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명 사상 삼성 물탱크 사고 '비KS볼트' 사용했나
기사입력 2013-08-01 07:33:00 | 최종수정 2013-08-01 08:24:56 | 연합뉴스
 지름 1㎝ 남짓한 작은 볼트가 대형 건축물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지난 26일 울산 삼성정밀 합작사인 SMP 폴리실리콘 생산공장 신축현장에서 3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친 대형 물탱크 파열·붕괴사고의 원인으로 지름 12㎜의 볼트가 지목되면서 건설현장에서 볼트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특히 최근 전국적으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교량 등의 대형 건축물과 각종 구조물이 볼트를 많이 사용하는 공법으로 건립되고 있어 이런 현장에 사용되는 볼트의 법적 규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시공사 삼성엔지니어링은 사고가 철판조각을 연결한 볼트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1일 밝혔다.

그 이유로 물탱크 제작에 사용됐던 고강도 볼트 수백개가 두 동강으로 부러진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주로 탱크 하단부의 볼트가 물의 하중을 견디지 못해 부러진 것으로 고용노동부 등은 추정하고 있다.

사고가 난 대형 물탱크는 지름 10.5m, 높이 17m의 탄소강(Carbon Steel) 소재다. 가로 1.5m, 세로 1m의 탄소강 철판 400여 개를 지름 12㎜, 길이 27∼40㎜의 고강도 볼트 4만여 개로 조이면서 잇대는 '볼티드 탱크(bolted tank)공법'으로 제작됐다.

그런데 고강도 볼트가 왜 두 동강 난 것일까.

전문가들은 볼트 도금과정에서 '수소취성(水素脆性)'이 생겨 볼트가 약해져 부러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수소취성이란 강철의 조직내에 수소(H2)가 포함돼 연성을 잃고 부러지는 현상이다.

수소취성이 생기지 않은 볼트를 사용했을 경우는 부러지지 않고 휘어지는 현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수소취성은 볼트가 녹슬지 않도록 아연도금 처리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생긴다. 볼트를 닦아내는 전처리과정과 아연도금 과정에서 수소가 발생해 볼트의 금속 틈새에 흡착하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이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 2008년 4월 고강도 볼트의 KS규격화(수소취성) 항목을 제정하고, 고강도 볼트를 만들 때는 아연도금을 하지 않도록 했다.

도금한 볼트에 열을 가해 수소취성을 제거하는 방법이 있지만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도금 효과가 절감되기 때문에 대다수 볼트 제조업체들이 수소취성을 제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번 사고에 사용됐던 고강도 볼트도 수소취성을 제거하지 않은 비KS 제품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보고 있다.

1979년 한강 성수대교 붕괴 사고도 철제빔 교각을 연결했던 고강도 볼트가 장기간 내재된 수소취성 때문에 부러지면서 일어난 것이 주요 원인의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문제는 많은 대형 건축물이 철제빔을 볼트로 접합하는 방식으로 지어지고 있지만 최근에야 수소취성에 대한 위험성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정부가 법적 규제장치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소취성이 없는 도금방법인 알루미늄세라믹 코팅법을 개발한 울산 D사의 전용수(57) 기술연구소장은 "볼트는 아주 작지만 구조물을 연결하고 지탱하는 핵심 부품"이라며 "하루빨리 볼트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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