 더 벌었다고 기뻐했는데, 나의 기쁨을 망가뜨리지 마. 남아있는 노동 의욕을"

'청약 대회 마무리' 편에서는 주인공이 아파트 청약 자격을 얻기 위해 아파트 벽면에 걸린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장면이 그려진다.

1084세대로 제한된 아파트 청약 자격을 얻기 위해 위태롭게 사다리에 매달린 주인공은 허름한 '행복주택'과 '임대주택'을 떠올리며 "선의로 포장만 돼 있을 뿐 난 싫다. 너희들이나 실컷 살아라"고 외친다.

이 만화에서 입지 좋은 신도시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을 '귀족으로 갈 수 있는 사다리'로 표현한 기안84는 해마다 엄청난 경쟁률을 보이는 아파트 청약을 '땅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에 비유하기도 했다.

2008년 웹툰 '노병가'로 데뷔한 기안84는 '패션왕' '복학왕' '회춘' 등을 네이버 웹툰에 연재하며 인기를 얻은 스타 작가.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고정 출연 중인 그는 2018년 '주식회사 기안84'를 설립, 사업가로도 활동 중이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웹툰 '복학왕']
조광형 기자 (these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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